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초 편지 - MBC 느낌표 선정도서 야생초 편지 2
황대권 지음 / 도솔 / 2002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난생 처음 화초를 키웠다. 게을러서 있는 집에 어떤 화초가 있는지 관심조차 없었는데 우연치 않게 들어온 허브였다. 아주 작고 연약해 보였다. 화초든 애완동물이든 한번 정을 주면 너무 많이 주는게 겁이 나서도 키우지 않아온 점도 없지 않은데 일단 내 것이 된 허브를 나몰라라 할 수는 없었다. 인터넷으로 허브 잘 키우는 법을 검색해보고 볕이 잘 들어오지 않을때면 양지를 찾아 자리를 옮겨가며 키웠다. 매일매일 화분의 흙과 잎사귀를 만져가면 상태를 확인해보는 것은 물론이고.. 정성때문인지 원래 잘 자라는 것인지 하루하루 몰라보게 부쩍 커서 다른 큰 화분이 세 개가 될 정도로 나누었다. 너무 자라면 가지 치기를 해 줘야 한다는 말에 차마 내 손으로 자를 수 없어서 안 보는데서 엄마가 잘라주곤 했다. 주위에선 허브 하나 키우는데 왠 유난이냐는 시선이다. 화분 하나가 점점 시들더니 색깔도 흉측하게 갈색으로 말라간다. 마음이 아프지만 아프다고 사람들한테 말할 수 없다. 뜨악한 눈초리로 외계인 보듯 할 테니깐..

황대권 님처럼 나도 언젠간 야생초를 길러보고 싶다. 물론 이 책을 읽기 전까진 생각지도 못했던 거다. 가끔씩 엄마가 옥상 귀퉁이 부추와 상추 옆 잡초들을 뽑을 때 나도 열심으로 거들었으니깐. 근데 그것들이 잡초가 아니라 나름의 이름이 있는 야생초였다니… 흔히 보아온 잡풀들이 그냥 잡풀이 아니라 다양한 이름과 쓸모가 있는 하나의 어엿한 야생초라는 사실을 미처 몰랐었다. 그리고 그처럼 이쁘고 앙증맞게들 생겼다는 것도..
13년 2개월이였다고 한다. 긴 세월이다. 그것도 억울한 옥살이라면 그 세월이 몇 배로 길게 느껴질 것이다. 억울하고 분해서 홧병이 낫을테고 세상에 대한 불신과 분노로 하루하루가 암흑이 됐을 거다. 나라면 그랬을 것 같다. 나라면 내 분노로 내 삶이 망가질 만정 그걸 알고도 다른 식으론 생각지 못했을 것 같다.

그런데 저자는 그 억울한 시간 한평 남짓한 공간에서 청춘을 보낸 것에 대해 감사한단다. 산다는 것은 결국 자연의 흐름을 따라 사는 것이라는 것을, 그리고 그것은 나를 버릴 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해준 그곳과 세월에 대해 감사함을 느낀다고 한다. 그래서일까? 황대권님의 세밀한 삽화들을 보고 있노라면 그 분이 감옥에서 그린 그림이라고 믿겨지지 않는다. 그림의 완성도를 떠나서 보고 있자면 마냥 마음이 편해지는 게 햇살좋은 마당에서 고즈넉한 마음으로 그려진 그림으로 보이지 죄수복을 입고 차가운 바닥에서 그린 그림이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분의 마음이 따스한 평화로 넉넉하기 때문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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