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어록
천지는 장구하다. 천지가 능히 장구할 수 있는 까닭은 스스로 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능히 오래 존재할 수 있다. 그러므로 성인(聖人)은 그 몸을 뒤로 하되 오히려 그 몸이 앞서고 그 몸을 돌보지 않되 오히려 그 몸을 보존한다. 이는 그 사(私)가 없기 때문이 아닌가?  그러므로 능히 그 사(私)도 이룰 수 있다.


 

 

노자는 이렇게 말했다. 천지가 장구한 것은 자신을 위해 존재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며, 그러므로 오래도록 존재하며 망가지지 않는다. 성인은 천지의 도를 받드니 기꺼이 남의 뒤에 서고자 하나 천하를 이끌 수 있고, 자신의 득실을 염두에 두지 않으나 업적이 오래 남는다. 성인은 사사로움이 없어 오히려 큰 사사로움을 이룬다.
‘그 몸을 돌보지 않는다’의 ‘몸’이란 비단 육신과 목숨뿐 아니라 자신의 모든 것을 말한다. 물론 필요하다면 목숨도 돌보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전쟁 시기에 불후의 업적을 남긴 황제와 재상 중 삶을 탐하여 죽음을 두려워한 인물은 없다. 보통 사람의 마음으로 본다면 생사를 두려워하지 않는 일은 불가능하지만 그들은 확실히 그랬다. 예컨대 한(漢) 고조(高祖) 유방(劉邦)의 문학작품을 보면 보통 사람의 눈으로 볼 때 그는 용기가 없는 인물인 듯 보인다. 그러나 이는 사실과 거리가 멀다. 그는 항우(項羽)가 자신에게 호의적이지 않음을 알면서도 홍문(鴻門) 잔치에 감히 참석했으니, 베짱이 없었다면 해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는 한나라 왕의 신분으로 항우와 천하를 다투었지만 전장의 최전선에서 초(楚)나라 저격수의 화살에 맞아 중상을 입기도 했다. 황제의 자리에 오른 후 영포(英布)의 반란을 평정할 때에도 그는 다시 한 번 화살을 맞아 다쳤다. 당시 화살의 사거리가 10미터를 넘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는 황제의 몸으로 안전한 위치에서 지휘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몸을 사리지 않고 솔선하여 기꺼이 적군의 과녁이 되었으니, 그 용기가 참으로 비범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성인은 사사로움이 없어 큰 사사로움을 이룰 수 있다는 말은 얼핏 논리에 맞지 않지만, 역사와 삶의 현실을 살펴보면 확실히 옳다. 개인의 이해(利害)에 연연하여 언제라도 손해 보지 않으려 드는 사람은 업적을 이룰 수 없지만, 반대로 이해를 염두에 두지 않고 남을 위해 기꺼이 복리를 도보하는 사람은 결국 성공할 수 있다. 왜일까? 서하(西河)의 하상공(河上公)은 이렇게 말했다. “남을 앞세우고 자기를 뒤로 하면 결국 천하의 모든 사람이 그를 존경하고 그를 장으로 내세운다.” 북송(北宋)의 학자 범응원(范應元)은 또 이렇게 말했다. “성인은 겸손히 자신을 낮추어 남보다 앞서고자 다투지 않으니 사람들이 자연히 그를 존경한다.” 명(明)대의 고승 석덕청(釋德淸)은 이렇게 말했다. “그 몸을 사사로이 돌보지 않고 남을 앞세우니 사람들이 그를 기꺼이 받들며 싫어함이 없다.” 이 세 사람의 관점을 종합해보면 무사(無私)가 대사(大私)를 이루는 논리적인 이유를 설명할 수 있다. 즉 사사로움이 없으면 사람들은 자연히 당신을 추천하고 존중하고 옹호하며, 그리하여 당신은 명성과 권위를 얻게 된다.
세상에서 이익을 가장 쉽게 도모할 수 있게 만드는 요소가 두 가지 있다. 첫째는 명성, 둘째는 공권력이다. 모두가 당신을 추천하고 존중하고 옹호한다면 명성과 공권력을 쥐게 되니 어찌 큰 사사로움을 이루었다 하지 않겠는가? 가까운 예를 들어보자. 개혁개방 이전 한 양어장에서 있었던 일이다. 해마다 설 전날 고기를 잡아 올려 각 조합원에게 똑같이 나누어주었다. 물고기의 크기가 제각각이었지만 칼로 잘라 무게를 달수도 없으니 눈대중으로 크기를 짐작해 한 몫씩 나눈 다음 조합원이 임의대로 고르도록 했다. 사람들은 자신의 몫을 고르고 나서도 늘 남의 것이 더 많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물고기를 분배하고 난 뒤에는 늘 불만의 목소리가 빗발쳤다. 이때 한 젊은이가 스스로 물고기를 분배해보겠노라고 나섰다. 그의 방법은 다른 사람과 마찬가지로 눈대중으로 크기를 재어 나누는 식이었다. 그러나 분류가 끝나자 정중하게 말했다. “모두가 고르고 나면 마지막에 남는 것을 제가 가지겠습니다.” 그 후로 분배가 불공평하다는 목소리가 사라졌을 뿐 아니라 모두가 그를 칭찬했다. 오래지 않아 개혁개방이 이루어졌다. 기존의 생산단위가 세분화되면서 각 팀장을 선출해야 했다. 조합원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 젊은이를 팀장으로 세웠다.
이 젊은이는 사심을 버리고 개인의 이해에 연연하지 않은 결과 모두의 추대를 받았다. 일개 팀장이 뭐 대단하다고, 날더러 하라고 해도 싫은걸!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성공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첫걸음을 잘 내디디면 두 번째 걸음도 잘 걸을 수 있다. 이렇게 한 걸음씩 나아가야만 결국 꼭대기에 오를 수 있는 것이 세상 이치다! 이 젊은이는 바로 이를 증명하는 전형적인 사례이다. 훗날 이 지역에 대규모 개발이 이루어지면서 국가가 토지를 사들이자 그가 속한 팀의 토지도 대부분 정부에 귀속되었고, 조합원들은 거액의 보상금을 지급받았다. 그는 조합원들을 주도하여 보상금으로 회사를 설립하고 대표이사가 되었다. 그리하여 오늘날 그는 큰 회사의 CEO가 되었다.
노자가 말한 무사란 오로지 공(公)만을 생각하며 결코 조금의 사심이나 잡념도 갖지 않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세상에 이런 사람은 없으니 말이다. 모든 사람은 개인의 삶을 살아가는데 어찌 온전히 무사(無私)하기만을 바랄까? 하지만 모든 사람은 동시에 공공의 삶을 살아가므로, 머릿속에 사심만 가득하고 사회의 이익은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 사람 역시 세상에는 없다. <후략>

 

 

- [왼손에는 명상록, 오른손에는 도덕경을 들어라]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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