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틀랜드의 여왕 2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안인희 옮김 / 자작나무 / 1997년 1월
평점 :
품절


16세기 영국은 진정 여왕의 시대였다. 잉글랜드의 메리 1세, 엘리자베스 1세, 그리고 스코틀랜드의 메리 스튜어트.

그 중 역사가 평가하는 승자는 당연 엘리자베스다. 그러나 불행한 운명이 그 신비스러움을 더해준, 그래서 아련한 전설로 남은 여왕은 메리 스튜어트였다. 스코틀랜드의 왕위 계승자로 태어나 프랑스의 왕비 자리에도 올랐지만 결국은 단두대에서 마지막을 맞아야 했던, 말 그대로 기구한 운명의 그녀(이렇게 보면 결국 여자로서도 여왕으로서도 가장 불행했던 것은 메리 1세, 블라디 메리인 것 같다).

이 책은 그 메리 스튜어트의 생애를 스테판 츠바이크 특유의 필체로 재구성한 전기이다. 찾아낼 수 있는 객관적 사실로 뼈대가 짜여 있고, 등장인물의 심리처럼 입증되기 어려운 사실을 최대한 설득력있게 그려내고자 하는 작가의 역량이 돋보인다. 읽다보면 이성보다는 항상 마음의 명령에 따랐던(그것이 그녀와 엘리자베스의 가장 큰 차이였다) 메리 스튜어트에게 한 인간으로서, 여자로서 깊은 연민도 느껴진다.

메리 스튜어트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엘리자베스에 대한 묘사도 메리 스튜어트에 대한 묘사만큼이나 흥미진진하다. 엘리자베스가 독신을 고수하면서 가끔 히스테리를 일으켰던 이유가 그녀의 여성으로서의 결함 때문이라는 작가의 주장에 대해서는 조금 의심이 가긴 하지만.

독일어 문학인 만큼 조금 딱딱한 감은 지울 수 없지만, 여왕이나 공주라는 단어에 가슴 두근거리는 사람이라면, 정사보다 야사가 더 재미있는 사람이라면, 스코틀랜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영국 튜더시대가 영국사에서 제일 흥미로운 시대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 메리 스튜어트의 처형장면에 대한 묘사는 어떤 소설보다도 더 비장미가 넘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