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물고기 무지개 물고기
마르쿠스 피스터 지음, 공경희 옮김 / 시공주니어 / 199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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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살된 조카를 위한 선물을 고르기 위해 그야말로 몇 십년만에 유아용 책들을 살펴봤다.
쉽게 고를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오산이였다. 흐.. 나 어릴 땐 동화책이라곤 정말 옆집, 뒷집, 친구집이나 다 거기서 거기였는데..몇 시간을 꼼꼼하게(?) 고르다가 내게 선택된 책이 이 책이다. 솔직히 내용을 읽기도 전에 난 이 아름다운 물고기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나중에 인터넷 서평들을 보니 나와 같은 경우로 책을 선택한 어른들이 많았다.내용은…반짝이는 비늘을 가진 무지개 물고기가 다른 물고기들에게 자기의 비늘을 한 개씩 나누어주며 나중엔 사이좋게 잘 지낸다는 지극히 아이들에게 교훈이 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중요한건 서너살의 어린아이들에겐 그 내용의 교훈성보다는 시각적인 내용이 더 우선된다는 점이다. 이 책을 보면 정말로 물고기들이 헤엄치며 문어가 말을 하는 듯 하다. 그리고 읽는 도중 유치하게도 난 무지개 물고기의 비늘을 만지작 거리고 있었다. 나중엔 부모와 함께 색종이로 무지개 물고기를 만들어도 좋을 것 같다. 책 내용을 나름대로 각색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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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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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때였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랬다. 그때보다 더 어린시절엔 그저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것들을 못살게 구는 재미밖에 못 느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난 중학교시절 무렵엔 한창 사춘기여서였는지 나름대로 철학적인 생각을 했다.

개미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간들은 어찌보면 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더운 입김을 불어대고 있으면 때아닌 여름이 될테고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면 맑은 하늘에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할테고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르면 ‘인명은 제천이다’라는 비슷한 개미 속담을 옆에 있던 개미가 되뇌이게 되지 않을까?

정말이지 그럴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신들(?)이 이 우주안에 존재하는 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사고방식이 그 종의 테두리 안에서 어쩔수 없이 보편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베르도 나와 비슷한 한 생각을 한 것을 보면…

그와 나의 차이는 그는 거기서 세계적인 이야기를 만들었고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순간의 생각으로 지나쳐버렸다는 데 있다. 그건 이 책의 103683호와 다른 개미들과의 차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저자는 열여섯살에 시작해서 12년에 걸쳐 150여번을 고쳐쓰며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책의 방대함과 치밀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내용은 세가지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는 개미에 대한 연구를 하다 죽은 에드몽 웰즈의 저서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그 하나이며, 에드몽의 유산인 집의 의문의 지하사원에 갇힌 그의 조카와 경찰들의 지하세계 삶과 의문의 연속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지상의 인간들의 이야기가 그 두번째이다.

마지막은 개미 103683호와 56호 및 클리푸니 여왕개미의 벨로캉 제국 및 여러 곤충들의 이야기이다. 세가지 플롯들이 동아줄을 엮듯이 끊임없이 순환되며 다음장과 다음 사건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벨로캉의 일부개미들은 인간을 ‘손가락들’이라 부르며 신으로 생각하며 섬긴다. 그들 사회에 최초로 종교의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한편 지하세계에 본의 아니게 갇힌 사람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는데 마치 개미의 삶과 비슷한 인간을 초월한 다른 차원의 삶과 같다. 이처럼 개미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그리고 개미의 세계안에서 틈틈히 보이는 인간들의 생활방식과 반대로 인간세계에서의 개미의 방식들이 서로 연계되며 펼쳐진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과 개미의 의사소통 혹은 눈높이를 맞춘 관심과 배려를 원했던 저자의 바람때문이 아니였을까?

이 책은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있는 거미나 개미, 풍뎅이 , 하루살이, 빈대등의 작고 하잘것(?) 없는 곤충들의 생생하고도 과학적인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벨로캉 개미제국의 생생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인간사회에서의 종교가 파생되는 과정과 그에 따른 정치적 분쟁과 권력투쟁등의 문제를 거의 그대로 적용시키는데에는 거부감이 생긴다.

단지 인간에서 개미로 그 적용 개체만 바뀌었을 뿐 또 다른 인간세계를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것 역시 저자 자신이 인간일 수 밖에 없기에 생길 수 있는 한계점인 듯 하다. 아무리 개미나 곤충의 습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 그것들을 관찰하고 인간의 머리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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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랑드르 거장의 그림 열린책들 세계문학 216
아르투로 페레스 레베르테 지음, 정창 옮김 / 열린책들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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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서점의 책 분류표를 보면 인문,과학, 문학, 예술등…이 있고 또 각각의 안에는 더 세세한 나뉨이 있다. 마치 한 뿌리에서 시작되서 사방으로 뻗어가는 나무의 가지들을 보는 듯 하다. 그 가지에 달린 열매를 우리는 마음의 양식이라며 따 먹는다. 특히나 요즘같이 사회적으로 책읽기 운동이 적극적으로 시도되는 때에는 어떤 이는 배부르게 열매를 많이 따먹을테고 또 어떤이는 처음 먹는 거라 도대체 어떤 열매를 따야 할지 고민하기도 할 것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것 저것 그다지 가리지 않는 잡독(?)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도 음식을 가려 먹지 않는 편이지만..이렇게 긴 서두를 꺼내는 것은 추리소설이라는 쟝르에 대해 이야기 하고 싶어서이다. 인문학이나 과학, 예술, 순수문학등의 쟝르들이 다들 그 나름의 독특한 맛을 가지고 있다. 그면에 있어서는 추리소설이라도 별반 다르지 않다. 다만 단지 그 맛이 다른 쟝르와 차별화되는 독특하다는 정도만이 아니라는데 있다.

추리소설은 다른 쟝르에 비해 읽는 이로 하여금 가장 많이 그 책에 동화되게 하는 것 같다. 적극적으로 책 내용에 몰두되어 마치 외부에서가 아니라 책의 인물과 하나되어 증거를 찾고, 범인을 추적해가느라 고민을 하게 된다. 이런 면에선 자칫 책읽기를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처음 추천해주기에 좋을 듯 싶다. 그 다음에 각자 알아서 가지를 넓혀가면 될테니깐..

레베르테라는 이름을 처음 접하지만 ‘뒤마클럽’이라는 책이 ‘나인스 게이트’로 영화하되서 아주 낯설지는 않았다. 나름대로 나인스 게이트를 재미있게 봐서 줄거리를 알면 추리소설 보는 재미가 없을 것 같아 그의 다른 작품인 이 책을 선택하게 됐다.

이 책은 추리소설 치고도 참 고급스럽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책 표지를 살짝 걷어내면 블랙의 하드보드지에 잔물결무늬가 음각(?)으로 들어간 모양새는 정말이지 너무 맘에 들었다. (사실 난 개인적으로 열린책들의 책 디자인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리고 책 중 인물들이 하나같이 근사하고 고급스런 외모나, 또는 교양 수준때문일 수도 있고 사건 자체도 거장 반 호이스의 그림 ‘ 체스게임’에 대한 것때문일 수도 있다.

간략한 내용은 그림을 복원하는 직업의 훌리아와 그의 정신적 지주라고도 할 수 있는 동성애자 세사르와 탁월한 체스 플레이어인 무뇨스등이 풀어나가는 이야기이다. 어느날 훌리아에게 복원작업이 맡겨진 반 호이스의 ‘체스그림’의 엑스레이 사진에 ‘누가 기사를 죽였는가’라는 문장이 찍히고 500년전의 반호이스의 그림안의 인물들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밝혀내기 위해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 사이에 훌리아의 주변인물들이 하나 둘씩 살해당하고, 범인은 체스풀레이를 함께 하자는 듯이 체스 말의 행로가 담긴 카드들을 보낸다.

이 책의 내용 전반에 걸쳐 반 호이스 및 기타 무수히 많은 화가들의 그림들이 언급되고, 바흐를 비롯한 몇몇 재즈 뮤지션의 음악들도 나온다. 특히 그림이나 음악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단순히 사건을 추적하는 재미이외에 또다른 재미를 주게 될 것이다. 또한 나처럼 체스에 대해서 도통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들도 무뇨스와 홀리아와 함께 체스 행보를 따라가는데는 별 어려움이 없다. 그만큼 저자는 자상하게 배려하고 있으므로..뜻밖의 범인을 잡고 너무나 깔끔하게 끝을 마무리하는 끝 페이지를 덮고 나서 정말이지 추리소설이 이렇게 고급스러러울 수도 있구나 감탄을 했다.

내가 여태 읽었던 책들은 단지 굳었던 머리를 회전시키는 데 만족스러웠던 책이였었다.
단지 꼬인 실타래를 풀 듯 범인을 쫓아가는 그런 책들이었다. 그런 책은 더 이상 고급스러울 필요도 없었고 아름답다고까지 할 정도로 깔끔한 뒷마무리를 할 필요도 없었다.
적당히 꼬이고 꼬아서 독자로 하여금 푸는 재미만 주면 충분했으니깐..거기다 약간의 문학성을 주고자 욕심을 내면 사건에 어떤 역사성이나 슬픈 로멘스를 사연으로 넣으면 조금은 내용있는 추리소설 축에 들수도 있었다. 흠….다시말하자면 이 책은 참 유난스레 고급스런 추리소설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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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Blue Day Book 누구에게나 우울한 날은 있다 블루 데이 북 The Blue Day Book 시리즈
브래들리 트레버 그리브 지음, 신현림 옮김 / 바다출판사 / 200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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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날… 비참한 날… 다들 잘 살아가는데 왜 나만 이러는거지..하는 일마다 뒤틀리고 의욕도 안 생기는데 날씨는 왜 이리 좋은 거지..그럴 땐 이 책을 읽어보세요..온갖 종류의 동물들이 참 넉살좋게 당신 마음을 들여다보고 말로도 표현하기 어려운, 싫은 감정들을 표현한답니다.정말 얘네들이 동물원 창살너머 재주부리며 던져주는 먹이에 그저 좋아하던 그들이 맞나요? 동물 가죽을 뒤집어쓴 심리학자나, 아니 심령술사일지도 모르겠군요. 아니면 저렇게 우리 마음을 훤히 다 들여다 본 표정이랑 몸짓을 지을 수는 없는 것 아닐까요?

너무 우울해서 얼굴에 온통 먹구름 낀 날은 이 책을 보며 그대로 그들대로 표정지어 보세요..그러면 나중엔 기분좋게 눈을 찡긋할 수도 있고 물구나무서기도 할 수 있게 될 거예요..책을 덮고 갑자기 세상이 환하게 보인답니다. 물론 좀전의 칙칙한 세상은 어디로 갔나 굳이 찾을 필요는 없겠죠..다음에 동물원에 놀러가거든 말하지 말고 그들처럼 넉살좋게 표정지어보세요. 그럼 분명히 걔네들도 당신에게 무언가 얘기를 할 꺼예요.. ‘어이~~ 자네! 오늘은 기분이 좀 어떤가? ‘하고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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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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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발전에 따라 기존 사회체제를 변혁하기 위해 이제까지 국가권력을 장악하였던 계층에 대신하여, 피지배계층이 그 권력을 비합법적인 방법으로 탈취하는 권력교체의 형식이다. ‘ 혁명에 대해 백과사전은 이렇게 설명한다.이처럼 혁명은 말그대로 거창한 것이다. 그래서 평범한 범인들은 감히 권력을 가진 지배계층들의 온갖 비리와 파행에도 불구하고 귀막고 눈감은채 어쩔 수 없으니 팔자려니 하고 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렇다.. 그렇게라도 살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는 것이다. 그들앞에 맞서고 제 할말을 다하는 게 얼마나 큰 위험을 부담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자신과 가족들에게 또 얼마나 큰 희생을 요구하는지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은 우리와는 뭔가가 틀린 사람.. 우리에겐 없는 불굴의 의지와 명석한 두뇌를 가진 ‘영웅’같은 기질의 사람만이 그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다고 내심 확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내가 책으로 접했던 소수의 혁명가들도 역시 그런 영웅적 인물들이었다. 완벽한 지성과 의지의 엘리트 출신인 체 게바라, 자유 무정부주의자였던 미하일 바쿠닌 그리고 뒤틀린 천재였던 아돌프 히틀러…하지만 전태일은 너무나 평범해서 지금도 우리 옆을 지나가도 아무도 눈여겨 보지 않을 인물이다. 아니 평범하다 못해 오히려 소외되고 힘없고 나약한 인물이다. 하는일마다 안되서 술을 입에 달고 사셨던 아버지와 가난을 대물림해서 사셨던 어머니와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학교보단 구두닦이 통이 더 가까웠던 그의 동생들…

너무나 처절하고 소외된 가난한 그들의 삶이 정말 얼마전까지 우리들 곁에 존재했던 것일까 하는 의문마저 든다. 농담처럼 놀리듯 말했던 그 ‘시다’들이 사실은 13세에서 15,6세의 소녀들로 먼지구덩이 속에서 햇빛 한번 못보고 하루 열여섯시간의 노동으로 온갖 질병에 시달렸던 것이다. 난 여태껏 몰랐다. 정말이지 까마득히 내가 학교다니고 뛰어놀 때 가난과 질병의 음지아래서 그토록 시달리던 또래들이 있었다는 걸 알지 못했다.

아침을 라면으로 떼운 1970년 11월 13일. 스물두해의 짧은 삶을 전태일은 서울 평화시장 앞 길거리에서 스스로 몸을 불살라 죽었다. 누군가가 도와 달라고, 앞장서 달라고, 대신 이 세상의 어두운 짐을 짊어져달라고… 결코 아무도 그에게 권하지 않았지만 그는 스스로 그들을 돌보지 않으면 안되리라 생각했다.

솔직히 책을 읽는 내내 나도 속으로 그를 말렸다. 그냥 그대로 기술이나 익혀서 재단사가 되고 착실히 월급을 모으면 평생을 가난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던 어머니와 동생들도 좀 더 쉽게 행복할 수 있었을텐데.. 공장의 혹사당하던 수많은 노동자들은 그냥 잊어버리라고.. 그렇게 그에게 말리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그들 곁을 떠나지 않기 위해 자신을 버리기로 했다.

세상이 그의 말에 조금만 귀를 기울였어도 그는 자신의 몸에 휘발유를 뿌리지 않아도 됐었을 거다. 그리고 어쩌면 지금쯤 중년의 신사가 되서 그도 다른사람들처럼 처와 자식들과 함께 ‘복’이란 걸 누리지 않았을까? 굳이 그를 죽여야만 우리 노동 현실이 개선이 되었던 것일까? 이제 하늘위 어느 따스한 햇살속에서 그토록 사랑했고 불쌍히 여기던 이 땅의 노동자들을 그는 어떤 표정으로 바라보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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