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작가 알퐁스 도데의 소설 《마지막 수업》은 1873년 발표된 이래 전 세계 수많은 언어로 번역 출간되어 큰 호평을 받았다. 《마지막 수업》은 프랑스의 알자스 지방을 배경으로 한 소설이다. 소설 속에서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프랑스어로 하는 마지막 수업이라고 말한다. 프랑스가 전쟁에 패하자 알자스 지방의 프랑스어 수업을 금지하고 대신 독일어를 가르치게 한 것이다.

 

이 소설만 보면 알자스 지방이 본래 프랑스 영토이고 독일이 그것을 빼앗은 침략자처럼 보이지만, 사실 알자스-로렌 지역은 중세 이래로 줄곧 독일어 사용 지역에 속했다. 현재도 알자스 지방 사람들은 독일어와 매우 유사한 알레만어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 훗날 프랑스가 알자스-로렌 지방을 되찾았을 때도 《마지막 수업》과 비슷한 장면이 또 다시 연출되었을 것이다. 더 이상 독일어를 배울 수 없게 된 학생들이 비통한 심정으로 독일어 선생님과 작별하는 뒤바뀐 상황으로 말이다.

 

독일과 프랑스는 영토소유권을 놓고 무수히 많은 전쟁을 치렀는데, 그 중 양국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했던 지역이 바로 알자스-로렌 지방이다. 이 두 지역에 프랑스와 독일의 역사적 은원 관계가 농축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0년전쟁(1618~1648년)이 끝나고 체결된 베스트팔렌조약에 따라 패전한 독일은 알자스-로렌 지방이 프랑스의 소유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했다. 하지만 1870년 프로이센과 프랑스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고 프랑스가 패배하면서 알자스-로렌 지방이 다시 독일에 귀속되었다.

그러나 그 후에도 알자스-로렌 지방의 시련은 계속되었다. 1919년 베르사유조약으로 다시 프랑스로 귀속되었다가 1940년에 히틀러에 의해 독일에 합병되었으며, 1945년에 프랑스가 두 지역에 대한 주권을 회복해 현재에 이르렀다. 지금 이 지역은 뫼즈, 모젤, 뫼르트에모젤, 보주 네 주로 나뉘어 있다.

 

독일과 프랑스는 왜 그토록 알자스-로렌 지방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한 걸까?

알자스-로렌 지방을 사이에 두고 왜 그토록 분쟁이 끊이지 않은 걸까?


 

 



 

알자스와 로렌은 유럽의 젖줄인 라인 강의 서쪽 기슭에 위치한다. 프랑스가 이곳을 점령하면 라인 강과 아르덴 고원이 프랑스 동쪽을 방어하는 천혜의 장벽이 될 뿐 아니라 라인 강을 관통하는 독일의 교통로를 단절시켜 전략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다. 독일의 입장에서는 알자스와 로렌을 점령하면 라인 강을 통해 직접 대서양으로 진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다.

 

그런데 산업혁명 시대에 들어서자 이 두 지역에 지리적 가치 외에 더욱 중요한 가치가 더해졌다. 바로 풍부한 석탄 자원이 매장되어 있고 석탄과 관련된 산업이 이미 형성되어 있었다는 점이다. 프랑스든 독일이든 이 두 지역을 확보할 경우 경제적으로 큰 도약을 이룰 수 있었다.

 

엄밀히 말하면 두 나라 중에서도 프랑스에게 더 절실하게 필요했다. 본토에도 석탄 자원이 풍부한 독일로서는 이곳을 잃는 것이 다리 한 쪽을 잃는 것과 같지만, 석탄 등 천연자원이 넉넉지 못한 프랑스로서는 이 지역을 빼앗기면 경제 전체의 성장이 둔화돼 새의 날개가 잘려나간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산업혁명 이후 이 두 지역은 독일과 프랑스의 존망 자체를 좌우할 만큼 중요한 가치를 가지게 되었고, 실제로도 양국의 흥망성쇠가 이 지역을 얻었는지 여부에 의해 좌우되었다.


 

  - 저탄소의 음모(거우홍양 지음, 허유영 옮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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