K-League Guide 2002
한국프로축구연맹 편집부 엮음 / 한국프로축구연맹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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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02년 6월이 얼마나 사람을 변하게 했는지. 그전까지 축구장 한번 가 본 적 없는 나는 월드컵의 마지막 카드 섹션, 'CU @ K리그'를 대단히 충실하게 실천하는 축구팬이 되어버렸다. 인터넷과 스포츠신문을 통한 고단위 과외 덕에 석달짜리 축구팬치고는 꽤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역시 아직은 많이 모자란다. 그럴때마다, 이 책은 큰 도움이 된다.

구단별로 꽤 충실하게 선수 소개, 구장 안내, 구단 연혁, 경기 일정까지 실려 있고, 2001년의 명경기 리뷰나 감독의 변까지 실어서 이 책 한권이면 케이리그에 상당히 익숙해질 수 있게 만들어 놓았다. 구장으로 가는 교통편이나 주변 볼거리까지 자세하게 안내해놓은 것을 보면 정말 친절한 책이라는 생각도 든다. 2002년 4월에 나온 만큼 월드컵 이전의 월드컵 스타들에 대한 평을 보는 것도 꽤 흥미롭다. 2002년 케이리그가 중반 이상 진행된 지금은 이 책에서 예상했던 상황들이 팀 별로 얼마나 맞아떨어졌는지를 보는 재미도 있다.

굳이 흠을 잡자면 책 사이즈와 무게 때문에 실제 경기장에 들고다니기엔 조금 불편하다는 것 정도일까. 그러나 어차피 책의 분량은 실린 정보의 양과 정비례 하는 것이니 만큼, 가볍고 내용없는 책과 이 정도로 잘 짜인 무거운 책 중 하나를 고르라면 나는 당연히 후자를 고를 것이다. 조금 더 욕심을 부리자면 내년에는 간략한 선수프로필 부분만 얇은 별책부록으로 내어주면 어떨까. 사실 경기장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은 선수의 이름과 얼굴, 백넘버를 맞추는 작업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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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 이야기
신경숙 지음 / 마음산책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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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숙의 책을 읽다보면 항상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녀의 소설을 좋아하는 것과는 별개로, 결코 편안한 기분으로 집어들게 되지는 않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출간된 'J이야기'는 신경숙의 작품 중에는 꽤 독특한 편이다. 첫 소설집인 '풍금이 있던 자리'이전에 여러 잡지나 사보 등에 기고한 짧은 작품들을 모은 책이라는데, 실렸던 매체의 성격 탓인지 짧고 간략하면서 밝고 따뜻하고 편안하다(이제까지 신경숙에 작품에 이런 형용사들을 붙일 수가 있었던가?)

작가 자신이 책 머리에 J는 나이기도 하고 당신이기도 할 겁니다.라고 말하고 있듯, 이 책에서의 J는 우리 곁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많은 여자들의 모습이다. 그래서 친근하고, 때로는 동질감이 느껴지고, 때로는 애틋하고, 때로는 흐뭇하다.

물론 마음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만큼, 신경숙 소설 특유의 얇은 비단 같은, 툭 건드리면 찢길 거 같은 섬세함과 지독한 슬픔이 풍겨내는 아름다움은 덜하다. 그러나 뭐, 이것도 좋지 않은가. 지난번 '바이올렛'을 읽으며 그녀가 좀 지나치게 위태하다고 느꼈던 독자인 나로서는, 일종의 중화제, 혹은 잠시의 휴식 같은 이 책이 그럭저럭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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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여왕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자작나무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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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세기 영국은 진정 여왕의 시대였다. 잉글랜드의 메리 1세, 엘리자베스 1세,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메리 스튜어트.

그 중 역사가 평가하는 승자는 당연 엘리자베스다. 그러나 불행한 운명이 그 신비스러움을 더해준, 그래서 아련한 전설로 남은 여왕은 메리 스튜어트였다. 스코틀랜드의 왕위 계승자로 태어나 프랑스의 왕비 자리에도 올랐지만 결국은 단두대에서 마지막을 맞아야 했던, 말 그대로 기구한 운명의 그녀(이렇게 보면 결국 여자로서도 여왕으로서도 가장 불행했던 것은 메리 1세, 블라디 메리인 것 같다).

이 책은 그 메리 스튜어트의 생애를 스테판 츠바이크 특유의 필체로 재구성한 전기이다. 찾아낼 수 있는 객관적 사실로 뼈대가 짜여 있고, 등장인물의 심리처럼 입증되기 어려운 사실을 최대한 설득력있게 그려내고자 하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읽다보면 이성보다는 항상 마음의 명령에 따랐던(그것이 그녀와 엘리자베스의 가장 큰 차이였다) 메리 스튜어트에게 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깊은 연민도 느껴진다.

메리 스튜어트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엘리자베스에 대한 묘사도 메리 스튜어트에 대한 묘사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엘리자베스가 독신을 고수하면서 가끔 히스테리를 일으켰던 이유가 그녀의 여성으로서의 결함 때문이라는 작가의 주장에 대해서는 조금 의심이 가긴 하지만.

독일어 문학인 만큼 조금 딱딱한 감은 지울 수 없지만, 여왕이나 공주라는 단어에 가슴 두근거리는 사람이라면, 정사보다 야사가 더 재미있는 사람이라면, 스코틀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국 튜더시대가 영국사에서 제일 흥미로운 시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메리 스튜어트의 처형장면에 대한 묘사는 어떤 소설보다도 더 비장미가 넘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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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
박철환 / 다모아 / 199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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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경우, 책이건 영화건 이전에 알고 있던 선입견에 의해 좌우되는 폭이 생각보다 크다. 즉 입에 많이 오르내리던 책인 경우 기대치가 너무 커서 실망한 경우가 상당히 많고, 반면 아무 정보 없이, 혹은 큰 기대 없이 집어들었던 책이 예상외의 재미를 줄 경우 그 책에 대한 호감도는 두배가 된다.

이 책도 그랬다. 다른 흔한 로맨스 소설과 같은 표지의 시리즈로로 나온 책이었기에 그 정도의 기대치만 가지고 집어들었다(이렇게 말한다고 로맨스를 비하하고자 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단지 내가 로맨스는 로맨스로서의 문법과 법칙이 있다고 믿는 독자일 뿐이다). 그러나 읽다보니 로맨스보다는 전생과 환생이라는 요소를 꽤 흥미롭게 조합하고,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짜 넣고, 영국 시골의 생활 묘사까지 아주 섬세해서 썩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로맨스가 주 요소기는 하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그러나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사이의 사건에만 집중하지 않고 전체 사건을 깔끔하게 그려낸 작가의 필치도 마음에 들고, 여주인공의 성격이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다른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독자의 기대를 살짝 비켜가는 엔딩의 반전도 일품.

원제는 여주인공의 전생 이름인 'Mariana'. 그렇지만 원제보다도 훨씬 낫다고 생각되는, '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라는 우리말 제목의 네이밍 센스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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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 메이크 업 7
아이카와 모모코 지음 / 대원씨아이(만화) / 200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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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저에겐 화장이 필요악입니다. 인젠 화장을 '해도 되는' 나이를 넘어서, 화장을 '해야 하는' 나이가 되어 버리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면서, 안하고 다니기엔 어딘가 민망하고, 매일 아침 하려니 참 귀찮은 일이 되어버린거죠. 화장하는 게 일상이라기 보단 이벤트였던 과거에는 오히려 화장이 더 즐거운 일이었던 것 같은데요.

이 만화, 해피 메이크 업'은 화장품 메이커 마벨의 판매사원 레이코가 문제점을 안고 찾아오는 손님마다 메이크업을 통해 해결책을 찾아준다는 옴니버스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얼핏 보면 마벨의 화장품은 만병통치약 같습니다. 그렇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화장품은 어디까지나 도구 역할을 할 뿐, 레이코가 손님들에게 찾아주는 것은 자신감과 자기애지요. 화장을 통해 스스로를 아름답게 만들고, 그로 인해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사랑하게 되는 것이 이 만화의 주된 주제니까요.

물론 플롯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사람들은 어이없을 만큼 간단히 행복해집니다(코스메의 마법.이라는 명목으로요). 이런 단순함에도 불구하고 이 만화가 재미있는 건 스토리성이 강한데다 각 에피소드마다 등장하는 메이크업 제품들의 설정이 흥미롭기 때문이겠지요. 만화의 주된 소재가 되는 화장품을 작가가 좋아한다는 것이 느껴지고, 화장품의 아기자기함을 즐기면서 만화를 그린다는 게 느껴져서 보는 사람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현실은 물론 이렇게 간단하지 않지요. 그렇지만 뭐 어떻습니까. 지루한 일상이었던 화장이 이 만화를 보고 나면 잠시라도 가슴 설레는 이벤트처럼 느껴지니까요. 레이코 같은 착한 마녀가 있는 화장품 가게가 있다면 저도 한번 찾아가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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