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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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의 서문에서 알베르 까뮈는 오늘 처음으로 그 책을 열어보는 젊은이를 '열렬히 부러워한다'라고 했다. 몇 년 전에도 '섬'을 읽은 기억은 나지만, 그 때는 까뮈의 그 대단한 칭송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철학 공부도 하고, 사는 게 뭔가 더 생각도 해 보고 나서, 몇일 전 다시 '섬'을 읽게 되었을 때, 나도 까뮈처럼, 이 책을 처음으로 펼쳐 보게 될 사람들이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고, 행복한 마음을 느낄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은 분명 자극적이고 강한 맛을 느끼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원래 애주가들은 차맛을 잘 못 느낀다고 했다. 술로 인해 무뎌진 혀가 담담하고, 은밀한 차의 맛을 음미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디 이 책을 손에 넣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평소 독서 속도보다도 훨씬 천천히, 한 줄과 한 줄 사이를 쉬어가며 읽기를 바란다. 몇 년 전에 그 가치를 몰랐던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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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르헤스의 불교강의 - 주머니속대장경 101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지음, 김홍근 옮김 / 여시아문 / 199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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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히려 서양인들이 불교를 설명하는 책이 더 쉬울 때가 많아 두께도 얇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집은 책이였다. 그런데, 별 생각 없이 집은 책이 요근래 읽은 책들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책이 되었다. 보르헤스는 이름도 못 들어본 사람들도 있겠지만, 일부러 보르헤스의 책들을 골라 읽을 정도의 메니아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나도 보르헤스의 소설을 몇 권 읽으면서 매번 무한한 상상력과 신비감에 참 독특하다는 느낌을 받았던 기억이 난다. 그러면서 한편으로는 단순히 상상의 보고가 아니라 철학적 성찰이 함께한다는 느낌을 받았었다. 그런데, 보르헤스의 불교강의를 보니 그러한 소설의 사상적 배경이 불교가 아니였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불교를 많이 아는 사람은 그 사람대로,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사람대로 건져갈 것이 많은 책이다. 물론, 워낙 짧은 책이고, 아무래도 좀 쉽게 불교를 설명하다 보니, 불교 연구자들에 따라서는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있을 지 모르겠다. 그렇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보르헤스 자신이 분명 불교의 핵심을 이해하고 있고, 깊이 감화되어 있다는 점이다. 독자들은 어렵지 않게 보르헤스의 불교에 대한 사랑을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언제나 진실이 담겨져 있는 글은 읽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도 공명을 일으키는 것 같다.

아름다운 문장과, 또 생각보다도 더 재밌는 글에 나 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즐거워하리라고 믿는다. 또한, 역자 또한 불교에 조예가 깊은 듯 하다. 그래서인지, 번역된 글을 읽는다는 껄끄러운 느낌이 안 들어 좋았다. 본문을 읽고 좋은 사람들은 여유있게 옮긴이의 말도 읽어본다면 더욱 즐거울 수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책 자체에 대한 내용은 별로 없을지라도, 또 하나의 불교 예찬을 들어볼 수 있을 것이다.

2000년도 더 전의 종교사상이 가장 현대적인 사상과 맞닿아 있다는 것은 불교의 윤회사상을 떠올리게 한다. 돌고 돌아 가장 현대적인 감각의 소설가가 오랜 옛날의 부처와 공감하고 마음으로 대화했다는 것은 참 아름다운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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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이렇게 움직인다
니나 판 고오콤 지음, 홍종욱 옮김 / 경서원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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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나라에 잘 소개되지 않은 남방 상좌부 불교 쪽 연구서라서 기대를 가지고 읽게 되었다. 그렇지만, 내 예상과는 다소 다른 책이였다. 우선, 번역자의 잘못인지 잘못인지,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부분이 더러 있었다. 아마 군데군데 보이는 오타 때문에 더 그렇게 보이는 것 같다. 내용 면에서도 워낙 아비달마 불교가 어려운 용어들이 많고, 복잡하긴 하지만, 쉽게 읽히지가 않는다. 어려운 내용이라는 걸 감안해도, 흥미를 유발하기가 어려운 지루한 내용 전개라고나 할까...

제목만 보고 단순히 불교심리학 정도의 책인 줄 알고 집어든 사람들은 아마 거의 이해하기가 힘들 것이다. 이 책은 쉬워보이는 제목에도 불구하고(원래 제목은 다르지만) 어느 정도 불교를, 특히 아비달마 불교를 아는 사람들이 읽어야 이해될 만한 책이다. 구사론 등의 아비달마 불교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청정도론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읽으면 도움이 될 것 같다. 제목을 '남방상좌부 불교입문' 정도로 했으면 더 정확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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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교철학입문
사이구사 미쯔요시 / 경서원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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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는 경전이 성경 하나인 데 반해, 불교는 경전의 수만 해도 엄청나다. 우리가 자랑하는 팔만대장경만 해도, 전체 불교 경전을 다 포함하는 것이 아니다. 경전의 막대한 수만큼, 불교 사상도 그 내부에서 상당히 다양하다.

그래서, 불교에 막연히 관심이 있는 사람은 많더라도, 실제로 불교에 접근하는 게 용이하지가 않다. 관심을 가지고 책을 선택하다 보면, 대부분, 특정 불교, 즉, 대승불교니, 중관이니, 아비달마니 하는 쪽의 시각에서 바라본 불교책이라서, 책을 읽을 때마다 더 혼돈스러워질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진짜 불교철학입문서라고 할 수 있다. 방대한 불교사상에서, 사실 한 권으로 불교역사, 불교사상사를 다 소화해 낼 수는 없다. 그렇지만, 불교에 대해 처음으로 접근하는 사람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이 책처럼 불교 전체를 통괄하는 하나의 책이 필요한 것 같다. 그 다음에야 자신이 어느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알고 싶은 점이 어느 것인지를 분명히 해서, 보다 전문적으로 불교를 알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미 불교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의 내용이 너무 간략하게 느껴질 지 모른다. 그렇지만, 잘 모르는 사람들, 어느 정도 불교를 알더라도, 전체 불교사 속에서의 개념들과 불교의 시대 구분이 잘 파악되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이 책이 분명 큰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또, 간략한 내용이긴 하나, 단순히 읽기 쉽게 불교의 개념들을 변형시키거나 한 것은 없다. 또, 대부분의 입문서가 많이 그러듯, 말이 입문서이지, 주관적인 시각으로 자신의 연구 분야에 맞춘 입문서도 아니다. 즉, 저자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불교에 대한 최소한의, 핵심적인 것들을 가르쳐주고 있다. 불교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다른 어려운 전문적인 불교서적보다 일단 이 책으로 시작을 하는 것이 훨씬 불교 이해에 훨씬 도움이 되리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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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일본어강좌 - 전정판
이숙자 지음 / 법문사 / 200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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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어학 관련 교재들이 화려하게 나오는 것 같다. 화려하지 않은 것들도, 일단 종이 질도 좋고, 책 내용의 구성, 글자크기 등도 모두 보기 좋은 형태로 나오는 것 같다. 그런 교재들에 비하면, 이 책은 정말 구식이다. 종이도 얇고, 글자도 작은 편이고, 전반적으로 딱딱한 편이다. 사실 내용을 그렇게 나무랄 수는 없지만, 이왕이면, 눈에 보기도 좋은 책으로 공부하는 게 머릿속에는 더 잘 남을 것 같다.그냥 학교 교재로 무난한 형태인데, 아마도 실제 집필은 꽤 오래 전에 한 탓이 클 것이다. 그래서, 매년 더 멋진 어학 교재들이 나오는 요즘 세상에는 뒤떨어졌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나도 이 책을 대학 교양 강의 교재로 샀었는데, 지금 다시 일본어 공부를 시작하면서, 보게 되었다. 내용 면에서는 일본어 기초로서 빠진 내용은 없지만, 너무 답답해 보이는 구성이라 솔직히 다른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시대에 맞춰서 출판사가 새로운 형태로 글자모양도 좀 키우고(현재 책은 활자체가 눈에 잘 들어오는 활자체가 아니다. 읽으면 눈이 좀 아픈 활자체다.), 좀 여유있게 구성을 바꿔서 재출판한다면, 내용은 그리 나쁜 건 같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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