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은 제비뽑기나 주사위 던지기처럼 운이 승패를 좌우하는 게임에서조차
자신이 개입하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자신은 다른 사람들과
다르기 때문에 우연에 영향을 미칠 수 있으며, 행운은 자기편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몇 해 전 둘째 동생이 길을 걷다가 로또를 주운 적이 있었다. 아직 추첨하지 않은 로또였고, 집에
돌아온 동생은 무척이나 기분이 좋아 보였다.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주운 로또를 2만 원에 사겠다고
제안했지만, 동생은 단호하게 거절했다. 일요일 아침, 동생은 잠이 덜 깬 나에게 주운 로또를
2만 원에 팔겠다고 했다. 참고로 로또 추첨은 매주 토요일 저녁에 한다.
사람들은 주사위 던지기나 로또처럼 우연이 모든 것을 결정하는 사건에까지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여긴다. 따라서 전적으로 우연에만 좌우되지 않는 사건들에 대해서는
자신이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심지어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 조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자면 재테크, 사업, 연애 등이 그렇다. 특히 자신이 사건에
어떻게, 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그럴듯하게 설명할 수 있는 경우에는
더더욱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은 “자신 있어!”라는 말을 즐겨 사용한다.
하지만 매번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나도 다이어트에는 자신 있었고,
올해도 어김없이 금연에 실패한 어떤 이도 금연에는 자신 있었다.
아마도 18세기 남해회사에 투자했다가 큰 손실을 본 뉴턴도 투자에 자신 있었을 것이고, 권리금도
회수하지 못한 채 문을 닫아야 했던 우리 동네 가겟집 사장도 장사만큼은 자신 있었을 것이다.
사람들 모두가 자신 있어 하지만, 모두가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감의 크기와 성공의 크기는 절대로 비례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