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 게바라 평전 역사 인물 찾기 29
장 코르미에 지음, 김미선 옮김 / 실천문학사 / 200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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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참 잘 생겼어. 우리가 보통 상상하는 게릴라의 모습과는 다르지..짙은 누썹과 자상하게 웃는 모습은 참 매력적이야. 그는 아르헨티나인이야. 의학 공부를 하는 도중에 남미 여러나라를 여행 하지. 거기서 많은 걸 얻게 됐어. 강한 나라들에 희생되는 무지한 민중들의삶을 직접 보게 된 거지.

역시 여행은 살아가는 데 있어 무척 중요한 것 같애. 그가 그 여행을 가지 않았다면 다른 삶을 살았을까? 의사라는 직업은 아르헨티나에서도 꽤 좋은 일거리야. 남들 못지 않게 풍요롭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었을텐데..그가 너무나도 사랑하는 아이들과도 늘 떨어져 있지 않았을테고, 몇 년만에 보는 아이에게 아버지가 아닌 아버지 친구로 속여가며 몰래 만나지 않아도 됐었겠지.

그리고 서른 아홉이란 한창 때에 생을 끝내지도 않았겠지. 하지만 여전히 남아메리카를 사랑하는 사람으로 살았을거야. 카스트로를 만나서 그는 결국 쿠바로 가게 돼. 본격적인 게릴라 활동을 하며 드디어 쿠바의 독재자를 몰아내게 되지. 우리나라도 어쩔 수 없이 친미국가여서 나도 개인적으로 카스트로에 대한 선입견은 좋지 않았어.

솔직히 별로 알고 있는 것도 없고.. 그냥 뭐 오랫동안 정권을 잡고 있는 또 한사람의 고집불통 독재자쯤으로 생각하고 있었지. 책을 읽고 나서도 카스트로에 대한 생각은 그다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조금 순화됐다고나 할까?..

그는 거기서 쿠바국립은행 총재도 하고 대사 임무도 맡아서 여러 나라를 돌아다니지.
쿠바는 미국에 반대하고 미국은 그런 쿠바를 경제적으로 압박을 해. 소련에 도움을 청하고 얻지만 역시 소련도 쿠바를 이용할 뿐이란 걸 잘 알고 있는 체 게바란는 순수한 게릴라 활동을 다시 하고 싶어하지.

서구 열강에 계속해서 이용당하고, 희생당하는 남미 민중들을 해방시키는 길은 무장 투쟁뿐이라고 생각하는 거지. 그리고 그 시기는 지금이라고 생각을 했던 거지. 그는 콩고를 거쳐 볼리비아로 가게 돼. 게릴라 활동은 쿠바에서처럼 성공적이질 못하지. 결국 볼리비아 정부와 미 CIA에 의해 그는 붙잡히고, 어떠한 재판이나 과정도 없이 사살돼.

놀라운 건 볼리비아 정부는 그의 중요성 대문에 섣불리 사살할 생각은 못하지만 미국은 그가 살아있는 건 문젯거리만 나미는 거라 결정하고 사살을 명령하지. 하긴 요즘같이 대테러전을 한답시고 세계를 향해 정의의 사도 흉내를 내며 권력과 무기를 휘둘르는 미국을 보면 그리 놀랄 일도 아니지만..

역시 볼리비아도 미국의 속국이였던 거지. 그는 볼리비아 작은 마을에서 서른 아홉의 나이에 미국에 의해 죽게 돼. 미국이란 나라… 정말 정이 안가는 나라지..그는 술을 마시지 않아. 근데도 외국에선 술 광고에 그의 사진을 이용하고 있다는군. 그는 무지한 독서광이지. 게릴라 활동중에도 항상 책을 끼고 살았대니..그는 평생을 천식과 싸우면서도 절제력을 잃지 않았어. 그의 가난한 민중을 자기 자신만큼 사랑했지. 결벽증이랄 정도로 그는 모든 걸 원칙대로 평등하게 했지.

그리고 그는 게릴라들도 배워야 한다며 낮에는 공부를 하게 하고 밤에 싸우게 했어. 그는 너무나도 완벽한 사람이야. 그리고 완전하게 사랑을 실천한 사람이지. 그가 죽은게 1967년이니 그리 오래된 이야기도 아닐텐데 아주 오래된 옛날 이야기 같애. 마치 전설처럼..

그의 삶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이 세상에 살았던 사람의 이야기 같지가 않아. 지금 또 이 땅 어디에선가는 힘 없고, 무지한 사람들이 억압받고, 요구 받아지고 있겠지. ‘미 제국주의는 물러나라’ 는 구절은 그냥 흔히 보아오던 데모용 문구라고 밖에 생각하지 않았는데.. 같은 땅에 살면서도 너무나 다른 삶들을 살아가는 것 같애. 책을 덮고 나니 마음이 너무 아파 오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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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난 여행
류시화 지음 / 열림원 / 199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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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 호수로 떠나는 여행> 난 이 제목만 보고 또 저자가 류시화라는 걸 알고 시집이겠거니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시집을 잘 읽지 않는 나로서는 관심이 가지 않는 책이었다.
그런데 토요 근무조가 되어 마땅히 시간 보낼만한 것이 없었기에 사장님이 직원들 읽으라고 사셨다는 이 책을 집어 들었다.

시집이 아니었다. 십여차례의 인도 여행에 관한 기행문 비슷한 거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인도의 문화, 풍물 뭐 그런 걸 소개한 책도 아니였다.

그저 작가이 이런 저런 느낌들, 깨달음등의 감정들을 두서없이 끄적거린 책이라고나 할까? 물론 이건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난 인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무진장 덥고 사람 많고 끔찍하게 가난한 나라라는 것 밖에… 그리고 그 나라에 간디라는 분이 있었다는 것 밖에..

일단 이 책은 지루하지 않고 재미가 있었다. 읽으면서 난 혼자서 간혹 쿡쿡대며 웃었다. 그리고 새로운 세계에 대한 강렬한 호기심도 생겼다. 가고 싶다..

이 책에 나온 일들이 사실이라면 그처럼 매혹적인 나라가 또 있을까? 현실과는 아니 지금 내가 부대끼고 있는 이 현실과는 너무나 다른 세상인 것 같다. 문화나 습관을 떠나서.. 전혀 다른 사고방식, 가치관을 가지고 사는 그들의 세상이 마치 책에서나 나올 만한 그런 세상이 정말 사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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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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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이 온통 빈 것 같은 서늘함을 느꼈다. 허한 마음에 겨울같은 봄은 더더욱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다. 허한 마음 달래려고 무작정 서점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책을 찾아 헤맸다.

처음 보는 제목에 처음 대한 작가였다. 옮긴이의 이름은 그나마 익히 알고 있었지만.. 까뮈의 저서들을 번역해 온 그 분의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 괜히 처음 보는 낯선 작가의 낯선 제목의 책이 조금은 미더웠다. 작고 길쭉한 사이즈의 깔끔한 문체와 레이아웃이 맘에 들었다. <다다를 수 없는 나라>라는 제목도 요즘의 갈피잡을 수 없는 내 기분과 맞는 것 같기도 했고.. 별 생각 없이 덥석 책을 샀고, 많지 않은 분량 때문으로 하룻 만에 다 읽었다.

프랑스 인 도미니크 신부와 까트린느 수녀의 베트남에서의 생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잛게 말하자면.. 선교활동으로 베트남에 가기까지, 그리고 정착을 하는 도중에도 그들은 수 많은 고통과 고독과 힘겨움을 겪어야 했다. 어쨌든 그들은 이겨냈고 결국에는 그 곳에 정착했다. 고통과 고독 속에서 그들은 조금씩 그들의 조국인 프랑스와 그들의 신과 세상에서 벗어난 자연의 자유를 얻어갔다.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조국과 신에 대한 사랑과 또한 그들의 사명을 잊어갔고 마침내 그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음에도 그저 그들 몸과 정신 만으로도 지극히 충분히 자유스러울 수 있었다. 그들은 평화롭게 살아갔고, 또 그렇게 죽었다.

다다를 수 없는 나라는 프랑스인들의 베트남에 대한 시각일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복잡하고 욕심많은 사람들이 다다를 수 없는 공간인 듯 싶다. 도미니크 신부와 까트린느 수녀의 그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베트남 어느 구석진 공간.. 우리는 거기에 다다르기엔 너무나 많은 것을 사랑(?)하고, 너무나 많은 것으로부터 사랑받길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순수하게 자연을 바라보고 거기에 묻혀 내 육체와 상대의 육체를 그저 순수하게 사랑할 순 없을까?

아주 짧고 단순한 문체이다. 별다른 기교도 없다.
그저 거뭇한 문자들과 또 그만큼의 여백으로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들을 우리에게 하게끔 한다. 거기엔 아주 짧은 이야기가 있지만 긴 여운이 있고 신비함이 있다. 하얀 여백이 이토록 많은 느낌과 이야기를 줄 수 있다는 걸 난 이 책에서 처음으로, 확실히 알게 됐다.

거기엔 도미니크 신부와 까트린느 수녀의 말없는 움직임이 있었다. 아주 아주 조용하고 평하로운 일상을 느낄수 있었다. 평화롭고 신비하고 너무나 깨끗해서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미지의 세상의 이야기.. 그들의 삶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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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어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199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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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랬다. 이 책을 읽기 전에도 난 이미 삶이 절망스러웠고, 또 외로웠다. 잡히는 대로 책을 읽으면 좀 덜 해질지도 모른다는 한 가닥 희망으로 눈이 아프게 책을 읽었다. 노은림은 죽었다. 그녀는 세상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희망이 있었다. 그녀는 사랑을 잃었고, 오빠와 가족을 민주화운동으로 잃었으며, 그녀 자신도 병든 채 죽어갔다.

그렇지만 여전히 그녀는 세상에 대한 믿음과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녀는 너무나도 삶에 대해 확고했고 강했다. 그녀는 평화롭게 죽어갔다. 나… 나는 그녀만큼 끔찍하게(?) 사랑을 잃지도 았았다. 골치 아픈 민주화 운동같은 것엔 관심도 없었고, 그리고 아프지도 않은 채 가벼운 감기에나 걸릴 뿐이다.

그런데도 난 지금 삶 앞에서 절망스럽다. 삶 앞에서 어떠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얼마 가지 않아 세상이 망한대도 별 아쉬울 것이 없다. 하루하루가 바쁘게 만족스럽게 살아가기 때문이 아니라 하루하루가 절망스럽기 대문이다.

‘고등어’는 그 시대의 젊은이들 이야기다. 7,80년대의 대학생들의 힘겨운 청춘과 그 후의 후유증이랄까? 내 학창시절과는 판이하게 다른..슬펐다. 책 첫장부터 노은림의 유고일기장으로부터 그녀가 결국에는 죽을 거란 걸 알면서 한 장 한 장을 읽어내려갔다.

그건 슬픈 일이었다. 결국은 죽음이라는 아무리 평화롭고 삶에 용감하게 부딪히며 살아갔다고 해도, 역시 그녀는 병들었고 가족도 없이 세상 사람들의 눈으로는 고단한 삶을 사고 간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슬펐다. 파리한 그녀의 손과 입술이 떠오르는 듯 싶다.
어쩌면 차라리 그녀에게 죽음이 안식처일 수도 있겠다. 세상의 희망을 온통 책임질 듯한 삶의 무게를 지지 않아도될 그저 자기 몸 하나 평안히 할 수 있을 죽음이라는 방식이 그녀에게 더 좋을 수도..

어쨌든, 아무 것도 하지 않은 시대의 아픔같은 거창한 삶을 살지도 않은 난 왜 이리 절망스럽다 느끼는 걸까? 노은림은 서른 세살을 코앞에 두며 죽어갔다. 난 이제 곧 서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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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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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으면서 화를 낸다?’ 어이 없어 화를 내거나 너무나 심하게 화가 나면 웃음이 나올수도 있을까? 도대체 어떤 경우에 웃으면서 화를 낸다는 걸까?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가지 않아 풀리게 됐다. 첫번째 이야기인 ‘바퀴달린 여행용 가방을 쓰러지게 하는 방법’을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왜 이 책의 제목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인지 알게 됐으니깐..그리고 그 미소는 어느때는 배꼽을 잡고 구를지경일 때도 있었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다.

책 중에는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온갖 신경을 곤두세채 공부하듯 읽어야 하는 책이 있는 반면 그야말로 시간때우기로 읽기 시작해서 끝내는 인상쓰며 던져버리게 되는 책도 있다. 혹은 가벼운 마음으로 스낵을 먹으며 마치 재미있는 비디오 한편을 보는듯한 느낌의 유쾌한 책도 있다. 바로 이 책의 경우처럼..세상의 제도와 사람들, 테크놀로지, 전통등에 대해 에코 특유의 유머와 신랄함으로 이리 비틀고 저리 꼬는 언어유희는 참으로 기발하고 유쾌하다.

하지만 3부의 카코페디아 발췌 항목의 글들은 좀 난해해서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다. 에코는 자기 글이 어렵다고 말하는 독자들에게 매스미디어의 ‘계시’에 힘입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에 길들여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한다. 나 역시 그런 독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듯 싶어 좀 부끄럽기도 했지마.

4부의 내고향 알렉산드리아의 글들은 같은 사람이 쓴 글인가 싶게 너무나 서정적이고 따스한 글들이다. 특히 ‘안개를 이해하기’의 내용 중엔 눈 위를 걷는 것보다 안개속을 걷는 것이 더 아름다운 이유중의 하나로 안개는 아래쪽뿐만 아니라 위쪽에서도 위안을 주기때문이라는 것이 나온다. 정말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표현이다..ㅎㅎ고향에 대한 저자의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눈길은 그런 식으로 고향을 그리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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