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 수 있는 동안에 - 삶과 죽음의 본질을 포착하는 포토그래퍼의 시선
차경 지음 / 책과이음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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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하는 포토그래퍼의 에세이라
더 깊게 빠져들어 읽었는지도 모르겠다.
그의 시선으로 보는 삶과 죽음에 대한 이야기도 좋았고,
문장력 또한 좋아서 많이 감탄하고 인덱스를 많이 붙여가며 읽은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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윌리엄
메이슨 코일 지음, 신선해 옮김 / 문학수첩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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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독서모임에서 《프랑켄슈타인》을 읽었다.

역시 자주 언급되는 고전문학엔 다 이유가 있구나 싶으면서

한편으로 이름도 받지 못한 '그'에게 연민을 느꼈다.

한 번 더 꼼꼼히, 천천히 읽어봐야겠다 다짐한 소설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의 여운이 희미해져갈 무렵

'<프랑켄슈타인>을 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갈 때가 되었다'는

카피 문구를 보고 《윌리엄》이 궁금해져서 서평단에 신청했다.

과연 작가 메이슨 코일은 어떤 이야기를 풀어냈을까?

표지부터 섬뜩하게 다가온다.

소설 속 헨리가 만든 기계? 인간? 은 저런 섬뜩한 모습이겠구나 정도를

예상하며 소설을 읽어나갔다.



천재적인 로봇공학자 헨리는 AI 로봇 '윌리엄'을 만든다.

로봇 제작에 몰두하느라 임신한 아내에게는 소홀했고,

그에게는 심한 광장공포증이 있어 거의 집에서만 지낸다.

어느 날, 아내의 전 직장 동료 둘이 집에 놀러 오고,

타인을 대하는데 서툰 헨리지만 최선을 다해 그들을 맞이한다.

그날, 아내에게도 공개한 적이 없는 '윌리엄'을 모두에게 공개한다.

그러나, 윌리엄은 다른 기계 팔을 조종해서

모두가 보는 앞에서 헨리의 아내 '릴리'에게 상처를 입히고 만다.

그로 인해 네 사람 모두 뜻하지 않은 상황을 마주하고,

어느 순간 정신을 차려보니 집에 갇힌 꼴이 되었으며

집 안에서 핸드폰도 터지지 않든다.

일어난 여러 일들과 상황이 단 하루 동안 벌어진다.

즉, 소설 전체 이야기가 하루에 일어난 일이다.

긴박하고, 속도감 있으며 예상치 못한 흐름으로 전개된다.

그런 가운데 작가는 윌리엄과 헨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진다.

AI가 스스로 어느 영역 수준까지 학습하고, 도달할 수 있는지?

AI에게 어느 정도의 자유의지가 있을까?

사람의 마음까지 읽어낼 수가 있는지?

AI에게도 영혼이 있을까?

AI를 만든 사람이 의도하지 않더라도 어떠한 성격을 가지고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일까?

AI도 사람처럼 질투심, 분노 같은 감정을 느끼게 될까?

고전문학 프랑켄슈타인과 비슷한 듯하면서도 조금은 결이 달랐다.

최근에 읽어서이기도 하겠지만, 인간이 어떤 존재를 창조했다는 점에서

계속 '프랑켄슈타인'과 비교하면서 읽게 되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이름'이었다.

프랑켄슈타인은 그가 만든 창조물에게 이름조차 붙여주지 않았다.

'이름 = 애정', '이름 = 의미 부여'라 생각한다.

프랑켄슈타인은 그가 만든 창조물을 혐오했으며 애정이 없었으나

헨리에게는 애정이 있었고, 의미를 부여했다.

두 번째 차이는 피조물을 만든 재료일 텐데

아무래도 시대의 간극을 볼 수 있는 부분인 것 같다.

공통점은 인간처럼 대화가 원활히 되었다는 점과

모습을 흉측하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대화가 되어야만 피조물의 생각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고,

흉측하게 만든 이유는 완성작이 아니라 시험작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싶다.

내용도 내용이지만,

문장의 호흡이 길지 않아 빠르게 몰입해서 읽을 수 있었다.

중간에 사정이 생겨 읽다 멈춘 시간이 있었지만,

앉은 자리에서 단박에 다 읽어버릴 만큼 속도감 있는 전개가 좋았다.

다음에 읽을 분들의 재미를 위하여 결말을 공개하기가 힘들다.

다 읽고 나면 틀림없이 다시 앞 페이지로 돌아와

등장인물들의 대화를 읽으면 소름이 돋을지도 모른다.

이것이 작가의 의도이리라!

두 번 읽어봐야 하는 소설~!



#문학수첩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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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 - 노동인권 변호사가 함께한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
윤지영 지음 / 클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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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다양한 만큼 그에 따라 여러 다양한 사건, 사고 등이 끊이질 않는다. 각종 이해관계가 얽혀 있으며, 다양한 사람이 한 공간에서 지내거나 불특정 다수를 상대해야 하거나, 위험하거나 특수한 환경, 이상한 계약 관계 등등으로 늘 노동과 관련한 곳엔 여러 문제들이 산적해있는 게 어쩌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르겠다.

어떤 법이든, 계약이든 서로가 약속한 대로 잘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없을 텐데 우리가 사는 사회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이런 노동에 관련된 문제를 상담해 주고, 힘없는 그들을 위해 수임료도 받지 않고 열심히 뛴 변호사 이야기가 이렇게 따뜻하고 고맙게 다가오는 게 아닐까?!

책 《안녕하세요, 한국의 노동자들》이 더 반가운 이유다.



책 제목 위에 작게 '노동자들의 법정투쟁 이야기'란 부제가

괜스레 가슴 저릿하게 다가왔던 건 목차를 살펴본 뒤였다.


목차를 보면 하나같이 다 안타깝고 슬픈 사연들이다.

그들의 죄라면 시키는 대로 혹은 그보다 더 열심히 일한 것뿐이었다.

책은 소설처럼, 다큐처럼

근로자들이 어떤 상황에 처했고, 어떤 식으로 상담을 했으며

그런 과정에서 어떤 일들이 있었고, 어떤 법을 적용받았고,

어떤 법으로 승소하려고 노력하셨는지

법을 잘 몰라도 이해하기 쉽게 쓰여서 쉽게 읽혔다.

(내용은 마음이 아파 한 번씩 심호흡을 해야 했지만 ^^;)

안타깝게 유명을 달리하신 분도 많았다.

그럼에도 유지영 변호사 님은 의미 있는 한 문장이라도 건지기 위해, 유족들을 위해, 좋은 선례를 남기기 위해 고군분투하셨다.


근로복지공단은 이만수 씨에 대해 업무상 질병 판정을 하면서 자살의 업무 관련성을 인정했다. 근로복지공단이 자살을 산재로 인정한 최초의 사례였다.

24p.



청주방송국의 PD가 자살한 사건도 마음이 아팠다.

방송국의 노동 문제를 한 문장으로 꼬집어주셨다.



또 시대가 변함에 따라 달라지는 고용계약의 형태도

근로자들의 지위를 위태롭게 하는 것 같다.

언제부턴가 우리 입에 익숙해진 단어

'비정규직', '계약직', '프리랜서'...

이 세 단어에서 느껴지는 감정은 바로 '불안정감'일 것이다.

'우리(고용주)는 언제든 널 원할 때 쓰고, 원하지 않을 때 쓰지 않겠다.'라는 의미가 아닐는지...

자발적으로 비정규직이나 계약직 혹은 프리랜서를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많은 경우가 비자발적으로 그런 위치에 있으리라 생각된다.



난 9년 전, 임금 체불로 온갖 자료를 들고 노동청에 간 적이 있고,

그 이듬해인 8년 전에 들어간 회사에서는 내가 입사하고 6개월 뒤에

폐업하는 바람에 실업 급여를 받은 적이 있다.

내 인생에서 그런 사건이 있으리라고는,

내 입에서 그런 단어를 언급하리라고는,

내가 피해자가 되어 그런 곳을 드나들게 되리라고는,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뉴스에서 자주 언급되는 노동 문제는

건설 현장이나 열악한 공장에서나 벌어지는 일들이라 싶었고,

딴 나라 이야기처럼 들렸기에 그런 일들을 내가 직접 겪게 되자

법학과를 나름 좋은 성적으로 졸업한 나였음에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빨리 떠오르지 않았고,

내가 잘못한 것이 없는데도 자책감 비슷한 감정도 들었다.

내가 겪은 일은 나보다 더 힘든 일을 겪은 사람에 비하면

정말 새 발의 피지만, 그들의 일화를 읽는 내내 잊고 지냈다 생각했던 여러 일들이 자꾸 떠올라 책을 읽기가 힘들었다.

돌이켜보면 직장 내 성희롱 사건도 비일비재했다.

그 당시에는 큰일이라 여기지 않았고 그저 기분 나빠하다가 신고하거나 상부에 보고하기 애매해서 스리슬쩍 넘어갔던 것 같다.

상부, 즉 상사들은 죄다 남자였으므로...

십여 년 전에 일어났던 일을 지금 똑같이 겪는다면 난 녹음부터 했을 듯하다.

여러 사례를 읽으면서 힘들기도 했지만, 끝내 승소했고, 원하는 결과를 얻었다고 했을 때는 같이 박수를 쳤다.

다만, 좋은 책이었던 만큼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책 말미에 추천사의 전문을 싣기 보다(뒤표지에도 추천사 일부를 빼곡히 실었으므로)

무료로 법률 상담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든지,

혹시나 직장 내에서 부당한 대우를 받게 될 때 모아두면 좋을 증거자료 같은 걸 알려줬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 일을 겪어봤던 사람으로서

당하면 머릿속이 금방 새하얗게 되어버리니 말이다.

골리앗 같은 존재와 힘겹게 싸웠던,

어쩌면 지금도 싸우고 있을 이들에게 미약하나마 응원을 보낸다.

정의는 승리한다고, 당신들이 잘못한 것은 없다고.



본 포스팅은 #출판사클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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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벽한 미카의 거짓말
에미코 진 지음, 김나연 옮김 / 모모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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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고를 때 제목에 끌리기도, 표지에 끌리기도 한다.

유명한 작가나 좋아하는 작가라면 작가 이름이 곧 브랜드라

제목이 뭐든 표지가 뭐든 일단 읽어보자는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완벽한미카의거짓말 이라는 제목과 표지는 단연 눈에 띄었다.

미카가 완벽한데 거짓말을 하는 걸까?

미카의 거짓말이 완벽한 걸까?

완벽한 거짓말이 과연 존재할까?

미카라는 인물이 과연 어떤 거짓말을 하는 걸까?

여러 의문과 호기심으로 책 표지와 뒤를 살펴보았다.




아하, 열아홉에 피치 못할 사정으로 낳아 입양 보낸 아이의 연락을 받고

괜찮은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마음에 거짓말을 하기 시작했구나!

거짓말하기 시작한 미카의 마음이 조금은 이해가 되었다.

누구라도 그렇지 않을까?!

내 핏줄인데, 내 핏줄이 내게 연락을 했는데

잘 지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을까?

미카는 아이를 낳아서 한 번 안아본 뒤에 바로 입양을 보내는데,

그럼에도 그날의 기억과 느낌을 계속 잊지 못하며 보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양 에이전시를 통해 일 년에 한 번씩

아이 생일 즈음에 편지와 사진을 받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미카는 입양 보낼 때 그런 조건을 걸었다.

아이를 입양한 사람이 아이의 성장에 대한 내용과 아이 사진을

매년 보내주는데 어찌 그 아이를 잊을 수 있겠는가.

자신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 하기 시작한 거짓말은

점점 덩치가 커지고 만다. 그러면서도 미카는 만족감을 느낀다.

그런데 아이가 만나고 싶다며 만나러 오겠다고 했다.



[원하는 대로 이야기를 꾸며내는 것이 훨씬 쉬워졌다.

미카는 아주 오랜만에, 처음으로 만족을 느꼈다.

정말 충만한 만족감이었다. 79p. ]


미카는 자신이 했던 거짓말이 들통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다행히도 미카의 전 애인과 친구들이 적극적으로 미카를 도와준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백조에다가 모아놓은 돈도 없고,

그럴듯하게 내세울 것도 없는데 이렇게 도와주는 친구들이 있다니.

이런 친구라도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 싶기도 했다.

솔직히 부러웠다고 해야 할까?!

만약에 내가 미키 같은 상황이라면 내 친구들은, 적어도 내 지인들은

어떻게 날 도와줄까 잠시 상상해 보기도 했다.

미카는 자신이 아이를 낳고 입양 보내고 난 이후로 자신이 꿈꿨던 대로

살아가지 못했다. 거짓말로 꾸며낸 삶은 자신이 꿈꾸던 삶이었다.

아이를 만나 정말 기쁘면서도 거짓말이 탄로 날까 마음을 졸이는

장면에서는 나도 같이 마음을 졸이게 되었다.

탄로 나면 미카가 어떤 대응을 할까, 또 거짓말을 할까.

거짓으로 꾸며낸 삶이라도 그런 척하는 순간은 또 행복하지 않았을까.


[ 그 입양이 두 사람 모두에게 중요한 가치를 지닌 일이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미카가 포기함으로써 페니는 사랑스러운 가족을 얻었고,

자신은 꿈을 이루는 데 성공했다는 것을 증명하고 싶었다. 254p.]


'미카'라는 이름에서 유추할 수 있듯이 미카는 일본인으로 어릴 때 미국으로 이민 왔다.

보수적인 집안에서 여성은 참고, 침묵하며 지내는 거라고 배우며 자랐다.

피부색이 다른 동양인으로 미국이란 나라에서 어떤 모습으로 살아왔고,

어떤 시선이나 편견을 받게 되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에 대한 묘사도

이야기의 큰 줄기로 같이 엮어나간다.

이는 작가가 일본계 미국인이기에 그렇게 잘 그려낼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작가의 경험을 바탕으로 '미카'라는 인물을 만들 수 있었고,

그러한 성장환경이 미카가 자신을 억누르며, 자신에게 괜찮다는 거짓말을 하며

억누르며 살게 된 것이기도 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듯하다.

같은 상황에 미국인이었다면 혹은 겉모습이 동양인이 아니었다면

다른 선택 혹은 또 다른 상황이, 다른 미래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소설은 미카가 아이를 입양했던 캐롤라인이 해마다 보냈던 편지를 중간중간 소개하고,

미카가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도 적절한 장면에 넣어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결국 완벽한 거짓말은 없기에 미카의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그 후의 이야기가 휘몰아치듯 전개되며 가독성이 더 좋아진다.

책장이 휙휙 넘어간다.

미카의 거짓말이 들통난 이후, 소설 속 인물들 모두가 서로에 대한 감정에 솔직해지기 때문이다.

거짓 없이 자신의 마음이 가는 대로 행동해나가는 미카의 모습도 대견해 보인다.



한국에 번역된 제목은 '완벽한 미카의 거짓말'인데

원제는 'Mikla in real life'이다.

이 원제는 소설을 다 읽어야 이해할 수 있는 제목일 테다.

'완벽한 미카의 거짓말'이란 제목에 끌렸고, 다 읽고 나자 번역된 제목이 더 낫다 싶다.

여러 의미로도 생각해 볼 수 있고, 소설을 다 읽고 나면 반어법을 썼구나 싶기 때문이다.

책을 읽게 될 다음 독자를 생각해서 더 이상의 스포는 하지 않겠다.

책 두께에 겁내지 마시기를.

이 정도의 두께에 이런 가독성이라면 더 두꺼워도 될 것 같다. 진심이다!

읽기 시작하면 어느새 미카의 친구가 되어 그녀를 응원하는 마음으로 읽게 될 테니.

미카와 그녀의 딸 페니가 웃고 우는 모습, 감동하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한 편의 영화로 본 듯한 느낌이 든다. 영화로 나와도 너무 좋을 것 같다.





본 포스팅은 #모모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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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정유희
이가라시 리쓰토 지음, 김은모 옮김 / 리드비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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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재미있게 읽은 책일수록 첫 문장을 어떻게 써야 할지 고민이 된다.

무엇부터 이야기해야 좋을지 망설여지기 때문이다.

《법정유희》는 일본에서 2020년에 단행본으로 출간되었고

인기에 힘입어 2023년 4월에는 문고본으로,

같은 해 11월에는 영화로도 개봉되었다.

일본에서 인기가 있었다고 해서 반드시 한국에서도 인기를 끌 거라고

보장할 수 있는 건 아니지만 어느 정도는 잘 팔리리라 예상해 볼 수는 있다.





#법정유희 를 쓴 작가 #이가라시리쓰토 는 법학을 전공하고 현직 변호사이면서

이 소설로 화려하게 데뷔했다.

변호사가 쓴 #법정미스터리 소설이라는데 당연히 눈길이 가고 이야기에 왠지 신뢰가 간다.

(아래부터는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소설은 로스쿨의 학생들이 벌이는 '무고 게임'이라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교내 '모의법정'에서 실제로 재판을 하듯이

피고와 원고, 변호인, 재판관의 역할을 맡은 이들이 법리를 다투며 재판을 한다.

'무고 게임'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피고는 자신이 '무고'함을(즉 죄가 없음을) 증명해야 한다.

어느 날 무고 게임에서 누군가가 '세이기'의 과거를 고발하게 되면서

예상치 못한 사건으로 이어진다.

그 범인을 찾으려다 찾지 못하고 무고 게임은 재판관 역할을 했던

'가오루'가 그만두겠다고 하여 더 이상 무고 게임은 하지 않게 된다.

사법시험에 합격한 '세이기'는 변호인으로 이제 막 활동을 하기 시작했다.

'가오루'는 누군가 고소했다며 '무고 게임'을 열 테니 오길 바란다며

세이기와 미레이에게 메일을 보낸다.

오랜만에 학교로 간 세 사람은 다시 모의법정에서 만나는데

가오루는 칼에 찔려 쓰러져 있고, 미레이는 피가 묻은 채 서 있고

놀란 세이기에게 미레이는 자신을 변호해 달라고 하며 소설은 새로운 국면을 맞는다.




법학을 전공하긴 했지만 시간이 지난 만큼 잊고 있었다 생각했던

여러 법리들, 수업 때 들었던 내용들, 형법 시험을 두고 달달 외웠던 조문들...

법대에서의 추억들이 하나하나 떠올라서 더 재미있게 읽었다.

법정 미스터리 소실인 만큼 법학 관련 용어가 나오긴 하지만

역주가 친절히 달려 있고 어렵지 않으므로 관련 지식이 없더라도

읽는데 큰 어려움은 없으리라 본다.

'유희'라는 단어의 의미는 그걸 가지고 즐겁게 논다는 의미인데

법정에서 '유희'라니.

유죄로 보이는 증거들을 늘어놓고 너의 '무고'를 어떻게든 증명해 보아라는 무고 게임.

'가오루'는 '무고 게임'이라는 형식을 빌려서 재판관 역할을 하며

동기들의 모습을 보며 즐겼다.

자기 아버지의 무고함을 밝히기 위해 몇 년간 철저하게 복수를 준비했던 가오루.

'무고 게임'도 그 준비이자 복수의 일환이었다.

결국 실제 법정에서 '미레이'의 무고를 증명해 보라는 수수께끼를 남기고 죽게 되는데...

소설은 세이기와 미레이가 과거에 자신들이 저지른 죄로

가오루가 아버지에 대한 복수를 어떻게 하는지 보여준다.

그 과정에서 합당한 형벌이란 과연 뭘까 읽는 이로 하여금 고민하게 한다.

동해 보복이라는 '눈에는 눈, 이에는 이'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데

그에 대해 '가오루'는 이렇게 말한다.


자신의 눈을 망가뜨린 범인을 내어 주면서 마음대로 복수해도 된다고 치자. 형벌이 존재하지 않는 무질서한 세상이라면 반쯤 죽이든지, 그야말로 목숨까지 빼앗을지도 몰라. 하지만 빼앗긴 시력의 대가로 목숨을 요구하는 건 아무래도 너무 과하지. 시력을 빼앗겼으니 시력을 빼앗는 것으로 용서해 주어라. 그게 눈에는 눈이라는 말에 담긴 의미야.

116p.



그렇다면 피해자가 합당한 형벌이 내려지지 않았다고 느낄 때는 어떨까?

그런 생각에 이른 세이기는 드디어 깨닫게 된다.


의지할 수 있는 정의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손을 더럽혀서 가해자를 벌하는 수밖에 없다.

그것이 가오루가 최종적으로 도달한 결론 아니었을까.

그러한 시각으로 돌이켜 보면 그동안 해 왔던 무고 게임의 의미도 저절로 명확해진다.

296p.

소설의 막바지에 이르면서 가오루와 미레이의 행동이 이해가 되면서

아! 하고 깨닫게 되는데 그러다 반전! 이 나오고, 작가의 치밀함에 감탄하게 된다.

원서 표지는 여자 얼굴에서 입만 보이는 표지이다.

물론 제일 첫 사건은 '미레이'부터 시작되긴 했다.

그러나 이 표지만으로는 '법정 유희'의 분위기가 잘 전달되지 않는 듯하다.

한국에서 출간된 표지가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모의 법정이든 실제 법정이든 '법정'에서 증명해 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등장인물들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이 소설은 특히 법학을 공부하는 이들이 읽으면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는 사람도 마찬가지이다.

4백 페이지가 넘는데도 지루함 없이 술술 잘 읽혔다.

작가의 다른 책도 찾아서 읽어봐야겠다.

(한국에는 이 소설 포함 두 권만 번역되었다)

아직 번역되지 않은 소설이 있으므로 번역가로서도 탐이 나는 작가이다.


#리드비출판사 로부터 도서를 제공받고 솔직하게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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