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을 먹는다
이규형 지음 / 해냄 / 200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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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편집이나 사진상태가 상당히 깔끔한 책이다. 현지에 사는 사람이 발로 취재한 책답게 요리 사진만이 아니라 찾아가는 길이나 메뉴, 가격까지 상세히 소개한 것에도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책 앞부분에서 전반적인 일본 요리 이야기를 짚어주고 뒤쪽에서 각각의 음식점을 소개한 구성도 괜찮다.

무엇보다도 읽고 있으면 꽤 즐겁다. 막상 일본 여행을 가게 된다면 이 책을 가져갈지는 의문이나, 내 집 소파에 편안하게 앉아서 눈으로 일본을 맛보기에는 최고다. 책값외에는 비행기표값도 눈튀어나올듯 비싼 음식값도 필요없는데다 다리품도 안 팔아도 되고 살찔 염려도 없다(너무 비겁한가?). 맛있다 맛있다 하는 곳들을 막상 가보면 꽤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는데 그럴 염려도 없다. 일본음식마니아라던가(사실 나는 일본음식은 먹는 것보다 보는게 더 좋다. 날생선도 싫고, 돼지뼈 국물로 만든 라멘도 별로다) 이규형씨 말대로 일본 음식을 들여와서 외식산업을 할 사람들에게 진정 도움이 되는 책인지는 알 수 없으나 눈으로 음식맛보기를 좋아하는 나같은 독자에게는 나쁘지 않은 책이다.

오래전 처음 이규형씨의 소설을 읽고 뜨악했던 거에 비하자면(그당시에는 그처럼 통속 구어체로 글을 쓰는 사람은 없던 시절이었으니), 이 책의 문체나 스타일도 더이상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내가 그 문체에 익숙해진 것인지 아니면 통신상의 글들을 많이 읽다보니 무뎌진 것인지는 의문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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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시터 긴! 4
와키 야마토 지음 / 학산문화사(만화) / 200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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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일단 설정이 기발한 만화다. '긴'이라는 베이비시터가 의뢰를 받아 여러 가정을 돌아다니면서 아이와 부모가 안고있는 문제를 치유해주고 떠나는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반복되는 전체적인 스토리 라인은 무난하고 평범하다. 그러나 메리 포핀스 차림을 즐겨하는 이 긴이 사실은 아기를 너무나 사랑하지만 자신이 아이를 낳을 수 없어 베이비시터라는 직업을 택한 게이 남성이라는 황당한 설정이 이 작품의 양념이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가볍고, 이런 표현은 좀 그럴지도 모르나, 그야말로 만화적이다. 긴이 만나는 여러 부모와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단순하고, 해결책도 단순하다. 그러나 부모들이 가지고 있는(사실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는 별로 없다. '천사들'에게 문제를 일으키는 건 사실 다 어른들이 아니던가) 문제는 어찌보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현실적인 것이라서 이 만화가 생명력을 얻게 되는지도 모르겠다.

아이를 엘리트로 키우기 위해 어린 시절부터 온갖 과외로 들들 볶아대는 엄마(당연히 그 기저에는 자신의 열등감이 숨어있다. 지나치게 전형적이라 하겠지만, 세상엔 이런 엄마들이 천지다), 육아에는 전혀 관심없이 아내에게만 맡겨두는 무책임 아빠, 혼잣몸으로 아이들을 키우느라 다정하게 안아줄 시간도 없는 또다른 엄마.....문제 리스트는 끝이 없지만, 다행히도 긴의 손길이면 모두 해결된다. 그러나 사실 긴이 해주는 것은 그들이 문제를 올바로 쳐다보게 만드는 것이고, 결국 해결책은 당사자들의 깨달음이다.

뻔하다면 뻔하고 황당하다면 황당하지만, 그래도 유쾌하고 따뜻해서 나는 이 만화가 좋다. 워낙 요리와 아이가 나오는 만화라면 다 좋아하는 내 취향 때문인지도 모르지만, 세상이 너무 버석버석해보일때 한번쯤 기분좋게 읽어볼 만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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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리베로
홍명보 지음 / 은행나무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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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명보 선수를 보고 있다 보면, 때로는 참 지나치게 고지식하고 반듯하고, 그러다보니 가끔은 촌스럽기까지 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도 꼭 그렇다.

그래도 자서전이라는 이름 걸고 처음 내는 책인데 숨겨둔 비화도 없고, 새로 찍은 근사한 사진도 없다(심지어 책표지의 사진도 어느 일본팬이 가져다준 사진첩에서 고른 거란다). 그나마 책에서 좀 말랑말랑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연애와 가족 이야기는 부인 입을 빌어서 이야기하고 홍명보 선수 자신은 오직 축구선수로서 자신이 걸어온 길, 그리고 한국 축구가 앞으로 나가야 할 길에 대해서만 목소리 높여 역설한다.

그는 그런 사람이다. 멋부릴줄 모르고 자신이 한번 이거라고 믿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절친한 친우 황선홍의 말대로 우직한 사람이다.

아마 내가 그를 몰랐더라면 조금은 따분할 수도 있는 이 책이, 내가 홍명보라는 선수를 알고 애정을 가지게 되었다는 사실 하나로 그래도 재미있었다. 이 별 재미없는 책이 월드컵 바람 덕에 무지하게 팔려나간 걸 보면 그는 선수만이 아니라 작가로서도 꽤 운이 좋은 사람인가 보다. 그러나 모두가 늘 말하지 않는가.결국은 운도 실력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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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웨이
거스 히딩크 지음 / 조선일보사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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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잊지 못할 기억을 남긴 2002년 6월, 그 중심에 그가 있었다. 월드컵 4강이라는 기적을 이루어낸 사람. 필드에서 뛰지는 않았지만 필드에서 뛴 선수들보다 더한 사랑을 받고 화제를 모았던 바로 그 사람. 아마도 대한민국이 건국된 이래 가장 많은 사랑을 받은 외국인이 아닐까 싶은, 거스 히딩크.

'마이 웨이'는 히딩크의 눈으로 본 이번 월드컵 이야기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자서전'이라는 부제가 붙어있고, 책의 앞부분에는 히딩크의 과거사가 등장하기는 한다. 그렇지만 책의 대부분은 그와 한국과의 만남, 그가 어떻게 한국팀을 강팀으로 만들어 갔는지, 그리고 그와 한국 대표팀이 2002년 6월의 매일매일을 어떻게 보냈는지에 할애되어 있다.

그가 한국팀을 맡은 이후부터 기록된 그의 메모를 토대로 재구성했다는 일기형식의 글들은 현장감도 들고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나 자신이 히딩크의 팬이라기보다는 전반적으로 축구에 빠져있는 사람이라 그런지 그가 보는 우리 선수들의 장단점이나 작은 에피소드들을 굉장히 재미있게 읽었다. 간만에 손에 잡자마자 떼지 못하고 잠을 설쳐가며 읽은 책이었으니까.

사실 자서전이라고는 하나, 애초 한국어로 쓰여진 이상 세부적인 디테일이나 문체는 히딩크 자신의 것이 아니라 고스트라이터였던 조선일보 기자들의 것이다. 신문의 색채는 차치하고라도, 늘 느끼는 조선일보 기자들의 소위 '글발'도 이 책을 재미있고 편하게 읽을 수 있게 하는데 큰 몫을 한다. 히딩크, 축구, 2002년 월드컵, 셋 중 하나만이라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꽤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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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종국 아름다운 질주 - 송종국 포토에세이
송종국 지음 / 한언출판사 / 200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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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끝나고 우후죽순처럼 쏟아져 나온 책들 중에, 그의 이름이 박힌 책도 끼어 있었다. 솔직히 조금은 실망스러웠다. 아직은 책을 낼 나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으니까. 그리고 그는 네덜란드로 진출했고, '벌써 무슨 책을 내는 건데?'하고 투덜거렸던 나는 한참이나 뒤에 결국은 그 툴툴거리던 책을 샀다(그저 팬인게 죄다).

책을 읽고 난 감상? 생각대로 가볍다. 월드컵 기간 동안 스포츠신문을 비롯한 온갖 매체를 열심히 섭렵했던 사람이라면 다 아는 이야기가 대부분이다(아..그가 대학 신입생때까지만 해도 입에 욕을 달고 살았다는 이야기는 꽤 충격이었지만). 중요한 건 이 책은 책표지에 써있는대로 '포토에세이'라는 것. 결코 자서전이 아니다. 처음 책 나온다는 얘기를 듣고 자서전이라고 생각하고 툴툴거렸던게 좀 미안해졌다. 그는 아직 자서전을 낼 때는 아니며, 본인도 그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진이 절반, 글이 절반 정도로 이루어져 있고, 사진의 퀄리티가 상당히 훌륭하다(팬이라면 그것만으로도 책값이 아쉽지는 않을 것이다).

뒤를 돌아보면야 다들 그렇겠지만, 그리고 그만이 아니라 축구선수들 대부분이 그렇지만, 그도 참 많이 어려운 시절을 보낸 사람이었다는 걸 책을 읽으면서 새삼스럽게 느꼈다. 다행히도 그 시절을 딛고 앞으로 잘 나가고 있는 송종국 선수, 그가 선수로서도 인간으로서도 더욱 성장하기를. 그리고 세월이 오래 지난 후에 그가 낸 자서전을 이 책 옆에 꽂아둘 수 있게 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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