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회사들은 은퇴자들이 다음과 같은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녀들과 따로 떨어져 단독 가구를 형성하며, 자녀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경제적 지원도 받지 않는다.”

한국인의 부모 부양 의식이 날로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58년 개띠를 대표하는 베이비붐 세대들은 위로는 부모 부양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지만, 아래로는 자녀들에게 부양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스스로 은퇴 후를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회사들은 그러한 주장의 근거로 각종 통계 자료를 들먹인다.


통계의 거짓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많은 경우 통계는 사용자의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해 입맛에 맞게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통계청에서 표본 가구(17,000가구) 내의 만 15세 이상 가구원을 대상으로 조사한 ‘2010 사회조사’에는 ‘부모 부양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이 있었다.




[질문] 부모님의 노후 생계는 주로 누가 돌봐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2010 사회조사, 부모 부양에 대한 생각
01 가족, 정부, 사회 47.4퍼센트
02 가족 36퍼센트
03 스스로 해결 12.7퍼센트
04 정부, 사회 3.9퍼센트
05 기타 0퍼센트


한국인들이 부모 부양에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기 위한 수단으로 통계가 사용된다면, 47.4퍼센트가 응답한 ‘가족과 정부, 사회가 함께 돌봐야 한다’를 36퍼센트가 응답한 ‘가족이 돌봐야 한다’와 합쳐서 무려 83.4퍼센트 부모 부양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을 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반대로 한국인이 부모 부양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주장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된다면 ‘가족’이 돌봐야 한다는 응답만 따로 떼 내어 36퍼센트만이 가족이 돌봐야 한다고 응답했다며 사용할 것이다. 실제로 많은 미디어에서 이 통계를 부정적으로 해석했고, 심지어는 부모 부양이 정부와 사회에 떠넘겨졌다고까지 표현했다.




이처럼 찍어내려면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찍어낼 수 있고, 사용자의 입맛에 맞게 멋대로 사용되기도 하는 거짓말이나 다름없는 통계들은 보험회사들이 늘어놓는 주장의 원천이자 그들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유일한 수단이다. 다시 말해 한국인들의 부모 부양 의식이 날로 흐려지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는 어디에도 없다.


여론 조사 등의 통계 자료를 접할 때는 우선 누가, 무슨 목적으로 조사했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해 봐야 한다. 그리고 조사에 드는 비용을 누가 후원했는지를 확인해본 후, 만약 누군가가 전적으로 후원을 했다면 그 후원의 동기를 미루어 짐작해 봐야만 한다.


그다음으로는 표본이 적절한지를 확인해 본 후, 질문지의 항목을 확인해 보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통계를 해석하는 데 있어서 그 해석들이 타당한 것인지를 따져보라. 만약 이런 것들이 번거롭다면 그냥 모든 통계를 믿지 마라. 어차피 당신이 접하게 되는 대부분의 통계는 엉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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