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월 중국 최대 국영방송 CCTV에서 한 편의 광고가 방영되었다.

“펜티엄4 컴퓨터 한 대에 4888위안!”이라는 문구가 단번에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시중에 나온 펜티엄4 노트북 평균 가격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었다. 광고가 나간 이튿날부터 중국 전역의 하시 매장마다 노트북을 사려는 사람이 길게 줄을 섰다. 일부 도시에서는 물량 부족으로 한때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경쟁 업체들은 적자를 감수한 하시의 궁여지책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낮은 가격에 노트북을 판매해서는 결코 수익이 나올 수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설립한 지 5개월도 안 된 하시가 저가 전략을 통해 얻은 것은 브랜드 홍보만이 아니었다. 업계 예상과 달리 무려 1천만 위안이 넘는 순익을 올렸다. 그해 7월 하시는 판매 가격이 3천 위안도 안 되는 저가의 데스크탑 컴퓨터도 출시했고, 이듬해인 2003년 4월 또다시 6천 위안짜리 고급 사양의 노트북을 내놓아 이목을 집중시켰다. 무서운 신생업체가 노트북 시장에 또 한 발의 직격탄을 날린 셈이었다.

 

하시가 파격적인 가격에 제품을 판매하고도 수익을 냈던 비결은 무엇일까?

 

 

 

2001년 초 중앙처리장치CPU 기술 발달로 컴퓨터 메인보드에 일부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풍문이 업계에 돌았다. 그러자 많은 업체가 기존 CPU를 포기하고 새로운 CPU 사용을 위한 준비에 들어갔다.

 

미국과 유럽 업체들은 물론 한국, 일본, 중국, 홍콩, 타이완 기업까지 일제히 보유한 CPU 재고를 처분하기 시작했다. 당시 컴퓨터 메인보드 업체였던 하시의 우하이쥔 사장은 업계의 이러한 움직임에서 기회를 발견했다. 그는 재고 처분이 시작된 CPU를 싼 값에 사들인다면 저가이면서 질 좋은 컴퓨터 생산이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아직 수요가 있고, 또 이미 검증된 CPU들이었다. 이를 잘 활용하면 우수한 제품이 될 수 있었다. 메인보드를 다소 개조해야 하지만 전체적인 성능에는 전혀 영향이 없었고, 저렴한 가격을 경쟁력으로 충분히 시장을 공략할 수 있다고 그는 예상했다.

 

우하이쥔은 적은 자금으로 대량의 부품을 확보한 뒤, 이를 조립했다. 4천888위안짜리 노트북은 이렇게 태어났다. 부품 가격이 낮기 때문에 시중 가격보다 월등히 싼 가격에 판매해도 수익을 낼 수 있었다.

 

우하이쥔 사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 놀라운 성공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무턱대고 가격을 낮춘 것이 아닙니다. 사전에 수익목표를 세우고 가장 합리적인 수준에서 수익을 창출했습니다. 컴퓨터 시장의 자원을 면밀히 분석하고 우리가 가진 기술력을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만들었습니다.

 

 마케팅 전략에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 번째는 차별화입니다. 그런데 가전제품은 범용성이 강하기 때문에 차별화 경쟁이 쉽지 않습니다. 중요한 기술 혁신은 매우 힘든 일이지만, 아무리 대단한 혁신도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두 번째는 시장 세분화 전략입니다. 예를 들어 특정 분야에서 사용하는 전용 컴퓨터를 개발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 역시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우리에겐 불가능합니다. 자칫 주류 브랜드에 밀려 시장에서 완전히 퇴출될 위험이 있습니다.

 

우리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배수진’ 뿐이었습니다. 이미 유명 브랜드가 나누어 가진 시장을 빠르게 공략해야 승산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선택한 방법이 바로 원가절감이었습니다. 이게 바로 마케팅의 세 번째 전략입니다. 우리는 원가절감전략으로 경영비용을 효과적으로 줄였을 뿐 아니라 새로운 브랜드 창출로 주류 시장에서 생존할 자리를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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