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 - 움베르토 에코의 세상 비틀어 보기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웃으면서 화를 낸다?’ 어이 없어 화를 내거나 너무나 심하게 화가 나면 웃음이 나올수도 있을까? 도대체 어떤 경우에 웃으면서 화를 낸다는 걸까? 하지만 그 의문은 오래가지 않아 풀리게 됐다. 첫번째 이야기인 ‘바퀴달린 여행용 가방을 쓰러지게 하는 방법’을 읽고 나서 나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왜 이 책의 제목이 ‘세상의 바보들에게 웃으면서 화내는 방법’인지 알게 됐으니깐..그리고 그 미소는 어느때는 배꼽을 잡고 구를지경일 때도 있었고, 의미심장한 미소를 고개를 끄덕이게도 했다.

책 중에는 저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의미하는 바를 이해하기 위해 온갖 신경을 곤두세채 공부하듯 읽어야 하는 책이 있는 반면 그야말로 시간때우기로 읽기 시작해서 끝내는 인상쓰며 던져버리게 되는 책도 있다. 혹은 가벼운 마음으로 스낵을 먹으며 마치 재미있는 비디오 한편을 보는듯한 느낌의 유쾌한 책도 있다. 바로 이 책의 경우처럼..세상의 제도와 사람들, 테크놀로지, 전통등에 대해 에코 특유의 유머와 신랄함으로 이리 비틀고 저리 꼬는 언어유희는 참으로 기발하고 유쾌하다.

하지만 3부의 카코페디아 발췌 항목의 글들은 좀 난해해서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다. 에코는 자기 글이 어렵다고 말하는 독자들에게 매스미디어의 ‘계시’에 힘입어 너무 쉽게 생각하는 것에 길들여 있는 사람들이라고 했다한다. 나 역시 그런 독자들 가운데 한 사람인 듯 싶어 좀 부끄럽기도 했지마.

4부의 내고향 알렉산드리아의 글들은 같은 사람이 쓴 글인가 싶게 너무나 서정적이고 따스한 글들이다. 특히 ‘안개를 이해하기’의 내용 중엔 눈 위를 걷는 것보다 안개속을 걷는 것이 더 아름다운 이유중의 하나로 안개는 아래쪽뿐만 아니라 위쪽에서도 위안을 주기때문이라는 것이 나온다. 정말 너무나 아름답고 멋진 표현이다..ㅎㅎ고향에 대한 저자의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눈길은 그런 식으로 고향을 그리지 못하는 나 자신에 대한 안타까움을 더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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