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SA의 멋진 사진 도서관에 소장되어 있는 1972년 아폴로 17호에서 찍은 지구 사진. 아프리카와 아라비아 반도 바로 아래로 남극이 보인다.

 

남극에 갔을 때 나는 바로 이런 각도에서 달에 있는 누군가가 지구를 내려다보고 있을 거라는 상상을 했었다. 그 사람이 한 남자가 온종일 남쪽을 향해 혼자 걸어 아무것도 없는 새하얀 세계 속으로 들어가 저녁에 텐트를 치는 모습을 볼 것이라고. 하루하루, 매주 변함없이 말이다. 달에 있는 누군가는 이 남자를 보며 바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다 그 사람은 한참 북쪽으로 시선을 돌려 한 명만이 아닌 수천 명의 사람이 아침 일찍 그들의 작은 집을 나와 오 분 혹은 한 시간씩 앉아서 혹은 서서 줄을 지어 있다가 큰 건물에 도착하는 모습을 본다. 그리고 거기서 매일 같이 여덟 시간 혹은 열 시간을 지내다가 또다시 똑같은 줄을 거쳐 그들의 작은 집으로 돌아가 저녁을 먹고 텔레비전 뉴스를 보는 생활을 반복하는 모습을. 일주일에 닷새, 매년 48주 동안 변함없이.

 

그 시간 동안 다른 점이 있다면 가장 열심히 노력하는 이들이 결국 남들보다 조금 더 큰 집을 갖게 되는 것일  뿐, 아침에 그 집을 나서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이런 생각을 하자 나는 더 이상 나 자신이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 엘링 카게 지음,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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