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9월 13일의 문장


그렇게 아주 더디게, 기다림 안에서 기다림이 불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에 빠져들 즈음 응고되고 맺혔던 사유들이 풀려나온다.


[사랑에 대하여](책읽는수요일) - 장석주


ㅁ 어떤 걸 만들어내고 짜내는 과정을 표현한 문장이다.


무언가를 짜낼때 고통이란 답답하기 그지없어서 


스스로에게 화가 나고, 안된다는 회의감도 함께 몰려온다.


그러다 보면 정말 '아 안되겠다...'라는 생각에 도달하게 되고,


그쯤 되서 놔버리고 잊혀진다. 


그러다가 정말 뜬금 없는 순간에, 갑자기 몰아치는 생각이 있다. 


응고되고 맺혔던 사유들이 풀려나온다는 말이 아마 그런 걸 표현한게 아닐까.


흘러나오기 보단 터져나오는 기분이지만 말이다.


ㅁ 끝나갈 때쯤 몰아치는 사유가 애타가 찾길 원했던 결과였다면 정말 행복할 것이다.


모든 사유가 그렇진 않지만, 요즘 그런 기다림에 지쳐간다.


뭔가 답답하지만 찾을 방법이 없는, 그런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요즘.


표현도 세밀하고, 상황이 딱 맞아 떨어져서 자꾸 생각이 났다.


곱씹으며 오늘 하루를 보낸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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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2일의 문장


무엇이든 오래 지속되는 것을 갖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나느 토끼처럼 귀를 기울이고 당신을 들었다](소담출판사) - 황경신


ㅁ 정말 저게 갖기 힘들다. 매번 말하고 다시 보아도 정말 틀리지 않는 말이다.


ㅁ 나에게 오랜 시간을 투자한 걸 고르지만, 운동이 있겠다. 이제 2년이 되가는데,


몸을 만들려고 하기 보단 단순한 이유였다. 체력을 기르고 싶어서...


그렇게 꾸준히 시작한게 이젠 안하면 어색하고 불안해질 정도가 되었다.


그걸 만드는데 1년 넘게 걸렸는데, 지금 하는 공부나 이런 글쓰기는 고작 2달했다.


아직은 부족한 시간인가보다.


ㅁ 사실 요즘 글을 쓸 시간이 없어서 시를 주로 쓰는 편이다.


어떤 좋은 어플리케이션이 있어서 하루에 2번, 글감이 올라오고 거기에 대한 시를 쓴다.


글도 써야한다고 말하면서도 우선순위가 조금 밀렸다. 


이럴 때면 하루 시간이 너무 적단 생각도 든다.


책도 읽고 공부도 해야하고, 알바도 해야하는 바쁜 요즘이 오히려 바빠서


시를 쓰고 이런 글을 쓰는 시간들이 소중하고 좋다.


매 소중한 하루를 느끼는 요즘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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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미에르 피플
장강명 지음 / 한겨레출판 / 2012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я 쓰기 전 я


정말 오랜만에 쓰는 리뷰다.(9월 첫 리뷰!)


써야하는데 써야하는데 하면서 자꾸 조금씩 쓰는 걸 미뤘다. 하루에 한 3줄 썼나??


두꺼운 책 하나 읽기 시작하니 덕분에 한 주의 책 모두가 밀려버린 상황이었다.


이거 말고도, 이 책 이전의 책이었던 [한국작가가 읽은 세계문학]도 쓰고 있다.


진도가 안 나가는게 문제지만... 덕분에 [마음사전]도 밀린 이번 주;;


어쨌든, 한 주의 책을 읽지만 포기하진 않는다. 그곳에 적힌 책은 책임지고 다 읽고 쓸 예정이니까.


다만 조금 늦게 쓸 뿐. 차차 다 쓸 수 있길 바라면서,


지지난주 책인 연작소설 [뤼미에르 피플]에 대한 리뷰를 남긴다.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겹쳐, 현실을 돌아본다.

[뤼미에르 피플](한겨레출판) - 장강명



ㅁ 책의 큰 카테고리는 연작소설이다. 


서울 신촌에 있는 '뤼미에르 빌딩' 8층에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각자의 단편소설의 묶음이다. 


같은 빌딩이라 이야기들 사이에 간간히 다른 방의 이야기가 나오기도 하지만, 


전체적으로 영향을 대단한 영향을 주진 않는다. 


마치 지나가는 사람들의 관계처럼 각자의 이야기는 스치듯 흘러간다. 


그러나 각자의 이야기 속 하나의 알레고리가 담겨있다.



ㅁ 그 알레고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조용히 책을 펼치자.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읽는 게 훨씬 와닿는 게 많다. 이런건 말로 설명해선 안된다. 


굳이 설명하자면, 바로 리뷰의 제목.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겹쳐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만드는 것. 


모든 이야기가 한 구조속에서 여러 갈래로 튀어나온다. 현실을 다시 돌아본다는 걸 굳이 설명해야할까. 


단지 소설의 배경이 서울 신촌이라는 점에서, 이미 현실의 어떤 주제가 담길지 추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걸 이해하고 받아드리는 건 또 다른 문제다.



ㅁ 소설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이야기는 어떤 환상속의 이야기를 읽는 기분이다. 


마치 현대에 만들어진 설화가 아닐까. (정말 먼 미래에 지금 시대의 설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설화는 구전되어 내려오는 이야기를 일컫는데, 


구전되다보면 발생하는 필연적인 꾸며낸 부분, 말도 안되는데 그랬다고 말해지며 전해진 이야기.


딱 그런 느낌이다. 


호랑이가 담배를 필 수 없는 걸 잘 알면서도, 설화에는 '호랑이 담배피던 시절'이 빼놓지 않고 나오는 이유다. 


[뤼미에르 피플] 역시 그런 환상이 반영된다. 


지하도를 다니는 쥐들의 왕국이 있다던지, 박쥐가 되는 사람이 있다던지, 


그런 게 없는 걸 잘 알면서 마치 정말 어딘가에 돌아다니고 있을 핍진성이 드러난다.


거기서 환상과 현실이 절묘하게 오버랩된다.



ㅁ 그렇다면 그 오버랩된 소설 속 신촌, 뤼미에르 피플들은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가. 


이런 질문을 던질 수 있다. 각자의 이야기가 말하는 바가 다 다르다. 


현실에 느끼는 감정을 극적으로 표현하여 그 탄생과 소멸을 느끼도록 만들기도 하며,


정반대의 인생관을 상상하며 무의미한 허무감을 슬며시 흘리기도 한다. 


환상과 섞여 있어서 슥슥 읽다보면 깨닫기는 어려운 것 같았다. 조금 읽으면서 곱씹는 과정을 덧붙인다면, 


뒤늦게 '아아...'라고 툭 튀어나오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걸 느끼는 순간, 이 책은 그 가치를 다한 것이리라.


하지만 책에서 그러듯, 저자가 뭔가 의도를 반영한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묘하게 깨닫는 걸 찾을래도 어려운 이유가 아닐까. 


다만 우리가 글을 읽고 나름의 해석을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읽는 사람은 거기에서 의미를 건져낼 수도 있겠죠. 그건 제 알 바가 아닙니다. 사람은 벽지 무늬나 하늘의 구름, 얼룩을 보고도 무언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벽지나 구름은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804호 마법메미 中 (p. 122)


다만,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소설들의 의도를 조금 알게 된다.


 물론 그게 내가 생각한 의도와는 아주 다르다. 


고로 나만의, 쓴 사람의 의도와 관계 없는 해석을 했다.


역시... 읽기 나름이고 읽는 사람 나름이고 읽는 시기 나름이라는 걸 또다시 깨닫는다.


이 책에 실린 이야기들은 좀 기괴하긴 해도 내가 르메이에르 3차 빌딩과 그 주변을 사랑한 흔적이다.


p. 355


ㅁ 개인적으로 이런 소설류를 좋아한다. 

내용적인 면이나, 서사적인 면이나, 진행력조차 참신하다. 너무 좋다. 


묘하게 겹치면서 영향을 미치지 않는 스토리간의 관계와 실제 신촌에 가면 있을 법한 이야기.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느낄만한 여러 시점이나 간간히 등장하는 교훈. 


'이런게 정말 소설이다.'라고 말하고 싶은 책. 뤼미에르 피플이었다. 


지금도 그곳에 뤼미에르 피플들이 어떤 환상과 현실의 중첩된 공간에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며칠동안 신촌에 가면 항상 생각날 것 같다. 환상 속 그들의 이야기가.




я 밑줄 단어 뜻풀이


접힌 부분 펼치기 ▼

*알레고리 : 표면적인 이야기나 묘사 뒤에 어떤 정신적, 도덕적 의미가 암시되어 있는 비유.

알레고리라는 어려운 단어를 쓰지만 그냥 은유라고 생각하면 된다. 오늘 단어 뜻 알게 되어서 한 번 사용해보았다.


*핍진성 : 진실과 거짓의 구분이 불분명할 때, 외부 시점에서 '진실에 가깝다고 믿어질 만한 정도'를 이르는 형이상학적 성질. 한마디로 사실 같은 거짓인 현상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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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1일의 문장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인지

꽃에 바람이 이는 것인지

가만,

세상의 반이 흔들리고 있다.


[흔들림에 대하여](지하철 스크린도어) 中 - 오영록


ㅁ 세상의 반은 흔들린다고 한다. 하긴... 지구도 자전하면서 축이 움직인다던데


그게 결국 흔들리는 것이 아니겠는가.


어쩜 반이 아니라 그냥 세상은 항상 흔들리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ㅁ 꽃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과 꽃에 바람이 이는 것은 같은 현상이다. 하지만


어떻게 보는냐에 따라 모든 게 달라 보인다.


흔들림이 결국 흔들려지는 것인지, 흔들림에 실리는 것인지


스스로 잘 판단하며 살아야한다. 흔들림에 몸을 맡겨도 좋을 때가 있고


흔들림을 만들어 낼 때가 좋을 시기도 있다.


그걸 생각하는 건 결국 나라는 축이다.


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지하철을 타기위해 책을 읽으며 기다리다가


문득 고개를 든 곳에 저 시가 있었다.


서울지하철의 스크린 도어에는 역마다 시들이 적혀있다.


저걸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보는진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시 하나만으로 피곤한 흔들림이 멈춰질 때가 있는 걸 느꼈다.


시 하나가 만드는 그 공간은 피로에 찌든 곳이 아닌 잠깐동안 흔들린 삶을 멈추도록 만들었다.


책도 좋은데 저렇게 가끔 마주치는 글이 좋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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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9월 10일의 문장


굳은 마음을 말랑하게 하는 시인의 말들


[시의 문장들](유유) - 김이경


ㅁ 굳은 마음이라고 하면, 세상에 등을 돌린 마음일수도 있으며,


세상이 너무 잿빛으로 보이는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굳은 마음은 


그 상태로 너무 위험하다. 어떻게 될지 모르는 마음이라서...


ㅁ 그런 마음을 말랑하게 해준다는 시인의 말. 


우리가 생활하는데 엄청나게 중요하다고 말할 수 없지만


어떤 상황에서, 그 상태에서,


내 마음을 어루만져준다면,


그만큼 가치있는 것이 어디있을까.


항상 필요한 건 아닐지라도, 언젠가 필요할지도 모르는 그런 글들에 대한 이야기라고 한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ㅁ 내 마음도 조금 말랑하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슬슬 삶에 서글픔이 느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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