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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ㅣ 그르니에 선집 1
장 그르니에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1993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섬'의 서문에서 알베르 까뮈는 오늘 처음으로 그 책을 열어보는 젊은이를 '열렬히 부러워한다'라고 했다. 몇 년 전에도 '섬'을 읽은 기억은 나지만, 그 때는 까뮈의 그 대단한 칭송을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러나, 철학 공부도 하고, 사는 게 뭔가 더 생각도 해 보고 나서, 몇일 전 다시 '섬'을 읽게 되었을 때, 나도 까뮈처럼, 이 책을 처음으로 펼쳐 보게 될 사람들이 참으로 부럽다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그렇지만, 모든 사람들이 지금 당장 이 책을 읽고, 행복한 마음을 느낄 것 같지는 않다. 이 책은 분명 자극적이고 강한 맛을 느끼는 데 익숙한 현대인들에게는 이해하기 어려운 책이다. 원래 애주가들은 차맛을 잘 못 느낀다고 했다. 술로 인해 무뎌진 혀가 담담하고, 은밀한 차의 맛을 음미하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디 이 책을 손에 넣게 된 사람들은 자신의 평소 독서 속도보다도 훨씬 천천히, 한 줄과 한 줄 사이를 쉬어가며 읽기를 바란다. 몇 년 전에 그 가치를 몰랐던 나와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