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엔 꽃을 지긋히 바라보는 사람들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ㅣ J.H Classic 2
나태주 지음 / 지혜 / 2015년 6월

요즘엔 꽃을 지긋히 바라보는 사람들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꽃을 보듯 너를 본다] - 나태주

ㅁ 처음으로 구매한 두 개의 시집 중 그 두 번째 시집, 나태주 시인의 [꽃을 보듯 너를 본다]라는 책이다. 일단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이 책을 모두 읽지 않았다. 읽을 수 있었는데도 일부러 아껴놨다고 말하는게 정확하겠다. 그래서 사실 리뷰를 쓰면 안될 것 같았는데 그래도 안읽은 건 아니니 내가 본 부분까지라도 리뷰를 쓰려고 한다. 나중에 좀 다른 느낌의 리뷰가 필요하면 안의 시만으로 리뷰를 쓰면 될테니..!

ㅁ 첫 번째 시집이었던 [목성에서의 하루]와는 다르게 무겁지 않은 느낌의 시구들이 많았다. 누가 읽어도 '아 그런 뜻이겠구나' 이해할 수 있는 시집이었다. 그걸 가볍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가볍다고 그 의미가 가볍진 않았다. 깊이는 깊되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는 시어와 문장을 사용함으로서, 가독성이 무척 괜찮다. 맘편히 그냥 길다가 한 구절 읆어볼만한 구절도 많았다. 굉장히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시집이었다.

ㅁ 이 집은 나태주 시인이 인터넷에 올린 시들 중 반응이 좋았던 시들을 모아 출판한 시집이라고 한다. 나태주 시인은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 너도 그렇다. 라는 시의 지은 분이다.(제목이 아마 풀꽃이었다.) 적절한 비유와, 그리고 마음을 달래는 듯한 시의 말투는 이 시만 그런게 아니라 모든 시가 비슷한 느낌이다. 비슷해서 지루하다고? 그건 아니다. 오히려 비슷해서 읽으면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이런 책은 몰아서 읽는 게 아니라 하나씩 천천히 음미하며 읽을 필요가 있다. 그런 이유로 앞에서 말했듯, 역시 시는 아껴 읽어야 한다.

ㅁ 시집의 제목처럼, 꽃을 보듯 너를 본다는 말이 마음에 끌린다. 시집을 처음 보았 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꽃을 어떻게 봤더라... 사실 꽃을 그리 자세히 보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정신없이 바빠서, 그리고 주변에 꽃이 많지 않아서, 이런 저런 이유로 꽃을 본 적이 내 생애 몇 시간이나 될까 싶었다. 그렇게 지긋히 바라보는 눈을 언제 가졌는지 돌아보게 된다. 동시에 그런 눈을 가진 사람들이 이젠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에서 느껴지는 감정이라는 게 있었는데, 요즘 만나던 사람들에겐 전혀 눈에 생기가 없었다. 메말라버린 황무지를 보는 기분이었다. 내 눈도 저럴까. 잠깐의 여유도, 서글픔도, 이제는 그런 감정조차 느낄 찰나도 없는 것 같다.

 시의 장점은 확- 읽을 수 없다는 점이다. 하나하나가 짧지만, 아니 짧기 때문에 천천히 읽게 되는 매력이 있다. 그것은 앞서 말한 '찰나'를 채우기에 충분하다. 잠깐의 틈도 어떤 감정적인 찰나를 만드는 글. 바로 시라서 가능한 게 아닐까.

ㅁ ... 약간 시라는 주제에 대한 글이 되버렸다. 어쨌건 다시 돌아와서[꽃을 보듯 너를 본다]를 읽다보면 애초에 단어선택부터 따듯하고 포근한 느낌이라, 시집 자체가 그런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주제가 한정적이란 느낌도 받는다. 위로, 사랑, 희망 그런 긍정적인 단어들의 집합으로 시가 이뤄졌다면, 그 주제 역시 거기에 한정될 수 밖에 없는 건 당연할지도 모르겠다. 물론 100% 그런 건 또 아니다. 하지만 비슷한 느낌이라 읽다보면 점점 뻔해진다. 나눠서 읽고 있는데도 그랬다. 처음에 읽기 시작했던 느낌과 많이 달라졌다. 더 아껴서 봐야하는 건가. 아니면 애초에 우울한 날에만 골라 읽어야 할까. 점점 읽으면서 그런 생각이 머릿속에 멤돌았다.

ㅁ 한 시집에 여러 주제가 담기는 것도 어려울지 모르겠다. 그리고 이 시집은 사람들에게 반응이 좋았던 시집을 모았기 때문에, 우울한 내용의 시가 대중에겐 받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다. 시는 감성을 건드려야 하는 작품이니까. 그래서 비슷한 주제의 내용일 것이라 생각했다. 다르게 생각하면 대체로 모두가 글에서 받는 감정이 비슷하다는 점이다. 사랑, 위로가 가장 큰 영역을 차지하고, 또는 길지 않으면서도 임펙트 있는 표현들이 많았다. 각자가 생각하는 시는 달랐겠지만 보편적인 감성이 있는 건가. 그럴지도 모르겠다.

ㅁ 찬찬히 시를 읽다보면 입술로 중얼거리는 나를 발견한다. 시는 다른 글과 다르게 무언가 읊어야 하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시집을 머릿속으로 읽는 것과 소리 내어 읽는 느낌은 또 다른 걸 알았다. 괜히 낭독이라는 게 있는게 아닌가 보다. 낭독하기엔 너무 긴 소설과 다르고, 또 유일무이한 시만의 특징이겠다. 그런 시가 좋다. 시집을 하나씩 보면서 점점 내 취향을 알아가는 느낌이 좋다. 다음엔 어떤 시집을 읽을지 또 기대하게 된다.

ㅁ 마지막으로 가장 와닿던 시 하나를 남긴다. 음미해보았으면 좋겠다.

그냥 줍는 것이다.

길거리나 사람들 사이에

버려진 채 빛나는

마음의 보석들

- 시 -

2019년 1월 12일의 문장

2019년 1월 12일의 문장

One day more!

- 레미제라블 -

ㅁ 매년 새해를 맞이할 때, 무엇을 했는지 생각해보면 잘 생각나는 해가 있던가?

다른 해들은 잘 모르겠지만 확실한 건 13년 새해는 확실하게 기억난다.

그 해 새해는 보신각 종소리를 들으러 종각에 갔고, 돌아가는 길이 아쉬워서

근처 영화관에 들어가서 심야 영화를 본 기억이 난다. 

그 때 마침 하던 영화가 바로 <레미제라블>이었다.

ㅁ 새해를 맞이하고 12일이 지난 지금, 문득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다가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새벽녘에 몇 없는 영화관에 앉아 눈은 졸린 채, 영화를 끝까지 봤던 기억.

노래들이 하나같이 좋아서 끝나고도 며칠동안 OST만 들었다.

그 중 하나가 one day more이다.

각자의 고민들이 한데 어우려져 노래에 담겨있다가, 마지막 절정에 터지는 노래.

내일이면 모든 게 결정날 것이라는 그 말이,

지금 이 순간에도 중요한 선택이나 결과를 앞둔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울림이다.

오랜만에 들으니 역시나 좋은 노래였고, 오랫동안 기억할 음악영화로 남을 것이다.

우연치곤 너무 좋았던 오늘.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2019년 1월 11일의 문장

2019년 1월 11일의 문장

열심히 일하시고 주변에 겸손하세요.

그러면 상상도 못했던 일들이 일어날 것입니다.

- 코난 오프라이언 -

ㅁ 예전에도 말한 바가 있지만, 현 사회 속엔 돌고 있는 노력에 대한 비꼬는 분위기가 있다.

물론 노력이 100% 보장한다곤 말할 수 없지만, 그의 말처럼 그 와중에

'상상도 못할 일'들이 발생하기 마련이니까. 그래서 우린 노력한다.

그리고 흔히 말하는 착하고 겸손하고 존중하는 일들을 행한다.

그게 어떤 대단한 걸 만들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단지 그런 사소한 것들이 모여

내가 미처 깨닫지 못한 어떠한 일이 될지 아무도 모르는 것이니까.

그걸 폄하하는 건 사실 좋지 않은 것 같다.

잘 생각해보면 애초에 그거조차 믿지 않는다면 어떤 걸 믿고 살아야하는가.

그런 지푸라기라도 붙잡는 게 과연 나쁜 거라고 말한다면, 그건 너무 잔인한 인생이다...

괜히 밑져야 본전이라는 말이 나오는 게 아닐 것이다.

그러니 일단은 달리고 노력하다보면, 어떤 기회가 생기겠지.

너무 막연해서 전혀 믿기진 않지만, 수많이 앞서 나간 사람들의 말을 듣고 있자면

꼭 그게 틀린 말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마치 그의 말처럼 말이다.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2019년 1월 10일의 문장

2019년 1월 10일의 문장

나와서 밥 먹어!

어머니의 말

ㅁ 아침을 손수 지어 계란를 2개 꺼내 프라이를 만들어 먹는 날이었다.

문득 어머니가 생각났다. 어머니는 이보다 대단한 밥상을 도대체 몇번이나 준비하신걸까...

자취든 아니든 집을 나와서 혼자, 적어도 부모님과 떨어져 살게 된다면

누구든 한 번 쯤 느끼는 감정. 위대함이라곤 표현하기엔 너무 뭉클한 그 감정.

그리고 저 말투가 생각나는 아침이었다.

ㅁ 잠에서 깰때면 아무런 소리가 들리지 않은 채,

가만히 천장을 바라보고 있으면 찾아오는 외로움이 있다.

일어나면 바쁘게 움직여야겠지... 그런 생각에 잠깐 눈 떠진 그 짧은 몇 분에

내 머릿속에 생각이 온 방 안을 뛰어다닌다.

고향에 있다면 꼭 이때쯤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있었지.

밥 먹으라는 그 말에 슬슬 몸을 일으켰는데,

이젠 그 목소리조차 들리지 않은 채, 그저 고요하게 부스스 일어나는 오늘.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

2019년 1월 9일의 문장

2019년 1월 9일의 문장

나이가 들수록 말이네. 마음속에 묻어야 하는 말이 늘어서 그런 것 같네.

[좋은 생각] 1월 호 특집 글 中

ㅁ 마음속에 묻어야 하는 말들이 그렇게도 많아서, 묻다가 못해 자기 자신까지도 묻게 되버린 걸까.

그런 생각이 들면 마음속 한 편이 아려온다.

마음속에서 맴도는 말들이 점점 늘어나고, 안에서 섞이면서 고인다.

그렇게 마음 속 멍이 되어 남는다.

나이가 들수록 금방금방 툭툭 던지는 게 바로 이런 멍에서 튀어나온 게 아닐까.

묻은 말들이 튀어나오는 현상이지 않을까?

어디에도 내뱉지 못한 말들이 마음속에서 갇혀 있다가 다시 튀어나오려고 할 때,

그러기 전에 미리 빼둬야 한다.

괜히 대나무숲 같은게 있는게 아니니까.

각자만의 대나무숲이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 듯한 사람들.

어디 토해낼 각자의 '대나무숲'은 어디에 있는가?

ㅁ 하루를 담는 문장 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