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미 1 (양장) - 제1부 개미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01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중학교때였던 것 같다.. 이 책의 저자가 그랬던 것처럼 또한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랬던 것처럼 나도 그랬다. 그때보다 더 어린시절엔 그저 이리저리 바쁘게 돌아다니는 그것들을 못살게 구는 재미밖에 못 느꼈었는데 시간이 좀 지난 중학교시절 무렵엔 한창 사춘기여서였는지 나름대로 철학적인 생각을 했다.

개미들 입장에서 보면 우리 인간들은 어찌보면 신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더운 입김을 불어대고 있으면 때아닌 여름이 될테고 물뿌리개로 물을 뿌리면 맑은 하늘에 소나기가 쏟아지기 시작할테고 손가락으로 지그시 눌르면 ‘인명은 제천이다’라는 비슷한 개미 속담을 옆에 있던 개미가 되뇌이게 되지 않을까?

정말이지 그럴 것 같았다. 그리고 역시 같은 방식으로 우리의 신들(?)이 이 우주안에 존재하는 건 아닐까? 책을 읽으며 인간도 다른 동물들처럼 사고방식이 그 종의 테두리 안에서 어쩔수 없이 보편적일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베르베르도 나와 비슷한 한 생각을 한 것을 보면…

그와 나의 차이는 그는 거기서 세계적인 이야기를 만들었고 나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순간의 생각으로 지나쳐버렸다는 데 있다. 그건 이 책의 103683호와 다른 개미들과의 차이처럼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저자는 열여섯살에 시작해서 12년에 걸쳐 150여번을 고쳐쓰며 이 책을 완성했다고 한다. 이 책의 방대함과 치밀함은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내용은 세가지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가히 천재적이라 할 수 있는 개미에 대한 연구를 하다 죽은 에드몽 웰즈의 저서인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이 그 하나이며, 에드몽의 유산인 집의 의문의 지하사원에 갇힌 그의 조카와 경찰들의 지하세계 삶과 의문의 연속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지상의 인간들의 이야기가 그 두번째이다.

마지막은 개미 103683호와 56호 및 클리푸니 여왕개미의 벨로캉 제국 및 여러 곤충들의 이야기이다. 세가지 플롯들이 동아줄을 엮듯이 끊임없이 순환되며 다음장과 다음 사건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다.

벨로캉의 일부개미들은 인간을 ‘손가락들’이라 부르며 신으로 생각하며 섬긴다. 그들 사회에 최초로 종교의 개념이 생겨난 것이다. 한편 지하세계에 본의 아니게 갇힌 사람들은 그들만의 새로운 살아가는 방식을 택하는데 마치 개미의 삶과 비슷한 인간을 초월한 다른 차원의 삶과 같다. 이처럼 개미의 세계와 인간의 세계 그리고 개미의 세계안에서 틈틈히 보이는 인간들의 생활방식과 반대로 인간세계에서의 개미의 방식들이 서로 연계되며 펼쳐진다. 그것은 어쩌면 인간과 개미의 의사소통 혹은 눈높이를 맞춘 관심과 배려를 원했던 저자의 바람때문이 아니였을까?

이 책은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쳐 버리고 있는 거미나 개미, 풍뎅이 , 하루살이, 빈대등의 작고 하잘것(?) 없는 곤충들의 생생하고도 과학적인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해준다.
하지만 벨로캉 개미제국의 생생한 묘사에도 불구하고 인간사회에서의 종교가 파생되는 과정과 그에 따른 정치적 분쟁과 권력투쟁등의 문제를 거의 그대로 적용시키는데에는 거부감이 생긴다.

단지 인간에서 개미로 그 적용 개체만 바뀌었을 뿐 또 다른 인간세계를 보는 듯 했기 때문이다. 어찌보면 이것 역시 저자 자신이 인간일 수 밖에 없기에 생길 수 있는 한계점인 듯 하다. 아무리 개미나 곤충의 습성에 대해서 잘 알고 있다고 해도 우리는 인간이기 때문에 인간의 눈으로 그것들을 관찰하고 인간의 머리로 생각할 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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