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나르시스트에 관한, 공주병,왕자병에 관한 나르시스트적 심리라는 글을 포스팅 했었는데요, 약간 다른 견해의 글을 읽게 되서 연달아서 포스팅 합니다^^! 저 역시도 나르시스트라고 하면 부정적인 이미지만 떠올랐는데 조금 다른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얼마 전에 중학교를 졸업할 수 없을지도 모를 위기에 빠진 아들에게 공부의 의미를 이야기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다. 시간이 되어 약속장소로 가니 아들이 벽에 기대어 코난 도일의 책을 읽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손에 지닌 책은 너덜너덜 했었다.

 

“코난 도일을 좋아하니?”

 

라고 물었더니 아들은 “뭐 그렇죠.”라고 대답했다.

 

“그 책 몇 번 읽었니?”라고 물었더니 의외로 처음 읽는다고 했다. 중고서적을 샀느냐고 했더니 그렇지 않다고 했다. 가지고 있었더니 어느 샌가 너덜너덜해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해할 수 있었다.

 

“너 말이야. 코난 도일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코난 도일을 읽고 있는 네 자신이 좋은 거지?”

 

그러자 심드렁하게 반응하던 아들은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어요?”

“당연히 알지. 나도 똑같거든.”

 

그런 자신을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은 아니다. 다만 코난 도일을 읽고 있는 스스로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는 것이 좋은 것이다. 요컨대 나르시스트인 것이다.

 

내가 나르시스트이기 때문에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나르시스트가 되는 것은 남자에게 중요한 일이다. 사실 나는 매우 태도가 불량한 택시 운전기사를 만나더라도 내릴 때에는 반드시 ‘고맙습니다’라는 말을 한다. 가끔 같이 타고 가는 사람에게 ‘훌륭하시네요’라는 말은 듣는데 아마 그 사람이 생각하는 것과 내가 감사의 말을 전하는 이유는 다를 것이다.

 

나는 고맙다는 말을 하면 말이 돌고 돌아 나에게로 돌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해서 그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그런 말을 할 수 있는 자신이 좋기 때문에 고맙다는 말을 한다. 아들의 코난 도일과 나의 감사의 말은 같다는 의미다.

 

나는 나 자신에 대해서 ‘이 얼마나 멋진 놈인가’라고 생각하고 싶다. 그렇기 때문에 스스로 멋지다고 생각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나르시스트란 매우 멋있는 것이다. 게다가 나르시스트의 경우 스스로를 바라보기 때문에 남이 보든 말든 그렇게 한다. 나르시스트인 나에게 가장 업무의 진행에 도움이 되는 것은 별로 보잘 것 없는 찻집이다. 보잘 것 없는 찻집에는 보잘 것 없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 그 속에서 열심히 일을 하는 나 자신은 매우 멋있다. 그래서 일이 잘 된다. 바보 같은 이야기이지만 사실이다.

 

그러나 같은 찻집이라고 하더라도 고급 호텔의 라운지에서는 그런 기분이 나지 않는다. 왜냐면 고급 호텔의 라운지에는 나와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열심히 일을 한다고 해도 열심히 일하는 많은 사람 중 한 사람이 될 뿐이다. 그렇다면 별 의미가 없다.

 

나르시스트에게 중요한 것은 커피의 맛도 호사스러운 인테리어도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공간이라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음식이 맛이 없고, 피곤해 하는 중년 남자들이 스포츠 신문을 읽고 있는 찻집에 문턱이 닳도록 다니는 이유다. 그 찻집에서는 내가 압도적으로 멋있게 보이기 때문이다.

 


- 도넛의 구멍(야스다 요시오 지음, 정선우 옮김)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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