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다를 수 없는 나라
크리스토프 바타이유 지음, 김화영 옮김 / 문학동네 / 199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가슴이 온통 빈 것 같은 서늘함을 느꼈다. 허한 마음에 겨울같은 봄은 더더욱 견디기 어려운 계절이다. 허한 마음 달래려고 무작정 서점을 이리저리 뒤적거리며 책을 찾아 헤맸다.

처음 보는 제목에 처음 대한 작가였다. 옮긴이의 이름은 그나마 익히 알고 있었지만.. 까뮈의 저서들을 번역해 온 그 분의 이름이 낯설지가 않아 괜히 처음 보는 낯선 작가의 낯선 제목의 책이 조금은 미더웠다. 작고 길쭉한 사이즈의 깔끔한 문체와 레이아웃이 맘에 들었다. <다다를 수 없는 나라>라는 제목도 요즘의 갈피잡을 수 없는 내 기분과 맞는 것 같기도 했고.. 별 생각 없이 덥석 책을 샀고, 많지 않은 분량 때문으로 하룻 만에 다 읽었다.

프랑스 인 도미니크 신부와 까트린느 수녀의 베트남에서의 생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잛게 말하자면.. 선교활동으로 베트남에 가기까지, 그리고 정착을 하는 도중에도 그들은 수 많은 고통과 고독과 힘겨움을 겪어야 했다. 어쨌든 그들은 이겨냈고 결국에는 그 곳에 정착했다. 고통과 고독 속에서 그들은 조금씩 그들의 조국인 프랑스와 그들의 신과 세상에서 벗어난 자연의 자유를 얻어갔다.

그들이 가지고 있었던 조국과 신에 대한 사랑과 또한 그들의 사명을 잊어갔고 마침내 그들은 아무것도 가지지 않음에도 그저 그들 몸과 정신 만으로도 지극히 충분히 자유스러울 수 있었다. 그들은 평화롭게 살아갔고, 또 그렇게 죽었다.

다다를 수 없는 나라는 프랑스인들의 베트남에 대한 시각일수도 있겠지만, 세상의 복잡하고 욕심많은 사람들이 다다를 수 없는 공간인 듯 싶다. 도미니크 신부와 까트린느 수녀의 그 평화롭고 사랑스러운 베트남 어느 구석진 공간.. 우리는 거기에 다다르기엔 너무나 많은 것을 사랑(?)하고, 너무나 많은 것으로부터 사랑받길 원하는지도 모르겠다. 그저 순수하게 자연을 바라보고 거기에 묻혀 내 육체와 상대의 육체를 그저 순수하게 사랑할 순 없을까?

아주 짧고 단순한 문체이다. 별다른 기교도 없다.
그저 거뭇한 문자들과 또 그만큼의 여백으로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생각들을 우리에게 하게끔 한다. 거기엔 아주 짧은 이야기가 있지만 긴 여운이 있고 신비함이 있다. 하얀 여백이 이토록 많은 느낌과 이야기를 줄 수 있다는 걸 난 이 책에서 처음으로, 확실히 알게 됐다.

거기엔 도미니크 신부와 까트린느 수녀의 말없는 움직임이 있었다. 아주 아주 조용하고 평하로운 일상을 느낄수 있었다. 평화롭고 신비하고 너무나 깨끗해서 순수하다고 할 수 있는 미지의 세상의 이야기.. 그들의 삶이 너무나도 사랑스럽고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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