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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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섬뜩한 집이 하나 있다. 그 집에 다녀오고 나면 사람이 변해버린다.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거나 미쳐버리고, 죽어버린다.


이 이야기는 두 명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어릴 때 그 집에 다녀온 후 모래 소리가 계속 들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이가라시 데쓰야, 그리고 바쁜 남편 때문에 집에 혼자 있기 싫어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그 집에 놀러가는 사사쿠라 가호. 뭔가 많이 이상해졌을 때, 데쓰야의 영능력자 동창 히가 고토코가 찾아온다.


외로움에 지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집에 찾아가는 모습이 현대인의 외로움을 떠올리게 한다. 어떻게든 비어있는 뭔가를 채우고자 하는 모습이 이해가 가고, 안타깝다. 그렇다고 배우자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끝까지 노력한다. 가호를 놓지 않는다. 나쁜 사람이 없는데도 외로움은 있고, 그 외로움이 안타까운 일들을 불러왔다.


작가의 이전작과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일을 그려냈다. 특히 끝까지 끝이 나지 않는 듯한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인데도 묘하게 현실적이어서 더 눈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 집은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하지만 그 집에는 할머니가 있다. 어린 시절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이 집에는 아무도 없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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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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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리비아와 남편 애덤은 각각 딸 마니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숨기고 리비아의 생일 파티를 시작한다. 학생 때 아이가 생겨 결혼한 둘에게는 결혼식을 대신할 그런 중요한 파티다. 그래서 둘은 알려야 하는 중요한 사실이지만 행복한, 중요한 시간을 상대방이 잠시라도 즐길 수 있도록 숨긴다. 파티가 끝날 때까지.


하얀 거짓말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상대방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진실을 숨겨도 될까. 이 책은 상대를 위해 진실을 숨기면서 점점 괴로움에 빠져 피폐해지는 심리를 담아냈다. 괴로움에 공감이 되다가도 그냥 말해야하지 않나 싶고, 또 행복한 시간을 늘려주기 위한 마음도 이해가 간다. 진실은 한 번 알아버리면 되돌릴 수 없고, 혼자 모든 걸 감내하는 고통도 이해가 되니까.


사람마다 쉬이 믿기 힘든, 믿고 싶지 않은 진실들이 있을 것이다. 최대한 알고 싶지 않지만 확실할 거라 생각하는 진실. 물론 거짓일 수도 있지만. 무엇을 믿어야할지 마음을 정할 수도 없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심리를 따라가며 읽어야 할 소설.



그 행복은 예전의 행복은 아니다. 그럴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우리 둘만 아는 행복이고 그걸로 충분하다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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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이 은유하는 순간들
김윤성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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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틈이 여행을 하게 되는 이유는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하지만 낯선 경험을 하면서 새로운 생각을 깨울 수 있다는 건 공통점이 아닐까.


저자는 일상을 떠난 여행에서 겪은 일들과 떠오른 생각들을 매끄럽고 담담한 문체로 적어내려간다. 모든 여행지가 아름답고 행복했던 것은 아닐지라도 저자에게는 일상 밖에서의 어떤 의미를 찾을 수 있던 곳이었던 듯하다. 저자의 눈으로 바라본 도시의 모습은 생소한 곳이든 익숙한 곳이든 새롭게 다가온다.


여행에서의 소소한 팁, 특정 여행지에 대한 정보와 함께 다양한 이야기, 사진을 담고 있어 지루하지 않다. 떠나고 싶은 곳들이 점점 늘어난다. 빠른 시일 내에 모든 게 정상화되길 바란다.


여행에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놀라운 일은 없다. 내가 오슬로행 완행열차를 탔던 그날 조용한 멈춤과 바게트 빵 같은 일상적인 것에 놀라움을 발견했듯이, 여행을 통해 일상의 놀라움을 발견하는 것이다 - P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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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 저승사자 - 집에만 오면 죽는 식물, 어떡하면 좋을까
정수진 지음, 박정은 그림 / 지콜론북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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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만 키우면 죽이는 사람들이 있다. 적당량의 물과 적당량의 햇빛, 그리고 적당한 통풍이라는 게 어려울 수밖에 없으니 당연할지도 모른다. 식물에 따라서도, 환경에 따라서도 그 '적당량'은 달라지는데 그건 스스로 키워나가면서 깨달아갈 수밖에 없으니까 말이다.


저자는 식물 가게를 하면서도 식물을 종종 죽이기도 한다. 죽어가는 식물을 다시 살려내기도 하고. 그렇게 식물을 하나하나 키워가며 체감한 정보들을 이 책에서 잘 담아냈다. 양지와 음지 중 어떤 곳에서 키워야 할지, 물은 얼마나 줘야 할지, 그리고 식물 잎 색깔이 누렇게 되는 등 어떤 현상이 발생했을 때 그 이유는 무엇인지까지 쉽고 간단하게 서술했다.


책 읽으면서 아는 식물도 있었지만 모르는 식물도 많았다. 하나하나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그리고 키우고 싶은 식물도 생겼다. 물을 계속 주면 되는 아디안텀 고사리, 미친 생명력의 스칸답서스. 이것저것 키우다가 벌레가 생기거나 죽고 지금 페페만 7년쯤 키우고 있는데, 조금 더 있다가 하나 정도 늘려봐야겠다.


이 책을 읽으면 더이상 '식물 저승사자'가 아닌 '식물 주치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같은 환경에서도 식물이 살기도 하고 죽기도 한다는 데 위안을 삼으며, 시들한 것 같아도 열심히 지켜봐야겠다.



하지만 건강한 나무도 가끔은 몸살이 난다 - P20

오랜 시간 살아남은 식물은 시간을 함께 살아온 사람들에게 하나의 역사이자 추억이 된다 - P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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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 조지아에 뭐가 있는데요?
권호영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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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제목을 참 잘 지었다. 나온지 좀 되었는데 조지아엔 뭐가 있을지 궁금해져서 읽어보고 싶던 책이다. 과연 무엇이 있기에 사람들이 반해서 책까지 내는걸까.


책은 조지아의 곳곳을 설명하면서도 적절한 감성을 잊지 않는다. 설명이 깔끔하지만 딱딱하지만은 않다. 여행지에서의 감정이 부드럽고 행복하게 와닿는다. 긍정적인 듯하면서도 할 말은 하는 저자도 인상적이다. 그 나라에서는 그 나라 말을 하려고 하고, 사람들과 친분을 쌓는 모습이 보기 좋기도 했다.


조지아는 아름다운 자연경관과 친절한 사람들, 그리고 맛있는 음식이 있는 곳이다. 가보고 싶은 카페가 잔뜩 있고, 찍고 싶은 풍경이 잔뜩 있다. 사진과 글을 함께 게재한 건 참 좋은 선택이다 싶다. 어쩐지 편하면서도 고즈넉하고, 또 소박하면서도 아름다운 느낌이 드는 건 저자가 그런 사람이기 때문일까.


타박타박 걷는 걸음소리마저 사랑하고야 마는 여행자에게는 유치함도 사랑스러워지기 마련이니까 - P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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