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남자 김철수 - 서른 네 살, 게이, 유튜버, 남친 없음
김철수 지음 / 브라이트(다산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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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에서 알게 모르게 남들과 조금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남들과 조금 다른 색깔을 가진 그들을 배척하거나 그들에게 차별을 가하고 있다. 

남들과 조금 다른 색깔을 가진 그들이라 함은 여러 부류가 있을 수 있는데

성소수자이거나 보이는 그대로 우리와 피부색이 다르거나 몸이 불편하거나

혹은 편부모가정이거나 (편부모라는 말부터가 나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또 내가 모르는 평범하지 않은 삶을 사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아무 죄도 짓지 않고 자신들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고 있고,

남에게 어떤 해악도 주지 않고 살아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왜 차별을 가하는 것일까?!


나는 늘 그런 문제(?!)에 대한 사회의 시선과 편견들이 아주 많이 잘못 되었다고

느끼며 살아가고 있지만, 부끄럽게도 단 한 번도 그들을 위해 목소리를 같이 내거나 그들을 도와주거나 한 적은 없다.

어떤 사건이 터질 때마다 목에 핏대를 세워가 며 분노.만 했을뿐,

그게 다였다. 잘 살게 가만 놔두지 왜 저래?! 참 안 됐다. 라고만 했을 뿐.

다시 나의 일상으로 돌아가서 나의 삶을 살았다.


<보통 남자 김철수>의 김철수 작가는 책 제목에서 보듯이 그저 한없이 평범하기만을 바랐다.

그래서 이름도 대한민국에서 너무도 흔한 김철수로 개명했다고 한다.

책은 게이로서 살아가고 있는 김철수 씨의 에세이다.

그의 이야기를 통해서 게이라고 밝히는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 어떠한지 엿볼 수 있었다.


성정체성을 깨달았던 학창시절, 

군복무를 마치고 와서 아버지께 커밍아웃하던 날,

게이라서 누군가를 마음 편하게 좋아하지 못했던. 늘 짝사랑으로만 끝나던 사랑.

게이 커뮤니티를 찾아 다니며 다른 게이들이 어떻게 지내나 알고 싶고, 위로를 받으려 했던 시간들.

너무나 잘 맞는 사람을 만나 연애를 하고 유튜브를 시작하게 되었던 것 등등.

잘 몰랐던 한 사람의 삶을, 게이로서 어떻게든 자신의 삶을 잘 살아 내보려 했던 그의 노력들을 보고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누군가를 짝사랑하면서도 이 사람만큼 힘들어했던 적이, 

이 사람과 같은 고민을 했던 적이 있었나?!

내가 일해보고 싶은 곳이 있으면 이력서를 마음대로 넣어볼 수 도 있었고,


작가 김철수 씨에게는 남들이 쉽게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행동들을 함에도

게이라는 이유로 모든 것이 걸렸던 것이었다. 


커밍아웃을 하고, 유튜브를 하고, 책을 내고, 그러면서도 그는 끝내 조심스러워 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온갖 쓸데없는 편견이 가득하니까 말이다. 

그의 용기와 노력에 앞으로도 늘 응원을 보내겠다. 


그리고 그의 삶에 대한 열정에도 응원을 보내며 나도 나 자신의 삶을 더 열심히 살아가겠다.

성소수자뿐만이 아니라 다른 색깔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이 조금은 나은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목소리를 같이 내어야 할 기회가 온다면 기꺼이 같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말이다. 



[다산북스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언제 어디서든 자기 자신을 믿는 일이 최우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원했던 바를 이뤄가고 있는 삶을 살면서도

이 모호한 기분을 떨치지 못했던 이유 중 하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가치를 믿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외부는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게 끊임없이 나를 흔든다. 나는 계속 나를 놓쳤다가 찾았다가 한다. - P193

내 것이라 부를 수 있는 물건들을 아무리 많이 소유한다고 한들 그게 다 무슨 소용일까. 내가 늙어서 죽는 날이 되면.

결국 나와 함께 시간을 보낸 살아있는 것들과의 추억을 소중히 여기게 될 것 같다. 내가 죽은 뒤에도 가져가고 싶은 건

오직 그들에 대한 기억이 아닐까. 그리고 그걸 내 삶이라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 P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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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와 나오키 : 아를르캥과 어릿광대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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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2013년에 '한자와 나오키'라는 드라마를 했었다.  

그 당시 10부작임에도 42프로가 넘는 어마어마한 시청률을 올렸던 드라마로

한국에서도 일드를 챙겨보는 사람들에게는 널리 알려진 드라마이다.


나 또한 그 당시 다녔던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그 드라마를 알게 되어

재미있게 봤던 기억이 있었다. 


그렇게 인기가 있었던 비결은 스토리도 스토리이지만

'한자와 나오키' 드라마에서 주인공을 맡았던 '사카이 마사토'라는 배우의 역할도

엄청 컸지 않았나 싶다. 연기를 정말 잘했다. 

따뜻한 미소를 지을 때는 따스하게, 독기를 품고 '배로 갚아준다고'말할 때는

잘못한 것이 없는 내가 떨릴 정도로 배우는 그냥 '한자와'라는 인물이 되었다.

배우의 연기력도 연기력이지만 아나운서처럼 발음이 좋아서 대사의 전달력도 좋았다.


그렇게 재미있게 보았던, 강렬한 인상이 남았던 '한자와 나오키'의 다른 시리즈라니~!

반가운 마음에 서평단 신청을 했고, 운이 좋게 서평단 당첨이 되었다.

과연 어떤 내용일까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책을 읽어 나갔다.


이번 소설은 전통의 미술출판사를 인수하려는 기업과 그를 돕는 은행지점장.

어떻게든 출판사를 지켜내려는 출판사와 그를 돕는 한자와 과장과의 대결이다. 

왜 출판사를 인수하려는지 명확한 이유를 드러내지 않고 있기에 

대결을 하면서도 그 이유를 알아내는 과정이 소설의 중반부로 갈수록 재미있어지는 부분이라 할 수 있겠다. 


드라마를 먼저 보았기 때문에 내용은 다를지라도 한자와를 비롯하여

각각의 등장인물들에 배우의 얼굴이 떠올라서 이 장면에서는 이렇게 연기하겠지, 

아마 이런 모습이겠지, 하며 머릿속에서는 또 다른 모습이 이미지화되어 떠올랐다. 

글을 읽고 있지만 마치 드라마를 보는 듯하여 다음 장면이 또 그 다음 장면이 궁금해서

책장을 덮을 수가 없었다. 


한 장 한 장 읽어 나갈수록 드러나는 음모와 진실.

은행원이라기보다는 형사에 가까운 한자와의 행동과 언행들은 손에 땀을 쥘만큼 짜릿했다. 


일본 추리소설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많이 읽었는데

히가시노 게이고와는 또다른 치밀함으로 작품의 짜임새가 좋다.

다 읽고 나면 통쾌한 기분이 정말 좋다.

그것은 독자가 어느 새 한자와 나오키의 편이 되어버리기 때문이 아닐까?!


다 읽고 나서 목차를 다시 보았다.

총 10장으로 되어있는데, 이 소설은 10부작의 드라마로는 모자랄 것 같다.

각 장 별로 2개 혹은 3개로 나뉘어 30부작 정도의 드라마로도 제작해줬으면 좋겠다.

한자와 나오키 시즌2까지 드라마로 제작되어 방영된 것으로 아는데

'사카이 마사토' 씨가 더 늙기 전에(?!) 시즌 3으로 제작해줬으면 좋겠다.

독기를 머금고 '야라레따라 바이가에시~!' 하고 외치는 모습을 또 보고 싶다. 


아, 오늘 밤에는 '사카이 마사토'씨의 연기를 찾아 봐야겠다. 

한자와 나오키 시리즈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조건 이 책도 읽어봐야 한다.

무.조.건. 



[인플루엔셜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이 세상의 모든 일에는 표면과 이면이 있고, 진실은 주로 이면에 깃든다. 사람이 봤다고 생각하는 것은 앞쪽일 뿐 뒤쪽에는 생각지도 못한 진실이 존재하고, 겉으로 드러난 모순과 부조리를 합리적인 말로 감추는 경우도 있다. - P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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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네기 스트레스론
데일 카네기 지음, 최염순 옮김 / 카네기연구소(성공전략연구소)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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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걱정이 많은 사람이다. 겁이 많은 편이라서 걱정이 많은 것인지, 대담하지 못한 성격 탓인지 모르겠다. 

그래서일까 스트레스 또한 잘 받는 편이다.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덜 받을까, 어떻게 하면 스트레스를 잘 풀 수 있을까 하는 것 또한 고민 아닌 고민이었다. 스스로를 스트레스라는 틀에 가두고 그 안에서 허덕이는 꼴이었다.

해결되지 않는 문제를 가지고 끙끙대다가 스트레스를 받고, 그 스트레스를 견디지 못해서 병까지 얻었다.


이런 나에게 '스트레스론'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이번 책은 정말 흥미가 생기지 않을 수가 없었다.

스트레스에 대해 어떻게 다룰까?! 스트레스는 어떻게 풀어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이 있을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책은 크게 여덟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걱정을 극복하기 위한 기본 원칙'을 시작으로 '걱정을 분석하는 기법', '고민이 습관화되기 전에 물리치는 방법', '평화롭고 행복한 정신 상태를 기르는 7가지 방법', ' 걱정을 완벽하게 극복하는 법', '다른 사람들의 비평에 대해 걱정하지 말라' , '피로와 걱정을 방지하고 늘 원기 있게 사는 방법', '걱정 근심을 극복한 사례'로 되어 있다.


각 파트의 제목만 읽어 보아도 약 500페이지가 되는 분량에 친절하고도 자세하게 어떻게 걱정을 줄이고 마음을 편안하게 가지는 것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사실 처음에는 책이 제법 두꺼워서 얼마나 장황하게 설명하는 것일까 싶어 되레 겁이 나기도 했는데

(이것부터가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사람의 습관이었던 것이다.)

한 페이지 씩 읽어 나가다보니 '친절한 카네기 씨'였다. 

행동지침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각 파트마다 실제 사례를 많이 알려주어서 조금은 수다스러운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아 편하게 읽었다. 그래서인지 행동지침들이 더 와 닿았다. 막상 용기를 내어 실천하기가 어렵지,

나열한 방법들은 하나도 어려운 것들이 아니었다. 너무도 간단하고 너무도 쉬운 것들이었다. 


'친절한 카네기 씨'는 늘 걱정이 많은 나를 다독여주는 느낌이었다고나 할까?!

책을 읽어 나가면서 그 당시 걱정하던 일도 과감히 마음을 내려 놓고 쓸데없는 생각하기를 멈추었더니 잠도 잘 오고 더 이상 고민하지도 않게 되는 효과를(?!) 맛보았다.


각 장이 끝날 때마다 그 장의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 준 페이지는 정말 고마웠다.

마치 내가 수업 시간에 놓치고 필기하지 못한 부분을 착한 친구가 건네주는 노트 같았다. 



한 번 더 읽은 부분을 정리해주어서 내용을 더 잘 기억하고 이해하기 쉽게 도와주었다. 


나처럼 고민이 많은 사람이라면, 스트레스를 잘 받는 사람이라면,

이유없이 몸 여기저기가 자주 아픈 사람이라면 나도 모르게 걱정이 많은 것은 아닌지

한 번 생각해보고 이 책에서 이야기 해주는 방식대로 행동해보자.

그래서 건강도 찾고 마음의 평안도 찾아보자.





[ (주)카네기연구소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 




#카네기스트레스론

#데일카네기

#데일카네기코리아

우리는 모래시계와 같은 존재라네, 아침에는 그날 해야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다고 생각하게 되지. 그러나 그것을 한 번에 하나씩 천천히 사이를 두고 해내지 않으면, 마치 한꺼번에 통과하려다 막혀 버리는 모래시계의 모래처럼 우리의 육체나 정신도 망가지고 말걸세. (중략) ‘한 번에 한 알의 모래, 한 번에 한 가지 일.‘ - P35

이 세상 걱정의 절반은 결단의 근거가 되는 지식을 충분히 갖추지 않은 채 서둘러 결단을 내리려는 이들에게 일어납니다 - P77

우리는 인생이란 긴 항로를 가는 동안 갖가지 불쾌한 상황에 어쩔 수 없이 부딪치게 되는데, 그것은 그저 불가피한 일일뿐이다. 다만 우리에게는 선택의 자유가 있다. 즉 불가피한 일로 받아들이고 그것에 적응하든지, 아니면 그것에 집착해서 신경쇠약에 걸려 일생을 끝마치든지 하는 수밖에 없다. - P135

"나는 두 번 다시 이 인생을 살 수 없다. 때문에 행할 수 있는 선행, 자신이 나타낼 수 있는 친절은 지금 당장 실천하자. 주저하거나 게을러서는 안 된다. 나는 이 길을 두 번 다시 걷게 되지는 않을 테니까." - P276

당신이 남한테 걷어차였다든지, 비평을 받았을 때, 당신을 걷어찬 사람은 그것으로 자신이 잘난 것 같은 느낌을 맛보고 싶어 했다는 것을 잊지 말자. 그것은 당신이 무엇이건 남의 주목을 끌만한 일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의미하는 것이다. - P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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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사람입니다, 고객님
김관욱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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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 '아 저 책은 내가 꼭 읽어야 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곧 서비스직에만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분명 읽으면 공감 가는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고, 나도 할 말이 많아질 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서평단 신청을 했고, 운 좋게 서평단 당첨이 되었다.


서평단 신청을 할 때만 해도 주로 '감정노동'에 대해 다루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한국 사회에 콜센터 산업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이고, 이것이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밝히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콜센터에 대해서, 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에 대해 연구하고 함께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콜센터의 일이란 감정 이상의 노동 현장인 것이었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콜센터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2부는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환경이 어떠한지, 그로 인해 그들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또 코로나로 인해 상담사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업무량이 늘어났음에도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3부는 노동조합조차 없었던 그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들의 권리를 찾고 어떻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또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앞으로 우리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1부에서부터 조금씩 충격을 받는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 자동으로 분배되는 콜 시스템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뜨기 힘들고,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조차 초등학생처럼 손을 들고 다녀와야 하는 상황에서 '흡연'이야말로 가장 짧은 시간에 유일하게 업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담사들의 흡연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간 마저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2분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흡연은 아이를 가져야 할 몸에 "흠"을 남기는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야외 흡연실조차도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1부에서는 옛 구로공단이 있던 자리가 콜센터 사무실로 바뀌고, (공순이가 일하던 곳에서 콜순이가 일하는 곳) 상담사들이 흡연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다루었고,

 2부는 좀 더 자세히 상담사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감정노동, 노동통제, 각종 질병(방광염, 청력이상, 각종 디스크 등등), 실적에 따른 동료들의 따돌림 등. 일반 직장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하청 직원으로서 본청의 직원들을 위한 벽이 되어야 했다.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콜센터는 외부 민간업체에 하청을 주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이 닥치자 그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상담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도 최대한 원청에 연락이 가지 않도록 자신들 선에서 어떻게든 통화를 끝내야만 했다. 


 3부에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조를 설립하고, 노동운동을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워킹맘인 것만으로도 힘들었을텐데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까지 치밀하게 행동하고 움직였던 지부장의 이야기는 감동이면서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그녀들은 해내었다! 앞으로도 조금씩은 변화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3부에서는 영국, 인도, 한국의 콜센터를 비교하고, 코로나를 겪으며 상담사의 역할은 우리 사회에서 필수 노동자가 되었는데 그들에 대한 처우의 개선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나는 책 제목만 보고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나, 그동안 무심코 걸려온 전화나 내가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상냥하게 못 대해준 것이 생각나 괜시리 미안해지고 그때의 누군가는 나 때문에 힘들었을 수도 있겠구나, 나의 전화를 받고 나서 급히 나가 2분짜리 흡연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서 상담사들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그들이 처한 환경이 어떠한지, 사회에서 그들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잘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사회가 만들어낸 '콜센터 상담사 = 감정노동자' 라는 도식은 이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고 주변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좀 더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들의 이야기를 잘 알리는데 큰 힘이 되고, 그로 인해 그들의 노동 환경이 조금씩 바뀌어나가기를, 그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같이 빌어본다.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입니다고객님

#김관욱작가

#창비출판사

#콜센터의인류학

한 상담사의 표현처럼 여성에게 있어 흡연 습관은 아이를 가져야 할 몸에 ‘흠‘을 남기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일 수 있는 흡연이 남성과 달리 여성에게는 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출산 및 양육이 여성에게 일종의 사회적 책무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 P87

상담사의 목소리는 ARS의 기계음과는 달라야 한다. 업체에서 요구하는 목소리는 ‘미소 띤 음성‘이다. 단순히 서비스만 친절하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목소리에마저 친절함이 배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상담사들은 ‘미소 띤 ARS‘기계가 된다. 인간이지만 기계처럼 일하기를 강요당하면서 동시에 기계와 다른 인간이기를 강요받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 P127

디지털단지 안에서 콜선터 상담사들은 과거의 여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닭장과도 같은 공간에서 감시를 받으며 몸을 통제당하고, 고객의 갑질은 물론 팀장, 매니저들의 횡포와 동료들 간의 따돌림 등 여러 문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이러한 상황만으로도 상담사들에게 버거운 현실이건만 국가 전체에, 아니 전세계에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했으니 콜센터 상담사가 견뎌내야 할 어려움은 불을 보듯 뻔했다. - P180

가장 걱정했던 자녀에게는 "엄마가 회사 다니는데, 나쁜 일 당해서 엄마 동료들이랑 싸우는데 엄마가 ‘대장‘이다. 그래서 머리를 깎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싸움에 나서는 대장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희생의례를 시행한 것이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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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볼 때대개 제목을 보면서 어떤 내용일까 추측해보게 되는데 호수의 일이라는 제목을 보게 되자 호수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하겠지 혹은 호수와 관련된 것이려니 하고 생각하게 된다소설을 다 읽고 나니 호수의 일은 주인공 호정이의 마음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소설의 첫 문장은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로 시작한다소설의 마지막 문장도 소설의 첫 문장과 같다그리고 한 문장이 더 추가된다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마음은 호수와 같아라고...

호정이의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을 때만이 안정감을 느끼는데 그 얼어붙은 호수를 깨어버리는 사건이 생기면서 마음의 변화를 느끼며 봄이 오는 일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소설은 호정이의 마음에 일어났던 일얼어붙은 호수가 점점 깨어지는 과정에 따라 5부로 나눠진다. 1부 호정, 2부 자꾸만, 3부 사랑, 4부 침몰, 5부 호수의 일.

 

의사와 상담을 하면서 하나씩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 호정이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는 진행된다어떤 성장 과정을 거치게 되었는지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의 친구들과의 우정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일들에서 오는 마음의 변화를 호정이는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교에 잘 다니고 있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주인공 호정이는 어릴 때부터 마음의 상처를 차곡차곡 적립하듯 쌓아나갔는지도 모른다누구에게도 진솔한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둔 채 사춘기라 그렇다고 핑계 대기 좋은 이유를 명찰처럼 달고서 그냥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다 그 사건이 일어나면서 호정이의 호수는 와장창 깨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면 한 번은 깨졌어야 했을 호수인지도 모른다계절의 변화처럼 깨졌다가 물이 흘렀다가 다시 얼기를 반복해야 했는데그걸 호정이는 모르고 계속 언 채로 그 안정감만 좋아했던 것이었다.

 

소설의 후반부에 호정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음의 상처도 눈에 보이면 좋겠다그러면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볼 수 있을 텐데곪아 가고 있다는 것도아물어 가고 있다는 것도상처는 결국 흉터가 되겠지이따금 흉터로 인해 상처의 기억이 되살아나겠지만그래도 더 이상 아프지는 않겠지.”


호수가 깨져서 자신이 아팠던 것을 인정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겪으며 봄이 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며 소설은 끝이 난다. <아몬드>, <유원>을 잇는 눈부신 성장소설이라는 카피 문구를 보며 다시 <아몬드>를 떠올려 보게 되는데 <아몬드>만큼 더 강렬하거나 자극적이지는 않고 오히려 평범한 우리들 이야기 같아서 더 좋았다. <아몬드>는 희귀병을 앓는 주인공이 잘 일어나지 않을만한 사건을 겪고 서서히 치유해가는 과정인데 <호수의 일>은 요즘 청소년들 혹은 나의 청소년기에 흔히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주인공의 내면에 좀 더 다가가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 와 닿았다.


이렇게 공을 들인 듯 안 들인 듯 가독성을 좋게 쓴 작가는 과연 누구일까?!

출판사는 작가를 아직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곧 출간이 되면 작가를 같이 공개한다고 하니 이 또한 기대된다.

 

<창비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호수의 일

#창비

#블라인드가제본

#청춘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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