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어록
발돋움하는 자는 오래 서지 못하고 큰 걸음으로 성큼성큼 걷는 자는 멀리 가지 못한다. 스스로 드러내는 자는 드러나지 못하고 스스로 옳다고 하는 자는 인정받지 못하며 스스로 뽐내는 자는 공(功)이 없고, 스스로 자랑하는 자는 오래가지 못한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까치발로 높아지려 해도 높아질 수 없고 큰 걸음으로 빠르게 걸어도 얼마  가지 못한다. 과장하는 자는 사실 통달하지 못하고 스스로 옳다 여기는 자는 사실 알지 못하며 허풍을 떠는 자는 공적이 없고 스스로 우쭐대는 자는 실제로는 무능하다.


노자는 특히 ‘다투지 않는 덕(不爭之德)’을 강조했으며 스스로 드러내고 옳다 여기며 뽐내고 자랑하는 것은 모두 다툼의 표현이라 했다. 다툴수록 결과는 의도와 반대로 나타나며 다투지 않으면 오히려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도덕경》 제22장에서 노자는 또 이렇게 말했다. “이리하여 성인은 하나(一)를 가슴에 안고 천하의 법이 되게 한다. 성인은 스스로 드러내지 않아도 그 존재가 드러나게 되고 스스로 옳다고 여기지 않아도 옳은 것으로 드러나고 스스로 뽐내지 않아도 공이 있게 되고 스스로 자랑하지 않아도 그 이름이 오래간다.” ‘하나(一)’란 자연의 도, 즉 ‘도가 하나를 낳음(道生一)’을 가리킨다. 성인은 도덕적 원칙을 품고 스스로 드러내고 스스로 옳다 여기며 스스로 뽐내고 자랑하는 심리적 충동을 극복한다. 그러므로 그는 총명하고 지혜로우며 이치에 통달하여 공적을 이루고 천하를 이끌 수 있다.


노자의 관점을 두고 일반 사람들은 표현을 자제하고 자신의 재능과 의견을 숨기고 남과 경쟁하지 않아야 한다는 의미로 이해한다. 그러나 재능을 숨기는 것은 실질적인 일을 이루지 못함을 의미하고 의견을 숨기는 것은 다른 사람과 원활하게 소통하지 않음을 뜻한다. 그러면 아무도 당신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면 당신이 어찌 공적을 세우고 천하에 영향을 미치겠는가? 고의로 숨기는 방법은 결코 자연스럽지 못하며 노자의 관점을 잘못 이해한 것이다.

 

역사를 돌아보면 적지 않은 인재가 표현의 기회를 포기한 채 은둔생활을 했다. 그들은 탁월한 재능이 있으면서도 나라와 백성을 이롭게 할 업적을 남기지 못했다. 그들은 훌륭한 생각이 있으면서도 마음에만 담아두었으니 풀이나 나무처럼 시들어버렸다. 이 시시한 문인들은 스스로를 도를 깨달은 고상한 사람이라 여기지만 사실 그들은 쓸모없는 인간이며 도와는 거리가 멀다!


노자가 만년에 청우(靑牛)를 타고 함곡관(函谷關)을 건널 때의 일이다. 관문지기 윤희(尹喜)가 노자에게 책을 하나 써달라고 간청했다. 이에 노자는 5,000언(言)으로 이루어진 저서를 남겼으니 이것이 《도덕경》이다. 이때 백 살이 넘어 백발이 성성한데 얼굴은 동안인 한 노인이 노자의 이름을 듣고 관아로 달려와 노자를 보더니 간단히 예를 갖추고 물었다.

 

“듣자하니 선생께서는 박학다식하고 다재다능하다 들었습니다. 이 늙은이는 한 가지 일에도 밝지 못하니 선생께 가르침을 구하고자 합니다.”


이어서 노인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저는 올해로 백여섯 살이 되었는데,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줄곧 하는 일 없이 한가로이 지내왔습니다. 내 연배의 사람들은 하나둘씩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들은 수많은 땅을 개간했지만 땅 한 뙈기도 갖지 못했고, 집을 지었지만 결국 황폐한 교외 무덤에 묻혔지요. 하지만 나는 평생 농사에는 손도 대지 않았어도 오곡을 먹고 기와 조각 한 장 만져보지 않았지만 비바람을 막을 수 있는 집에 살고 있습니다. 선생, 평생을 분주하게 살고도 남은 건 일찍 죽은 것밖에 없는 그들을 내가 비웃어도 되겠습니까?”


이 말을 들은 노자는 미소 짓더니 땅바닥의 벽돌과 돌덩이를 가리키며 태연하게 말했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면 노인께서는 무엇을 택하시겠습니까?”
노인이 말했다. “물론 벽돌을 택하겠지요. 벽돌은 쓸모가 있지만 돌덩이를 어디에 쓰겠소?”
노자가 다시 물었다. “돌덩이가 수명이 길까요? 아니면 벽돌이 수명이 길까요?”
노인이 말했다. “당연히 돌덩이지요.”


노자가 말했다. “사람들은 수명이 긴 돌덩이를 선택하지 않고, 수명이 짧은데도 벽돌을 선택합니다. 쓸모가 있기 때문이지요. 천지만물도 바로 이와 같습니다. 수명은 짧지만 사람과 천지에 유익하면 모두 그것을 선택하니 짧아도 짧지 않지요. 또 수명이 길어도 사람과 천지에 소용이 없으면 모두 그것을 버리니 길어도 길지 않습니다!”


이 말을 들은 노인은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전설로 남아 있는 고사이긴 하지만 쓸모 있는 사람이 되어 세상을 위해 성취하고자 하는 노자사상의 정수를 잘 보여주는 이야기다. 이를 위해서는 재능과 의견을 숨기지 않고 적극적으로 드러내어 자신의 모든 역량을 동원하여 세상을 위해 공헌해야 할 것이다. (하편에 계속)

 

 


- [왼손에는 명상록, 오른손에는 도덕경을 들어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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