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뫼비우스 그림 / 열린책들 / 200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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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오로지 그 이름만으로 책을 선택하는 독자층이 있을만큼 우리나라에서 이미 탄탄한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나무>역시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고, 아니 오히려 그 기대를 훨씬 능가하는 판매를 기록하고 있다. 개미의 눈높이에서 인간과 소통하고 인간과 개미의 문명을 적당히 잘 섞은듯한 책을 비롯해서 <뇌>에서는 인간의 뇌와 컴퓨터가 서로 인식하고 관계를 맺는다. 나무는 이러한 이야기의 처음이자 연장선상에 있는 듯 하다.

지구에는 인간들만이 살아있는 것이 아니듯 주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것은 단지 인간들일 뿐이다. 베르나르는 지구의 존재하는 모든 것들과 함께 이야기 하고 싶은 듯 하다. 그것이 눈에 보이는 실체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문명과 자연속에 그저 뭉뚱그려져 있는 작은 존재일 뿐이라는 인간에 대한 그의 생각이 이 모든 상상을 가능하게 한 것은 아닐까?

읽는 내내 어떻게 이런 상상을 했을까 하는 경탄과 부러움이 계속됐다. 어쩌면 우리나의 주입식 교육과 경직된 사회 구조 속에서는 좀처럼 상상력이 꿈틀거릴 여지조차 없었을 것 같다. 그래서 생각의 좁은 틀에서 굶주려온 독자들이 게걸스럽게 그의 이야기를 탐하고 있는지도…

그의 상상력에 자극받은 많은 독자들이 다시 제 2의 나무를 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베르나르 못지않은 작가들이 많이 나왔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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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 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1 (무선) 해리 포터 시리즈
조앤 K. 롤링 지음, 최인자 옮김 / 문학수첩 / 200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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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란했다.  아무도 만나고 싶지 않았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눈 감고 계속 잠이나 자고 싶어 이불을 뒤집어 쓰면 오히려 뒤척이는 시간이 더 길어졌다.
출근을 하고 일을 하다 곧바로 집에 오면 잠들기까지 내내 심란해서 무엇이든 해야 할 것 같았지만 손에 잡히지 않았다.
헤어짐의 후유증이 가라앉기까지엔 시간이 필요했다.
치유할 시간이 흐르는 것조차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몰두할 것이 필요했다.
그 때 그가 내 옆에 있었다.  내가 그를 안 것은…음.. 5년전 그러니까 1999년 겨울이었다.
난 다른 사람들보다 좀 일찍 그를 알게 된 것에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그를 알게 되자 마자 그에게 푹 빠져 다시 그를 만나게 될 날을 손 꼽아 기다리고 있을 때쯤 그제서야 다른 이들에게 그의 이름이 알려지게 되었다.
이번엔 꼬박 3년을 기다렸다.  너무나 긴 시간이었다.
그 사이 그는 부쩍 키가 컸고 정신적으로도 많이 성숙해 있었다.  그렇더라도 그는 아직 사춘기 소년이라 많이 혼란스러워한다.  그는 여전히 용기와 신의가 있었고 변치 않는 친구들이 있었다. 
헤르미온느는 얄밉고 부러울 정도로 똑똑하고 론은 반장에다 퀴디치의 파수꾼까지 되서 숨은 재능을 발휘하고 있다.
네빌은 부모님의 대를 이을 능력이 서서히 보이고 루나 러브굿이라는 괴짜 소녀도 새로운 친구가 됐다.
그의 예전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결론은 물론 해피엔딩이다.  하지만 아무리 볼트모어를 물리쳤다고 해도 이번엔 그걸로 만회할 수 없는 큰 슬픔이 있다.  시리우스 블랙의 죽음..
난 너무 놀라고 슬퍼서 계속 다음 장으로 넘겼다.  혹시라도 그가 다시 살아 돌아오지 않을까 하는 심정으로 마구 다음 페이지를 넘겼지만 다음 권으로 이어진다는 말 이외에는 아무 희망도 없었다.
그 또한 같은 마음으로 -아니 더한 마음이였을 테지만- 그의 대부를 그리워했다.
하루 종일 두 가지 이유로 다시 심란하다.
시리우스를 다시 볼 수 없어 슬프고, 그의 이야기를 마저 다 읽어 버려서 심란하다.
이제 무슨 낙으로 살지?
어쩌면 혹시라도 다음 이야기에 작가가 시리우스를 다시 살려만 내준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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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파티 - 셀레스틴느이야기 5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96
가브리엘르 벵상 / 시공주니어 / 199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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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가 됐지만 파티를 할 형편이 안 된다는 에르네스트에게 셀레스틴느는 떼를 쓴다. 결국 에르네스트의 고집에 못 이겨 크리스마스 파티를 준비하는데….

트리장식을 할 나무는 숲에서 가지고 오고 직접 장식들을 색칠하고 오리고 붙인다. 그리고 선물도 직접 만들어서 친구들을 초대해서 파티를 하게 된다.

보통은 형편도 모르고 파티를 하자고 졸라대는 아이에게 화를 내기 십상이지만 솔직히 아이들이 형편이 어렵다는 말을 이해해 주기를 바라는 건 무리이고 어른들의 이기심일 뿐이다. 화려하고 비싸지 않더라도 얼마든지 아이의 눈높이에서 파티를 할 수도 있고 엄마 아빠와 함께 직접 만들어보는 트리나 선물등이 아이에겐 더 소중한 잊지못할 크리스마스가 되게 해 줄 것이다.

뱅상의 이야기들은 현실과 동떨어진 환상이 아닌 점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일상 속에서 부모와 아이가 직접 부딪힐 수 있는 평범한 상황들을 따스한 갈색톤의 그래픽과 역시 그만큼 따뜻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셀레스틴느 시리즈를 다섯권 모두 사 봤지만 이걸로 끝이 난다는게 너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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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안나 가발다 지음, 이세욱 옮김 / 문학세계사 / 200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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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째 그 자리에 있다. 조금씩 먼지가 쌓여간다. 가끔 눈길을 주곤 하지만 흔들리는 눈빛을 이내 다른 곳으로 돌린다. 차마 읽을 용기가 나지 않는다. 물론 읽을 작정으로 샀다. 그것도 대충의 줄거리를 이미 알아버린 상태에서…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나는 그를 사랑했네… 나는 그녀를 사랑했네… 나는.. 나는 그를 사랑했네.. 그 사랑이 이제 담담해지기를 더 이상 마음 졸이지 않기를, 마음 아파 하지 않기를 주문처럼 바랬다. 아직 효과가 없는 주문탓에 흔들리는 마음인 상태로 그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내겐 그 마저도 모험인 셈이였다. 그 책으로 인해 기껏 외면해온 내 감정이 휘저어지기를 원치 않았으니깐.. 난 한낱 책 한권으로도 더 슬퍼질까 겁이 날 만큼 용기가 없었다.

소설 속 그 남자도 용기가 없었다. 진심으로 그녀를 사랑했지만 자신을 내던질 용기는 없었던 것이다. 그 여자 역시 그 남자를 미치도록 사랑했지만 그들의 사랑은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것이였기에 언제나 뜬구름 같았다. 일상이 빠진 사랑은 그 여자를 지치게 했고 남자는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떠나는 여자를 잡지 못했다. 여자는 사랑한다면서 남자에게 자신을 놓아주기를 진심으로 바랬다.

그랬다. 번잡한 세상살이와는 무관할 것 같은 순수한 사랑마저도 정상적인 사회적 관계가 될 수 없다면 그 시작은 비극으로 가는 예정된 티켓과도 같이 되는 것이다. 서로 사랑하며 살아가는 것에도 무수히 많은 조건들이 만족되어야만 한다. 조건없는 순수한 사랑이란 허울좋은 눈가림에 지나지 않는다. 소설 속 그 남자와 여자의 사랑은 그 자체만으론 지극히 순수하고 열정적이지만 그것이 불륜이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그들의 사랑이 순수하다며 돌을 던지지 않을 사람이 몇 명이나 되겠는가? 사랑은 예기치 않게 닥치는 교통사고와도 같다고 한다. 그 사고로 내가 얼마나 다칠 지 예상을 한다면 아예 차 근처에도 가지 않고 살아가야 할까?

내가 그 남자와 같은 경우가 된다해도 아마 같은 결정을 했을 것 같다. 평생을 그 사람을 잊지 못하며 후회를 하게 된다 해도 말이다. 사회적 책임과 약속을 지켜야만 한다는 윤리의식이 살아가는 내내 너무나 강하게 자신을 얽매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에 비하면 사랑이라는 건 순간적인 감정일 뿐이라고, 감정적이기 보다는 이성적 인간이 잘 사는 방법이라고 배웠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일상이 빠진 사랑… 앞이 훤히 보이는 행복할 수 없는 사랑이 얼마나 사람을 공허하게 하는지 뼈저리게 알아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 그것은 모든 사람들에게 축복받는 관계에서만 행복할 수 있는 감정인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결국은 서로에게 평생 지워지지 않을 깊은 생채기만을 남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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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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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처음 화초를 키웠다. 게을러서 있는 집에 어떤 화초가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는데 우연치 않게 들어온 허브였다. 아주 작고 연약해 보였다. 화초든 애완동물이든 한번 정을 주면 너무 많이 주는게 겁이 나서도 키우지 않아온 점도 없지 않은데 일단 내 것이 된 허브를 나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인터넷으로 허브 잘 키우는 법을 검색해보고 볕이 잘 들어오지 않을때면 양지를 찾아 자리를 옮겨가며 키웠다. 매일매일 화분의 흙과 잎사귀를 만져가면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은 물론이고.. 정성때문인지 원래 잘 자라는 것인지 하루하루 몰라보게 부쩍 커서 다른 큰 화분이 세 개가 될 정도로 나누었다. 너무 자라면 가지 치기를 해 줘야 한다는 말에 차마 내 손으로 자를 수 없어서 안 보는데서 엄마가 잘라주곤 했다. 주위에선 허브 하나 키우는데 왠 유난이냐는 시선이다. 화분 하나가 점점 시들더니 색깔도 흉측하게 갈색으로 말라간다. 마음이 아프지만 아프다고 사람들한테 말할 수 없다. 뜨악한 눈초리로 외계인 보듯 할 테니깐..

황대권 님처럼 나도 언젠간 야생초를 길러보고 싶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생각지도 못했던 거다. 가끔씩 엄마가 옥상 귀퉁이 부추와 상추 옆 잡초들을 뽑을 때 나도 열심으로 거들었으니깐. 근데 그것들이 잡초가 아니라 나름의 이름이 있는 야생초였다니… 흔히 보아온 잡풀들이 그냥 잡풀이 아니라 다양한 이름과 쓸모가 있는 하나의 어엿한 야생초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었다. 그리고 그처럼 이쁘고 앙증맞게들 생겼다는 것도..
13년 2개월이였다고 한다. 긴 세월이다. 그것도 억울한 옥살이라면 그 세월이 몇 배로 길게 느껴질 것이다. 억울하고 분해서 홧병이 낫을테고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하루하루가 암흑이 됐을 거다. 나라면 그랬을 것 같다. 나라면 내 분노로 내 삶이 망가질 만정 그걸 알고도 다른 식으론 생각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그 억울한 시간 한평 남짓한 공간에서 청춘을 보낸 것에 대해 감사한단다. 산다는 것은 결국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사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나를 버릴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그곳과 세월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황대권님의 세밀한 삽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분이 감옥에서 그린 그림이라고 믿겨지지 않는다. 그림의 완성도를 떠나서 보고 있자면 마냥 마음이 편해지는 게 햇살좋은 마당에서 고즈넉한 마음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보이지 죄수복을 입고 차가운 바닥에서 그린 그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분의 마음이 따스한 평화로 넉넉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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