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볼 때대개 제목을 보면서 어떤 내용일까 추측해보게 되는데 호수의 일이라는 제목을 보게 되자 호수에서 일어났던 일을 이야기하겠지 혹은 호수와 관련된 것이려니 하고 생각하게 된다소설을 다 읽고 나니 호수의 일은 주인공 호정이의 마음에 일어났던 일이었다.

 

소설의 첫 문장은 내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아 나는 몹시 안전했다.”로 시작한다소설의 마지막 문장도 소설의 첫 문장과 같다그리고 한 문장이 더 추가된다봄이 오는 일은 내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마음은 호수와 같아라고...

호정이의 마음은 얼어붙은 호수와 같을 때만이 안정감을 느끼는데 그 얼어붙은 호수를 깨어버리는 사건이 생기면서 마음의 변화를 느끼며 봄이 오는 일은 어쩔 수 있는 게 아니었다라고 말하고 있다.

 

소설은 호정이의 마음에 일어났던 일얼어붙은 호수가 점점 깨어지는 과정에 따라 5부로 나눠진다. 1부 호정, 2부 자꾸만, 3부 사랑, 4부 침몰, 5부 호수의 일.

 

의사와 상담을 하면서 하나씩 이야기하는 모습으로 그간에 있었던 일들이 호정이의 관점에 따라 이야기는 진행된다어떤 성장 과정을 거치게 되었는지사춘기에 접어든 소녀의 친구들과의 우정처음으로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과정과 그로 인해 겪게 되는 일들에서 오는 마음의 변화를 호정이는 감당하기 힘들어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학교에 잘 다니고 있고 큰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주인공 호정이는 어릴 때부터 마음의 상처를 차곡차곡 적립하듯 쌓아나갔는지도 모른다누구에게도 진솔한 속마음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마음의 빗장을 단단히 걸어둔 채 사춘기라 그렇다고 핑계 대기 좋은 이유를 명찰처럼 달고서 그냥 지내고 있었던 것이다그러다 그 사건이 일어나면서 호정이의 호수는 와장창 깨져 버리고 만 것이다.

 

그렇지만 어쩌면 한 번은 깨졌어야 했을 호수인지도 모른다계절의 변화처럼 깨졌다가 물이 흘렀다가 다시 얼기를 반복해야 했는데그걸 호정이는 모르고 계속 언 채로 그 안정감만 좋아했던 것이었다.

 

소설의 후반부에 호정이는 이렇게 이야기한다

마음의 상처도 눈에 보이면 좋겠다그러면 어디를 어떻게 다쳤는지 볼 수 있을 텐데곪아 가고 있다는 것도아물어 가고 있다는 것도상처는 결국 흉터가 되겠지이따금 흉터로 인해 상처의 기억이 되살아나겠지만그래도 더 이상 아프지는 않겠지.”


호수가 깨져서 자신이 아팠던 것을 인정하고 치유하는 과정을 겪으며 봄이 오는 것을 받아들이게 되며 소설은 끝이 난다. <아몬드>, <유원>을 잇는 눈부신 성장소설이라는 카피 문구를 보며 다시 <아몬드>를 떠올려 보게 되는데 <아몬드>만큼 더 강렬하거나 자극적이지는 않고 오히려 평범한 우리들 이야기 같아서 더 좋았다. <아몬드>는 희귀병을 앓는 주인공이 잘 일어나지 않을만한 사건을 겪고 서서히 치유해가는 과정인데 <호수의 일>은 요즘 청소년들 혹은 나의 청소년기에 흔히 겪었을 법한 이야기를 주인공의 내면에 좀 더 다가가서 이야기하고 있어서 더 와 닿았다.


이렇게 공을 들인 듯 안 들인 듯 가독성을 좋게 쓴 작가는 과연 누구일까?!

출판사는 작가를 아직 공개하고 있지 않은데곧 출간이 되면 작가를 같이 공개한다고 하니 이 또한 기대된다.

 

<창비 출판사로부터 가제본을 지원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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