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노자는 어째서 ‘부쟁(不爭, 다툼이 없음-역주)’을 부르짖었을까? 이른바 ‘부쟁’은 두 가지 측면에서 그 의미를 살펴볼 수 있다.

 

첫째, 성취한 결과를 다투지 않고 공로를 다투지 않으며 헛된 명리를 다투지 않는다.
“성인은 일을 하고도 자랑하지 않으며 공을 이루고도 거기에 안주하지 않는다.” 노자가 이미 분명하게 말하지 않았는가. 그러나 성취를 위해서는 노력하여 쟁취하고 다다익선을 추구해야 한다. 그러므로 재능을 숨기지 말아야 할 뿐 아니라 오히려 재능을 펼치고자 노력해야 한다. 노자는 천지의 만물 창조를 두고 끊임없이 찬양했다. 그런데 사람이 어찌 앉아서 그 성과만을 누리며 일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둘째, 높은 것을 다투려 발돋움 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높이를 드러낸다.
키 작은 판창장(潘長江)은 탁자 위에 올라서지 않고도 자신이 거인임을 증명한다. 그는 자신이 가진 재능을 십분 발휘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훌륭하기 때문이다. 키 큰 야오밍(姚明)은 목을 움츠려 스스로 무능한 척 할 필요가 없다. 최고의 센터로서 날마다 농구 경기장을 누비며 멋진 승부를 선사하니 말이다.
사실 높음을 다투는 것도 다툼이고 낮음을 다투는 것 역시 다툼이다. 다만 노자의 ‘부쟁’은 자연스런 표현을 강조하는 것이지 능력을 숨기라는 것이 아니다.
현대 중국에서 성현이라 불릴 만큼 추앙받는 인물을 꼽으라면 아마도 ‘벼 교배의 아버지’ 위안룽핑(袁隆平)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다툼과 다투지 않음의 두 가지 면을 절묘하게 운용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위안 선생은 젊은 시절, 19년간 교사로 일했다. 늘 성실하게 교사로서의 책무에 최선을 다했다. 외국어를 가르칠 때에는 먼저 충분히 공부하여 사전 없이도 영어와 러시아어 문장을 매끄럽게 독해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던 중 외국 잡지를 통해 유럽의 멘델(Gregor Johann Mendel), 모건(Thomas Hunt Morgan)이 세운 염색체, 유전학설이 품종 개량에 중대하게 기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염색체, 유전학설을 가르치는 한편 잡종의 우등성을 이용한 작물 교배의 비전을 알리고 직접 실험까지 진행했다. 벼 교배는 세계적인 난제로 아직까지 성공한 예가 없었다. 이에 위안 선생은 말했다. “해외에 성공 사례가 없다고 중국인이 성공하지 말란 법은 없다.” 그는 넘치는 투지와 자신감으로 해외 전문가와의 경쟁에 뛰어들었다. 잡교에 쓸 웅성불임 벼를 찾기 위해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전국을 뒤진 결과 마침내 광둥(廣東)의 한 지역에서 반가운 결과물을 얻어냈다.


‘문혁(文革)’ 기간에 위안 선생은 교사직을 잃었지만 도리어 잡교 연구에 전력을 기울일 좋은 기회라 여겼다. 자신이 받은 불공평한 대우를 마음에 두지 않고 묵묵하고 성실하게 8년 동안 노력한 끝에 마침내 품질이 우수한 새로운 종의 벼를 재배하는 데 성공했다. 이로써 중국에 ‘녹색혁명’을 불러일으킨 것이다. 1975년 겨울 중국 국무원이 시범종의 신속한 개발 확대와 잡교 벼의 대량 보급을 결정하면서 그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다. 그러나 그는 지금까지 성취한 결과물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성과를 위해 노력을 게을리 하지 않고 있다.


잡교 벼가 세계적으로 보급되면서 위안 선생은 세계적인 유명 인사가 되어 국제무대에서 이미 여러 개의 상을 수상한 바 있다. 인도의 전 농업부 장관 쉬리라즈나스 싱 박사는 그를 높이 평가했다. “우리는 위안룽핑 선생을 ‘벼 교배의 아버지’라 부릅니다. 그의 성취는 중국을 넘어 세계의 자랑이기 때문입니다. 그가 일구어낸 성과물은 인류에게 복된 소식을 전해주었습니다.” 세계적인 과학자이며 노벨화학상 수상자이자 미국과학진흥협회 회장인 피터 아그레(Peter Agre) 박사는 이렇게 칭찬했다. “위안룽핑 선생이 발명한 벼 교배 기술은 세계 식량 문제 해결에 지대하게 공헌했으며, 식량 생산량이 증대되어 해마다 세계 3,500만 인구의 식량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게 되었다.”


개인의 명성이 날로 높아진 것과는 상관없이 위안 선생은 여전히 보통 연구원의 모습으로 일에 몰두하며 일흔이 넘은 나이에도 직접 논에 나가 연구한다.
명리를 바라보는 위안 선생의 시각은 담백하다. 수많은 직함과 겸직 제의에도 그는 최대한 고사하고, 가능하다면 회의에도 참석하지 않으며, 오직 벼 교배에만 모든 역량을 쏟아 붓고 있다. 자신의 연구결과로 특허를 냈다면 중국 제일의 갑부가 되기에 충분했겠지만, 그는 사심 없이 특허권을 국가에 기증했다.
최선을 다해 성취하고 성과물을 나눔에는 한없이 대범하고 겸손하니, 이것이야말로 진정 도를 깨달은 고상한 사람의 모습이 아닐까?


일부러 의견을 숨길 필요도 없다. 적절한 침묵은 장점이 많다. 그러나 당신의 의견이 인류를 복되게 할 수 있다면 마음에 담아두고 표현에 인색할 필요가 있는가? 옛말에 “군자와 한 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면 10년 글을 읽는 것보다 낫다”라고 했다. 내용 없는 말이야 물론 할 필요가 없겠지만, 만일 당신의 말이 다른 사람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다면 말이 많다 한들 어떠랴. 쑨중산(孫中山) 선생은 이렇게 말했다. “힘없는 자를 힘 있게 하고, 비관하는 자를 나아가게 하라.” 만일 당신의 말이 힘없는 자에게 자신감을 주고 비관하는 자에게 삶의 용기를 불어넣어줄 수 있다면 이 또한 공덕이다.
한 젊은이가 줄리어스 프랑크(Julius Frank) 박사를 취재하기 위해 방문했다. 프랑크 박사는 시립대학의 심리학 교수로, 이미 일흔을 넘긴 고령이었지만 마음과 몸은 여전히 젊고 건강해 젊은이들의 탄성을 자아낼 정도였다.


“아주 여러 해 전에 한 중국 노인과 우연히 마주친 적이 있었지요.” 프랑크 박사가 입을 열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나는 극동 지역의 포로수용소에 있었답니다. 그곳 상황은 말할 수 없이 참담했어요. 먹을 것이 부족하고 깨끗한 식수도 구할 수 없었지요. 가는 곳마다 온통 이질, 학질을 앓는 환자투성이었어요. 일부 전쟁 포로들은 작렬하는 태양 아래에서 몸과 마음이 지칠 대로 지쳐 차라리 죽는 게 나을 정도였죠. 저 역시 죽음으로 모든 것을 끝내고 싶은 마음을 떨쳐버릴 수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한 사람의 등장이 삶에 대한 저의 생각을 송두리째 바꾸어 놓았습니다. 바로 그 중국 노인이었어요.”


젊은이는 프랑크 박사가 전하는 그날의 일에 귀를 기울였다.
“그날도 나는 지친 몸과 마음을 이끌고 죄수들에게 잠깐 산책이 허락되는 그 광장에 앉아 있었어요. 전기가 통하는 담장으로 기어올라 자살하는 방법이 가장 쉽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을 때였지요. 문득 옆에 한 중국 노인이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죠. 당시 굉장히 허약해진 상태였기 때문에 헛것이 보이나보다 생각했어요. 일본의 전쟁포로 수용소에 어떻게 갑자기 중국인이 나타나겠어요? 이때 그가 고개를 돌려서 내게 물었어요. 아주 간단한 질문이었는데 이것이 내 삶을 구원했지요.”


젊은이는 호기심에 가득 차 물었다. “당신의 삶을 구원한 그 질문이 무엇이었나요?”
“그의 질문은 ‘여기서 나가면 가장 먼저 하고 싶은 일이 뭔가요?’였어요.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는 질문이었죠. 감히 상상하지도 못한 일이었어요. 하지만 내 마음속에는 이미 답이 있었죠. 아내와 아이들을 보고 싶었어요. 문득 반드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가족은 내가 살아 돌아가야 할 충분한 이유였죠. 그의 질문은 잃었던 것, 바로 살아 돌아가야 할 이유를 깨닫게 해주었어요. 그날부터 사는 일은 더 이상 힘들지 않았어요. 하루를 지나갈 때마다 전쟁의 종식이 가까워지고 나의 꿈을 이룰 날도 다가온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니까요. 중국 노인의 질문은 내 생명을 구했을 뿐 아니라 일찍이 배운 적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을 가르쳐주었어요.”
“그게 무엇인가요?” 젊은이가 물었다.


“목표의 힘!”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이 7층 불탑을 쌓는 것보다 낫다”라는 옛말이 있다. 중국 노인의 단순한 한 마디가 프랑크 박사의 마음속에 신념을 심어주었으니 이는 그의 목숨을 구원한 것과 같았다. 이처럼 가치 있는 의견을 마음속에 두고 표현하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 [왼손에는 명상록, 오른손에는 도덕경을 들어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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