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을 벗어난 외국에서의 삶에 새롭게 정착하는게 100% 낭만적이지만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피터 메일의 "나의 프로방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피터 메일의 위트 넘치는 프로방스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즐겁다. 매서운 바람-미스트랄과 영원히 끝날것 같지 않은 집수리 일정, 놀러오겠다고 끊임없이 연락해대는 영국의 지인들, 여름이 되면 마을을 장악해버리는 관광객들, 그리고 독특한 개성을 자랑하는 수다스러운 이웃 프랑스인들(그들은 영국인과는 달리 이웃에게 "조언"하는 것을 상당히 즐기는 듯 하다). 프로방스에서의 일년이 끝나가는게 아쉽지만, 원서로 다시 읽기 시작한 책이 벌써 12월의 막바지에 다다르고 말았다. 

프랑스 노르망디지역에 "성"을 구입해서, 일종의 쿠킹스쿨 및 숙박프로그램을 계획하는 과정을 그린 호주인 제인 웹스터의 "프렌치 테이블", 이 책은 나에게는 현실감각은 없는 너무 낭만적인 세계이다. 프랑스에서 부동산을 구입하는게 얼마나 골치아픈 일인가, 낡은 성을 수리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들였을까, 아이들이 프랑스 생활에 적응하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어떻게 풀어나갔을까 에 대한 얘기도 있었다면 더 흥미있는 책이 완성됐을텐데. 물론 내가 사랑하는 노르망디의 먹거리와 사계절의 레서피, 예쁜 사진들이 함께하지만, 외국에서의 삶이 특히 프랑스라면 그리 녹녹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기에, 제인 웹스터의 노르망디에서의 삶은 정착이 아니라 그냥 꿈같은 여행처럼 다가온다.

 파리를 벗어난 프랑스가 더 궁금하다면, 신이현의 알자스를 빼놓을 수가 없다. 알자스의 시골마을에 살고계시는 시부모님 루시와 레몽이 책의 주인공이지만, 마치 맛난것들을 잔뜩 준비해두시고 손주들이 올 날을 손꼽아 기다리시는 우리의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를 만나고 온 느낌이 든다.

 우리의 김치처럼 익어가는 슈쿠르트와 장작불에 구운 전통 핏자, 크리스마스 마켓에서의 따뜻한 와인한잔, 한겨울 전나무숲에서 들이마시는 차가운 공기, 겨울로 시작하는 알자스의 이야기는 정말 매력젹이고, 신이현은 정말 멋진 이야기꾼이다.  

실제로 여행하는 것보다 알자스를 더 가깝게 느끼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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