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사람은 커뮤니케이션을 하는데 가장 큰 문제를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다. 동물은 ‘언어’를 갖지 않기 때문에 인간과 같은 고도의 소통은 할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사실을 그 반대이다. 사람은 세밀한 뉘앙스나 해석의 차이 때문에 싸우기도 하지만 울음소리를 이용하여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돌고래나 고래가 말싸움을 하는 것은 본 일이 없다.

 

사람은 지도를 그려 길을 설명해도 길을 잃는 경우가 있지만 자신이 발견한 먹이가 있는 위치를 춤으로 상대방에게 알리는 꿀벌은 아무도 길을 잃지 않고 먹이가 있는 곳을 찾아낸다. 동물의 커뮤니케이션은 사람의 그것보다 불편해 보이지만 사람보다 훨씬 정확한 의사소통을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원활하게 커뮤니케이션을 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커뮤니케이션의 도구가 언어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언어란 정확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매우 애매하다.

 

예를 들어 ‘컵’이라는 단어가 있다. 우리는 ‘컵’은 어떤 소재로 만들어졌고, 어떤 모양의 컵을 상상할까? 세상에는 다양한 컵이 있지만 그것들은 모두 누군가의 머릿속에서 생겨난 이미지를 기준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즉 각자의 머릿속에는 다양한 컵이 있어서 컵이라는 단어만으로는 이미지를 공유할 수 없다.

구체적인 물건을 나타내는 단어가 이 지경이니 더욱 복잡한 사랑과 같은 개념은 아무리 사랑한다고 떠들어도 그 단어만으로는 자신의 생각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없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대화를 하면 전달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지금까지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상대방의 말이나 문장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면 대개의 경우 실패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말만으로는 전달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로 사물을 생각하려고 한다.

 

아무리 사랑한다고 해도 상대방에게 자신의 느낌을 전달할 수는 없다. 이렇게 생각하면 어떻게 하면 조금이라도 상대방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를 생각할 수 있다. 마찬가지로 상대방이 한 말도 분명히 상대방이 하려고 했던 말이 아니라고 생각하면 사실은 무엇을 전달하고 싶은 것인지를 생각할 수 있다.

 

[어린 왕자]에 나오는 여우는 정말로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정말로 전달하고 싶은 것도 말로는 전달할 수 없다.

 


- 도넛의 구멍(야스다 요시오 지음, 정선우 옮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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