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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릿 GRIT - IQ, 재능, 환경을 뛰어넘는 열정적 끈기의 힘
앤절라 더크워스 지음, 김미정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성공하는 데는 재능이 중요한가, 노력이 중요한가? 이것은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질문이다. 많은 영화에서는 마냥 게으름을 피우는 것 같다가도 결정적인 순간에 놀라운 성과를 보여주는 천재들을 보여준다. 물론 노력하고, 또 노력하고, 좌절을 극복해서 성공을 이뤄내는 사람들의 이야기도 영화의 좋은 소재이지만 말이다.
어느 쪽이든 이런 주제는 다소 뻔한 자기 계발서의 주제이기도 한데, 이 책이 뻔하지 않은 것은 저자가 신뢰할만한 심리학자이며, 심리학 주제로서 이 분야를 면밀하게 연구한 결과로 내놓은 책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주장과 근거가 선명하되, 많은 자기 계발서가 그러하듯 '반증 무시의 오류'를 범하지는 않으려 주의한다. (사실 노력으로 성공한 듯이 보이는 사람들의 사례와 재능으로 성공한 듯이 보이는 사람들의 사례야 얼마든지 구할 수 있지 않겠는가? '노력'이 성공의 길이라고 말하는 책들은 후자의 사례에 눈감고, '재능'이 성공의 길이라고 말하는 책들은 전자의 사례에 눈감는 경우가 많다.)
저자는 성공에는 Grit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릿'은 열정적이면서도 (지속적인) 끈기'를 나타내는 말이라서 우리말 한 단어로 번역하기가 어렵다. '끈기'라고 번역하면 열정의 의미가 전달되지 않고, 그렇다고 '열정'이라고 번역하면 노력과 끈기의 의미가 전달되지 않는다. 목표하는 바에 열정적이되 그 열정이 한순간에 불타고 사그라드는 것이 아니라 꽤 오래 시간 지속되는 것, 좌절과 실패에도 불구하고 칠전팔기 정신으로 목표의 끝까지 가는 것이 그릿이다.
그러니 나는 굳이 한 단어로 번역하자면 우리말의 '근성'이 그릿의 번역어로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성취=재능x노력x노력. 이것이 저자가 내놓은 성취 공식이다. 이처럼 재능은 전혀 필요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것보다 곱절로 중요한 것이 노력이다. 노력만으로 성공이 가능하다기보다는 재능'만'으로는 성공할 수 없고, 재능'보다'도 노력이 더욱 중요하다는 것이다. 우리는 보통 뛰어난 예술가나 운동선수들, 학자들의 완성도 높은 결과물만 보기 때문에 그런 결과물을 내놓기 전까지 얼마나 오랫동안 서툴고 미완의 상태의 기술과 작품을 다듬어왔는지를 간과하게 된다. 그러나 재능은 뛰어나 결과물에 이르는 노력의 기간을 상대적으로 줄여줄 수는 있을지 몰라도, 아예 그러한 노력의 기간이 없어도 되게끔 하는 것은 아니다. 성공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피력하는 것으로 보이는 저자 자신의 TED 강연 동영상이 사실상은 꽤 오랫동안, 여러 번의 그보다 못한 연습물을 통해 나온 것이다.
책에서 타네하시 코츠의 이야기를 시로 옮긴 부분이 있는데, 이것이 재미있게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해주는 것으로 보인다. "글쓰기의 어려움은 지면에 옮겨진 자신의 형편없는 글과 서툰 글을 보고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데 있다. 그리고 다음 날 잠에서 깨어 형편없고 서툰 글귀들을 들여다보고 다듬어서 너무 형편없고 서툴지 않게 고치고 다시 잠자리에 들어야 하는 데 있다. 그리도 또 다음 날이 되면 조금 더 그 글을 다듬어서 그리 나쁘지 않게 만든 다음 다시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그 글을 다시 다듬어 평균 수준으로 만든 다음에 한 번 더 다듬는다. 운이 좋다면 좋은 글을 얻을 수도 있으리라. 그리고 거기까지 했다면 성공이다." 어떤 종류의 글이든, 혹은 글이 아니라 어떤 종류의 작품이든 쓰고 만드는 것을 자신의 일로 삼은 사람은 이 글에 공감할 것이다. 어떤 분야에 재능이 있다고 어렸을 때, 혹은 좀더 커서 학교나 사회에서 인정받았던 사람들이 그 재능을 다른 성공한 사람들처럼 꽃피우지 못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아마 나는 그게 재능과 비례해서 어느 순간 자리잡게 되는 '두려움'과 '압박감' 때문이 아닐까 싶다. 지속적인 끈기를 계속 보이느냐 아니냐 여부는 중도하차하는, 혹은 기대보다 실력 발휘를 못하는 사람들이 단순히 게으르거나 다른 잡다한 것들에 대한 욕망이나 관심을 줄이지 못해서가 아닐지 모른다. 그들이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닐 수도 있다. 어쩌면 재능이 클수록, 사랑이 클수록 형편없는 상태의 글과 작품을 매일 밤 보면서 잠드는 고통이 너무나 크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튼 그 극심한 좌절과 고통의 밤들을 이기고 매일 조금씩 나침반이 가리키는 길을 따라 걸어가는 자만이 성공한다. 물론 이때의 '성공'은 사회적으로 인정받기에 중요한 성공만을 의미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 것과 무관하게 '그릿'이 있는 사람은 자신이 자기 인생의 주인이며 끊임없이 더 나은 자신과 삶을 스스로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에 대해 만족하는 삶을 살 것이다.
책은 3부로 이루어져 있다. 1부는 그릇이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고, 2부는 그릿을 기르는 법, 3부는 아이들의 그릿을 키워주는 법에 대한 내용이다. 자녀 양육이나 학생 교육을 담당하고 있거나 그 방면에 관심있는 사람이 아니라면 3부는 꼼꼼하게 읽지 않아도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