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사람입니다, 고객님
김관욱 지음 / 창비 / 2022년 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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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책 제목과 표지를 보고 '아 저 책은 내가 꼭 읽어야 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줄곧 서비스직에만 근무했던 사람으로서 분명 읽으면 공감 가는 부분도 많이 있을 것이고, 나도 할 말이 많아질 거야. 라고 생각했다. 

그런 마음으로 서평단 신청을 했고, 운 좋게 서평단 당첨이 되었다.


서평단 신청을 할 때만 해도 주로 '감정노동'에 대해 다루겠지라고 생각했는데 프롤로그에서 작가는,

"한국 사회에 콜센터 산업이 등장한 이유는 무엇이고, 이것이 여성 노동자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밝히고 싶은" 것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콜센터에 대해서, 콜센터에 근무하는 상담사에 대해 연구하고 함께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콜센터의 일이란 감정 이상의 노동 현장인 것이었다.

 책은 총 3부로 나뉘어져 있는데, 1부는 콜센터가 어떻게 생겨나게 되었는지. 

2부는 콜센터 상담사들의 노동환경이 어떠한지, 그로 인해 그들이 어떤 질병을 갖고 있는지, 또 코로나로 인해 상담사들의 역할이 더 중요해지고 업무량이 늘어났음에도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대우하고 있는지에 대해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3부는 노동조합조차 없었던 그들이 노동조합을 만들고 그들의 권리를 찾고 어떻게 조금이라도 더 건강하게 일하기 위해 노력해왔는지, 또 노력하고 있는지에 대해, 앞으로 우리 사회는 그들을 어떻게 대할지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다. 


 1부에서부터 조금씩 충격을 받는 이야기들이 시작되었다. 자동으로 분배되는 콜 시스템 때문에 잠시도 자리를 뜨기 힘들고, 심지어 화장실을 갈 때조차 초등학생처럼 손을 들고 다녀와야 하는 상황에서 '흡연'이야말로 가장 짧은 시간에 유일하게 업무 스트레스를 풀 수 있는 수단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상담사들의 흡연율이 높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시간 마저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것이 아니라 2분 정도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흡연은 아이를 가져야 할 몸에 "흠"을 남기는 행동'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야외 흡연실조차도 외부에서는 잘 보이지 않게 가리고 있다는 것이었다. 


 1부에서는 옛 구로공단이 있던 자리가 콜센터 사무실로 바뀌고, (공순이가 일하던 곳에서 콜순이가 일하는 곳) 상담사들이 흡연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야기를 다루었고,

 2부는 좀 더 자세히 상담사의 업무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는 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감정노동, 노동통제, 각종 질병(방광염, 청력이상, 각종 디스크 등등), 실적에 따른 동료들의 따돌림 등. 일반 직장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들은 하청 직원으로서 본청의 직원들을 위한 벽이 되어야 했다. 공공기관이라 하더라도 콜센터는 외부 민간업체에 하청을 주기 때문에 코로나 상황이 닥치자 그들은 충분한 교육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바로 상담을 해야 했고 그 과정에서도 최대한 원청에 연락이 가지 않도록 자신들 선에서 어떻게든 통화를 끝내야만 했다. 


 3부에서는 그들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노조를 설립하고, 노동운동을 했던 이들의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 부분에서 나는 울지 않을 수 없었다. 워킹맘인 것만으로도 힘들었을텐데 노동조합을 설립하기 까지 치밀하게 행동하고 움직였던 지부장의 이야기는 감동이면서 안타까움으로 다가왔다. 그래도 그녀들은 해내었다! 앞으로도 조금씩은 변화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3부에서는 영국, 인도, 한국의 콜센터를 비교하고, 코로나를 겪으며 상담사의 역할은 우리 사회에서 필수 노동자가 되었는데 그들에 대한 처우의 개선이 필요함을 말하고 있다.


나는 책 제목만 보고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것이 아니었나, 그동안 무심코 걸려온 전화나 내가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을 때 상냥하게 못 대해준 것이 생각나 괜시리 미안해지고 그때의 누군가는 나 때문에 힘들었을 수도 있겠구나, 나의 전화를 받고 나서 급히 나가 2분짜리 흡연을 했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통해서 상담사들이 어떤 식으로 일을 하는지, 그들이 처한 환경이 어떠한지, 사회에서 그들을 어떻게 대우했는지 잘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도 모르게 사회가 만들어낸 '콜센터 상담사 = 감정노동자' 라는 도식은 이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할 수 있고 주변에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이들의 이야기가 좀 더 세상에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그들의 이야기를 잘 알리는데 큰 힘이 되고, 그로 인해 그들의 노동 환경이 조금씩 바뀌어나가기를, 그들의 처우가 개선되기를 같이 빌어본다. 










[창비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사람입니다고객님

#김관욱작가

#창비출판사

#콜센터의인류학

한 상담사의 표현처럼 여성에게 있어 흡연 습관은 아이를 가져야 할 몸에 ‘흠‘을 남기는 행동으로 받아들여졌다. 지극히 개인적인 선택일 수 있는 흡연이 남성과 달리 여성에게는 흠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은 출산 및 양육이 여성에게 일종의 사회적 책무로 여겨지기 때문일 것이다. - P87

상담사의 목소리는 ARS의 기계음과는 달라야 한다. 업체에서 요구하는 목소리는 ‘미소 띤 음성‘이다. 단순히 서비스만 친절하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전달하는 목소리에마저 친절함이 배어 있어야 하는 것이다. 그렇게 상담사들은 ‘미소 띤 ARS‘기계가 된다. 인간이지만 기계처럼 일하기를 강요당하면서 동시에 기계와 다른 인간이기를 강요받는 모순적인 상황이다. - P127

디지털단지 안에서 콜선터 상담사들은 과거의 여공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었다. 닭장과도 같은 공간에서 감시를 받으며 몸을 통제당하고, 고객의 갑질은 물론 팀장, 매니저들의 횡포와 동료들 간의 따돌림 등 여러 문제가 겹겹이 쌓여 있다. 이러한 상황만으로도 상담사들에게 버거운 현실이건만 국가 전체에, 아니 전세계에 코로나19 펜데믹이 발생했으니 콜센터 상담사가 견뎌내야 할 어려움은 불을 보듯 뻔했다. - P180

가장 걱정했던 자녀에게는 "엄마가 회사 다니는데, 나쁜 일 당해서 엄마 동료들이랑 싸우는데 엄마가 ‘대장‘이다. 그래서 머리를 깎을 수 있다"라고 전했다. 그녀는 싸움에 나서는 대장으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자기 나름의 희생의례를 시행한 것이다. - P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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