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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카의 거짓말
에미코 진 지음, 김나연 옮김 / 모모 / 2024년 7월
평점 :
책을 고를 때 제목에 끌리기도, 표지에 끌리기도 한다.
유명한 작가나 좋아하는 작가라면 작가 이름이 곧 브랜드라
제목이 뭐든 표지가 뭐든 일단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완벽한미카의거짓말 이라는 제목과 표지는 단연 눈에 띄었다.
미카가 완벽한데 거짓말을 하는 걸까?
미카의 거짓말이 완벽한 걸까?
완벽한 거짓말이 과연 존재할까?
미카라는 인물이 과연 어떤 거짓말을 하는 걸까?
여러 의문과 호기심으로 책 표지와 뒤를 살펴보았다.


아하, 열아홉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낳아 입양 보낸 아이의 연락을 받고
괜찮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구나!
거짓말하기 시작한 미카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내 핏줄인데, 내 핏줄이 내게 연락을 했는데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미카는 아이를 낳아서 한 번 안아본 뒤에 바로 입양을 보내는데,
그럼에도 그날의 기억과 느낌을 계속 잊지 못하며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양 에이전시를 통해 일 년에 한 번씩
아이 생일 즈음에 편지와 사진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카는 입양 보낼 때 그런 조건을 걸었다.
아이를 입양한 사람이 아이의 성장에 대한 내용과 아이 사진을
매년 보내주는데 어찌 그 아이를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하기 시작한 거짓말은
점점 덩치가 커지고 만다. 그러면서도 미카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런데 아이가 만나고 싶다며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미카는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만족을 느꼈다.
정말 충만한 만족감이었다. 79p. ]
미카는 자신이 했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행히도 미카의 전 애인과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미카를 도와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백조에다가 모아놓은 돈도 없고,
그럴듯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데 이렇게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다니.
이런 친구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했다.
솔직히 부러웠다고 해야 할까?!
만약에 내가 미키 같은 상황이라면 내 친구들은, 적어도 내 지인들은
어떻게 날 도와줄까 잠시 상상해 보기도 했다.
미카는 자신이 아이를 낳고 입양 보내고 난 이후로 자신이 꿈꿨던 대로
살아가지 못했다. 거짓말로 꾸며낸 삶은 자신이 꿈꾸던 삶이었다.
아이를 만나 정말 기쁘면서도 거짓말이 탄로 날까 마음을 졸이는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
탄로 나면 미카가 어떤 대응을 할까, 또 거짓말을 할까.
거짓으로 꾸며낸 삶이라도 그런 척하는 순간은 또 행복하지 않았을까.
[ 그 입양이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닌 일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미카가 포기함으로써 페니는 사랑스러운 가족을 얻었고,
자신은 꿈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254p.]
'미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미카는 일본인으로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왔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여성은 참고, 침묵하며 지내는 거라고 배우며 자랐다.
피부색이 다른 동양인으로 미국이란 나라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고,
어떤 시선이나 편견을 받게 되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묘사도
이야기의 큰 줄기로 같이 엮어나간다.
이는 작가가 일본계 미국인이기에 그렇게 잘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카'라는 인물을 만들 수 있었고,
그러한 성장환경이 미카가 자신을 억누르며, 자신에게 괜찮다는 거짓말을 하며
억누르며 살게 된 것이기도 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듯하다.
같은 상황에 미국인이었다면 혹은 겉모습이 동양인이 아니었다면
다른 선택 혹은 또 다른 상황이, 다른 미래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소설은 미카가 아이를 입양했던 캐롤라인이 해마다 보냈던 편지를 중간중간 소개하고,
미카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도 적절한 장면에 넣어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결국 완벽한 거짓말은 없기에 미카의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그 후의 이야기가 휘몰아치듯 전개되며 가독성이 더 좋아진다.
책장이 휙휙 넘어간다.
미카의 거짓말이 들통난 이후, 소설 속 인물들 모두가 서로에 대한 감정에 솔직해지기 때문이다.
거짓 없이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나가는 미카의 모습도 대견해 보인다.

한국에 번역된 제목은 '완벽한 미카의 거짓말'인데
원제는 'Mikla in real life'이다.
이 원제는 소설을 다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일 테다.
'완벽한 미카의 거짓말'이란 제목에 끌렸고, 다 읽고 나자 번역된 제목이 더 낫다 싶다.
여러 의미로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반어법을 썼구나 싶기 때문이다.
책을 읽게 될 다음 독자를 생각해서 더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겠다.
책 두께에 겁내지 마시기를.
이 정도의 두께에 이런 가독성이라면 더 두꺼워도 될 것 같다. 진심이다!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미카의 친구가 되어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될 테니.
미카와 그녀의 딸 페니가 웃고 우는 모습, 감동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한 편의 영화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로 나와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모모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