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둔 밤을 지키는 야간약국
고혜원 지음 / 한끼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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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애쓰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쓰고 싶다고 했다. 가출청소년, 술집여자, 형사, 자립준비청년 등 등장인물이 모두 자신의 자리에서 애쓰고 또 애쓴다. 즐겁게 힘들게 하루하루를 지켜내고 버텨낸다. 등장인물이 꽤 여럿이 나오면서도 헷갈리지 않게 다들 캐릭터도 확실하다.

보호는 12년째 일몰부터 일출까지 야간약국을 한다. 몸이 아픈 사람에게는 약을,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는 조언을 한다. 까칠하고 귀찮아하는 것 같으면서도 증상을 제대로 보려고 하고, 필요한 약만 딱 처방하려고 한다.

그런 보호가 등장인물들과 얽혀서 사건에 휘말리고, 상대방도 본인도 치유해나간다. 마약이 담긴 가방을 들고 온 아이, 마약 조직을 잡기 위한 경찰과 협조. 따스함과 어울리지 않을 거 같은 소재 속에서도 따스함이 녹아있다. 너무 따스하기만 한 이야기가 아니라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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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애의 살인
엔도 가타루 지음, 전선영 옮김 / 반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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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숨에 읽었다. 빠른 호흡으로 읽을 수 있는 책이다. 내용은 루이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일본 '지하 아이돌'을 하는 세 사람이 주인공이다. 상처가 있지만 겉으로는 시크해보이는 루이, 다혈질이면서도 열정이 있는 델마, 집도 여유 있는 '아가씨'면서 외모까지 뛰어나 센터를 맡은 이즈미. 이들의 그룹 ‘베이비★스타 라이트’는 위태롭다. 이즈미 빼고는 '할당량'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접대'에 불려가고, 셋 사이의 따스함은 없다.


비즈니스 관계나 다름 없던 그들은 살인으로 뭉쳤다. 대표를 살해하고 나서 선택한 길은 자수가 아닌 시체 은닉이다. 지하 아이돌을 그만 두려던 루이도, 늘 활동에 진심이었던 델마도, 조용해보였던 이즈미까지 지하 아이돌을 계속하겠다며 하나가 됐다.


시체를 숨기는 과정부터 사설탐정이 찾아오고 그 이후까지 쉼 없이 달렸다. 무겁기만 한 미스터리가 아니라 작은 따스함이 있다. 어려운 트릭이 있는 게 아니라 좀더 편하게 읽을 수도 있었고.


'최애의 아이'가 생각나는 제목이었다. 나처럼 최애의 아이를 본 적이 없더라도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사람들 기억에도 더 남을 수 있는 제목으로 잘 지은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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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일기 - 거짓고소와 엉터리 재판을 딛고 쓰다
잘반꼭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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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반꼭은 '공소장에 적힌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무고하게 갇혔다고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진실을 증명해내고자 하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억울함을 풀어내는 방향이 '글'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시가 평상시의 글쓴이고, 감옥과 사법부에 대해 쓴 부분은 판결 이후 달라진 글쓴이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의 분노와 억울함이 아주 강하게 와닿는다.


그가 본 사법부는 가해자 편이다. 확증편향에 휩싸여있다. 판사도 신이 아닌 사람이다보니 최대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접근하려 하더라도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제외하겠다'고 한 증거를 다시 받아들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2심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된 건 왜일까. 판결문을 확인해보고 싶어진다.


글쓴이의 내용만 보면 오고 간 연락만 살릴 수 있었다면 무고는 불가능했을텐데 그게 참 안타깝다.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지만,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라도 만들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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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 - 8인의 시인, 8인의 화가 : 천진하게 들끓는 시절을 추억하며
김연덕 외 지음 / 미술문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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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드는 예술작품이 있다. 빠져드는 정도는 다들 다르고, 어떤 장르인지는 다르겠지만 어쩐지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시인들은 감성이 풍부한 만큼 더 예술에 심취하고, 사랑하고, 영감을 얻어내는 듯하다. 유려한 언어로 풀어낸 그림, 그리고 화가의 이야기들이 아주 매력 있다. 곳곳에 보이는 시인 자신들의 이야기도.


이 책에서는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과 소화의 작품이 어쩐지 인상 깊다. 보나르의 작품에서는 배경처럼 보이는 인물들에 눈이 가고, 딱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는 선을 직접 보고 싶어진다. 소화의 작품은 평소 좋아하던 타입은 아닌데 눈길이 간다. 책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고, 실제로 보고 싶어진다. 다양한 색감을 담은 부드러운 곡선이 거친듯 부드럽고 강렬하게 느껴진다.


예술은 먼 듯하면서도 가깝다. 그림도 늘 누군가의 작품이 유행한다. 몇 년 전부터는 마티스가 핫한 거 같고, 예전에는 클림트가 유행이었고. 모네는 늘 인기 있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나도 어린 날을 추억해본다. 지금도 휴대폰 한켠에 저장된 (이름을 자꾸 까먹지만 참 핫한 화가인) 카렌 오닐의 작품도 한 번 들여다보고. 책을 보면서 다들 좋아했던 작품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모든 자극이 다 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어떤 그림은 그 자체로 크고 넓어 언어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것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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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
로미 하우스만 지음, 송경은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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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큰 교통사고가 나서 실려온 금발 여성이 실종된 지 14년이 지난 여대생 레나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 레나의 부모는 한달음에 달려왔으나 그녀는 레나가 아니었다. 그런데 같이 온 13살 여자 아이 한나가 레나의 어릴 적 모습과 똑같다.


교통사고가 난 그녀는 야스민. 감금 4개월 후 도망쳤다. 야스민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삶을 강요 받으면서 오두막에 감금당한 과거를 언론 등을 통해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범죄 피해자이면서도 유일한 목격자다. 레나의 아버지는 야스민에게 진실을 듣고 싶어하지만 만날 수 없다. 한나는 레나의 아이지만 야스민에게 엄마라고 부른다. 그 속의 진실은 무엇일까.


아이들의 세상은 부모가 전부였다가 점차 넓어진다. 더 많은 경험과 생각들이 많은 걸 깨닫게 한다. 그런데 열쇠구멍으로만 세상 밖을 본 아이들은? 감금하는 '아빠'가 나쁘다거나 도망치고 싶어하는 '엄마'가 안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나는 야스민이 정해진 규칙을 어기면 '멍청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구타는 당연한 처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접하는 모든 세상이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게 이렇게 무섭다. 한나의 생각이 문득문득 섬뜩하면서도 안타깝다.


야스민과 한나, 그리고 레나의 아버지 등의 시점으로 그려진 소설은 결말을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결말보다도 마지막 에필로그가 더 인상적이었다. 누가 누구를 가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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