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탄소의 음모/거우홍양/라이온북스

 

신문이나 TV, 인터넷 등을 보면 바다 속으로 가라앉는 태평양 섬나라들의 이야기가 끊임없이 흘러나온다. 새하얀 얼음과 눈으로 뒤덮인 북극은 몇 십 년 만에 녹아내려 누르스름한 맨땅을 드러낸다. 시커먼 연기를 내뿜는 공장 굴뚝 장면이 이어진다. 공신력 있는 기관들은 산업화 이후 인간의 계속된 탐욕으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되고 있으며 지구가 자칫 멸망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지목된 이산화탄소는 이제 인류의 최대 적이다.

 

가만, 그런데 이게 정말일까? 지난 수 십 년 사이에 이루어진 산업화로 지구가 갑자기 뜨거운 용광로로 변했을까? 이산화탄소가 모종의 세력에 의해 애꿎은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닐까? 우리는 혹시 속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신간 ‘저탄소의 음모’는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각종 이슈의 허실을 따져 묻는다. 더 나아가 유럽과 미국의 탄소 감축 주장을 낱낱이 분석하고 왜 그들이 이산화탄소를 인류 공동의 원흉으로 몰고 가는지를 파헤친다. 중국 쓰촨성 출신 거시경제 전문가로 중국과 국제 경제 상황을 큰 틀에서 분석해온 거우홍양이 지난해 5월 펴낸 책이다.

 

저자는 총 8장에 걸쳐 중국 경제가 발전해 온 발자취와 세계의 정치 경제 판도가 변화돼온 역사를 되짚으며 저탄소의 본질을 설명한다. 이산화탄소로 인한 지구온난화 주장에 정면으로 맞서기 위해 구체적이고 다양한 사례가 이어진다. 양귀비가 즐겨 먹었던 열대과일 ‘여지’가 당나라 시대에는 ‘부지(지금의 충칭 부근)’에서 났던 점을 제시하며 지구온난화는 산업화 이전에도 있었다고 주장한다.

 

북극곰에 관한 다음과 같은 대목도 흥미롭다. “지구상에는 모두 19종의 북극곰이 있는데 캐나다 북극곰만은 유일하게 개체 수가 증가하고 있다. 지구온난화가 진행된다면 북극곰의 종류에 따라 각기 다르게 작용할 리도 없는데, 어떤 종은 개체 수가 감소하고 또 어떤 종은 증가하는 것일까?”(155쪽)

 

저자는 지구온난화 주장의 이면에는 유럽의 음모가 숨어있다고 의심한다. 석유자원 전쟁 끝에 미국에게 세계 경제의 패권을 넘겨준 유럽이 대체에너지 개발에 눈을 돌려 풍력과 태양열, 원자력, 조력 등 신재생에너지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이후 석탄과 석유 사용을 줄이고 신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자는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다시 말해 신재생에너지 관련 원천기술을 쥔 유럽이 ‘저탄소 카드’를 통해 유로화의 패권을 노린다는 뜻이다.

 

흥미로운 주장이기는 하지만 지구온난화를 둘러싼 거대하고 복잡한 이슈를 단순하게 ‘선진 강대국의 음모’로 규정하고 해석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피하기 어려울 것 같다. 일부분에서 과학적·논증적 반박보다는 중화주의적 사고에 입각한 추론과 파편적 사례가 이용되는데 독자들이 쉽게 받아들일지 미지수다.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저탄소를 둘러싼 국제관계의 이면에 숨겨진 암투를 간파할 수 있기를 바란다. 저탄소라는 명분으로 다른 이익을 추구하려는 행동을 거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제적 이슈와 흐름에 무작정 순응하지 말고 눈을 부릅뜨고 감시하자는 말인데, 이런 주장은 귀담아들을 만하다. 허유영 옮김.

 

쿠키뉴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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