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편에 이어서)

“더불어 하기는 능히 착하게 한다(與善仁)”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낮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좋은 사람과 사귀고 나쁜 사람을 멀리함을 의미한다. 이는 평안한 처세의 기본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 《이솝우화(Aesop's Fables)》에도 이런 의미를 담은 이야기가 등장한다.
농부가 막 씨를 뿌린 밭 곳곳에 그물을 쳤다. 몰래 씨앗을 먹는 학을 잡기 위해서였다. 이윽고 학 한 마리가 그물에 걸렸다. 그물 때문에 다리가 부러진 학은 농부에게 애걸했다. “저는 놓아주세요! 저를 가엾게 여겨주세요! 저는 학이 아니라 황새인데, 본래 성정이 아름다운 새라 물건을 훔치는 일은 하지 않아요. 보세요. 저는 부모님께 효성스럽고 열심히 일한답니다. 제 깃털을 자세히 보면 학과는 전혀 달라요.” 농부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네 말이 맞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너는 씨앗을 훔쳐 먹으려던 학과 함께 잡혔으니 그들과 함께 죽을 수밖에.”
살다보면 나쁜 마음을 품지 않았거나, 본심은 나쁘지 않은데 불행히 나쁜 사람에게 연루되어 화를 당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친구를 사귀는 데 신중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높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글자 그대로의 의미뿐 아니라 누구와 사귀더라도 악의 없이 선한 마음으로 대하며, 소인배나 악인에게도 예로써 대하고 심지어 사랑을 베풂을 의미한다. 나쁜 사람은 독약처럼 사람을 해할 수 있다. 그러나 독약도 자연의 산물이니 나름대로 존재의 합리성이 있다. 공자의 제자 자장(子張)은 이렇게 말했다. “현명한 사람을 존중하나 보통 사람을 포용하고, 능함을 기뻐하나 재능이 없음을 가엾게 여긴다.” 이는 노자의 “더불어 하기는 능히 착하게 한다”는 말과도 비슷하지 않은가!


춘추 시대 명장 전기(田忌)가 제(齊)나라를 떠나 초나라로 도주하자 초 왕이 직접 변방까지 나와 그를 맞으며 제나라 군의 상황을 물었다. 전기가 말했다. “제나라가 신유(申孺)를 주장으로 보낸다면 초나라는 5만의 군대만으로도 개선하여 돌아올 수 있습니다. 제나라가 전거(田居)를 주장으로 보낸다면 초나라는 20만을 출병해야 승부를 겨룰 수 있습니다. 만일 제나라가 면자(眄子)를 주장으로 보낸다면 초나라는 나라 군대를 모두 출병시켜야 합니다. 그리해도 망국만 겨우 피할 수 있을 것입니다.”


초 왕이 이유를 묻자 전기가 말했다. “신유라는 인물은 오만방자하고 인재를 푸대접하고 평범한 사람은 얕잡아 보니, 인재와 평범한 사람이 모두 그를 위해 일하려 들지 않습니다. 그러니 그가 반드시 패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전거라는 인물은 정직하고 예로서 인재를 대하지만 평범한 사람은 무시합니다. 인재는 그를 위해 기꺼이 일하지만 평범한 사람의 마음은 얻지 못하니 그와의 승부는 절반의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면자라는 인물은 인재를 존중할 뿐 아니라 평범한 사람을 아끼니 상하의 모든 사람이 그를 위해 기꺼이 필사적으로 싸우길 원합니다. 그러니 그와 힘을 겨루면 겨우 화를 면할 수 있을 뿐이라 생각합니다!”

훗날 제나라는 신유를 필두로 초나라를 공격했다. 초 왕은 전기의 충고대로 5만 군사를 보내 대승을 거두었다. 제나라가 다시 면자를 보내 초나라를 공격하자 초 왕은 직접 지휘를 맡아 나라 전체의 군대를 이끌고 적을 맞이했다. 승리하지는 못했지만 겨우 망국의 재앙만은 피할 수 있었으니, 전기가 예언한 그대로였다.


우호적인 마음으로 사람을 사귀고 진심을 다해 타인을 아끼면 진정 이익을 얻는 사람은 바로 자신이다. 면자는 인재를 존경하고 평범한 사람을 아꼈으니 진정 ‘더불어 하기를 능히 착하게 하는’ 인물이었다.
“말을 능히 믿음직스럽게 한다(言善信)”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말을 믿을 만하게 한다는 의미다. 낮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언변이 좋고 요점을 말하며 표현에 능하여 사람을 감동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무릇 우수한 지도자는 재능과 개성이 다르고 일을 처리하는 방식 또한 저마다 특징이 있지만, 공통점을 지닌다. 언변이 출중하다는 점이다. 거의 모든 우수한 지도자는 뛰어난 연설가였다. 특히 서양의 민주주의를 시행하는 국가의 지도자는 입으로 표를 구하는 셈이니 언변 없이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좀 더 높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말을 능히 믿음직스럽게 한다”라는 것은 언변에만 그치지 않는다. 우선 말하는 태도가 진실해 속이려는 마음이 없어야 한다. 둘째로는 말의 내용이 진실하고 신뢰할 수 있어 속임수가 없어야 한다. 셋째로는 말의 결과에 책임감을 가지고 뱉은 말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 이 세 가지를 해낸다면 “말을 능히 믿음직스럽게 한다”하기에 충분치 않겠는가!


“정치는 능히 다스림으로 한다(政善治)”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그리고 “일은 능히 거뜬히 한다(事善能)”라는 것은 또 어떤 의미일까? 관리하는 일을 훌륭히 하고 해야 할 일은 제대로 처리하는 것을 말한다. 낮은 차원에서 말하자면 관리와 일처리 능력이 우수하여 어떤 어려운 문제라도 순조롭게 해결할 수 있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사람이 만사에 능할 수 없는데 어찌 어떤 업무든 다 훌륭하게 처리할 수 있겠는가? 어찌 어떤 일이든 다 잘 할 수 있겠는가?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정치는 능히 다스림으로 한다”와 “일은 능히 거뜬히 한다”를 실현할 수 있을까? 물론 능력이 닿는 일을 해야 한다. 힘닿는 범위에서 잘하고자 노력한다면 자연히 잘할 수 있다. 역부족이라면 아무리 노력한다 한들 어쩔 수 없는 일 아닌가! 소동파(蘇東坡)는 이렇게 말했다. “태산을 끼고 북해를 넘는 일은 할 수 없는 것이지 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어른에게 허리를 굽히는 일은 하지 않는 것이지 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할 수 있는지 없는지의 문제가 아니라 확실히 역부족인 문제가 있다. 반면에 할 수 있고 또 유익하여 최선을 다해도 좋은 일이 있다. 능력은 닿지 않지만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은 어찌할까? 물론 다른 사람이 하도록 넘겨야 한다. 당신이 할 수 없는 일은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 있고, 당신이 해결할 수 없는 전문적인 문제는 전문가의 도움을 구할 수 있다. 이같이 하면 어떤 일이든 잘 할 수 있을 것이다.


“움직임에 능히 때를 맞춘다(動善時)”라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일을 하는 것이 시의적절해야 한다는 뜻이다. 《열자(列子)》에 이런 말이 있다. “무릇 때를 얻는 사람은 흥하고 때를 잃는 사람은 망한다. ……천하에 이치가 늘 옳음이 없고 일이 늘 그름이 없다. 과거 필요했지만 오늘은 그것을 버릴 수도 있고, 오늘은 버렸지만 훗날 그것이 필요할 수도 있다. 소용이 되고 되지 않음에 반드시 옳거나 그름이 없다. 사람이 틈을 타고 때를 만나 일을 당하여도 방법이 없는 것은 지혜에 속하는 문제이다. 지혜가 만일 부족하면 자네들이 아무리 공자처럼 학문이 박식하고 강태공처럼 병법에 훌륭하더라도 어디에 간들 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 의미는 이러하다. 시의 적절하게 일하면 번성하고 시의에 맞지 않으면 실패한다. ……천하에 영원히 옳은 도리는 없으니, 어제 사용되었던 것이 지금은 버려질 수도 있고, 지금 버려졌던 것이 훗날 다시 소용될 수도 있다. 관건은 시기에 맞느냐의 문제이다. 만일 한 번 정한 뒤로 변하지 않는다면 공자처럼 박학하고 강태공처럼 책략에 능하다 하더라도 빈궁한 결말에 처하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총명한 사람은 일을 할 때 먼저 땅을 관찰하고 나서 어떤 도구를 사용할지 선택하고, 먼저 백성의 상황을 살피고 나서 일의 목표를 결정하며, 모두의 의견을 종합하고 나서 구체적인 조치를 정한다.
행동하기 전 현재의 조건, 환경, 민심을 충분히 파악한다면 “움직임에 능히 때를 맞춘다”하기에 충분하리라!

 
- [왼손에는 명상록, 오른손에는 도덕경을 들어라] 중에서 -

  





 

 

 

 

 

 

 

독자리뷰 : 지하철에서 보는 자기계발서

 

 

2030 Passion Report 시리즈 도서 모두 보기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