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
박철환 / 다모아 / 1996년 7월
평점 :
절판


내 경우, 책이건 영화건 이전에 알고 있던 선입견에 의해 좌우되는 폭이 생각보다 크다. 즉 입에 많이 오르내리던 책인 경우 기대치가 너무 커서 실망한 경우가 상당히 많고, 반면 아무 정보 없이, 혹은 큰 기대 없이 집어들었던 책이 예상외의 재미를 줄 경우 그 책에 대한 호감도는 두배가 된다.

이 책도 그랬다. 다른 흔한 로맨스 소설과 같은 표지의 시리즈로로 나온 책이었기에 그 정도의 기대치만 가지고 집어들었다(이렇게 말한다고 로맨스를 비하하고자 하는 건 결코 아니다. 단지 내가 로맨스는 로맨스로서의 문법과 법칙이 있다고 믿는 독자일 뿐이다). 그러나 읽다보니 로맨스보다는 전생과 환생이라는 요소를 꽤 흥미롭게 조합하고, 역사적 사실을 제대로 짜 넣고, 영국 시골의 생활 묘사까지 아주 섬세해서 썩 마음에 들었던 책이다.

물론 이 책에서도 로맨스가 주 요소기는 하다. 전생에서도 현생에서도. 그러나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사이의 사건에만 집중하지 않고 전체 사건을 깔끔하게 그려낸 작가의 필치도 마음에 들고, 여주인공의 성격이 생생하게 살아있으며 다른 등장인물들도 매력적이다. 그리고 독자의 기대를 살짝 비켜가는 엔딩의 반전도 일품.

원제는 여주인공의 전생 이름인 'Mariana'. 그렇지만 원제보다도 훨씬 낫다고 생각되는, '새였던 것을 기억하는 새'라는 우리말 제목의 네이밍 센스에도 점수를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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