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일기 - 거짓고소와 엉터리 재판을 딛고 쓰다
잘반꼭 지음 / 메이킹북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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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반꼭은 '공소장에 적힌 행위를 하지 않았'지만 무고하게 갇혔다고 한다. 가족에 대한 사랑과 진실을 증명해내고자 하는 의지로 똘똘 뭉쳤다.


억울함을 풀어내는 방향이 '글'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아내에 대한 사랑을 드러내는 시가 평상시의 글쓴이고, 감옥과 사법부에 대해 쓴 부분은 판결 이후 달라진 글쓴이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그의 분노와 억울함이 아주 강하게 와닿는다.


그가 본 사법부는 가해자 편이다. 확증편향에 휩싸여있다. 판사도 신이 아닌 사람이다보니 최대한 실체적 진실 발견에 접근하려 하더라도 실수는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미 '제외하겠다'고 한 증거를 다시 받아들이는 건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2심에서도 똑같은 방식으로 재판이 진행된 건 왜일까. 판결문을 확인해보고 싶어진다.


글쓴이의 내용만 보면 오고 간 연락만 살릴 수 있었다면 무고는 불가능했을텐데 그게 참 안타깝다. 모든 건 사람이 하기 때문에 완벽할 수 없지만, 한 명의 억울한 사람이라도 만들지 않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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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그림에 답할게요 - 8인의 시인, 8인의 화가 : 천진하게 들끓는 시절을 추억하며
김연덕 외 지음 / 미술문화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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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은 빠져드는 예술작품이 있다. 빠져드는 정도는 다들 다르고, 어떤 장르인지는 다르겠지만 어쩐지 눈길이 가고 마음이 간다. 시인들은 감성이 풍부한 만큼 더 예술에 심취하고, 사랑하고, 영감을 얻어내는 듯하다. 유려한 언어로 풀어낸 그림, 그리고 화가의 이야기들이 아주 매력 있다. 곳곳에 보이는 시인 자신들의 이야기도.


이 책에서는 피에르 보나르의 작품과 소화의 작품이 어쩐지 인상 깊다. 보나르의 작품에서는 배경처럼 보이는 인물들에 눈이 가고, 딱 직선으로 떨어지지 않는 선을 직접 보고 싶어진다. 소화의 작품은 평소 좋아하던 타입은 아닌데 눈길이 간다. 책을 멈추고 가만히 바라보고, 실제로 보고 싶어진다. 다양한 색감을 담은 부드러운 곡선이 거친듯 부드럽고 강렬하게 느껴진다.


예술은 먼 듯하면서도 가깝다. 그림도 늘 누군가의 작품이 유행한다. 몇 년 전부터는 마티스가 핫한 거 같고, 예전에는 클림트가 유행이었고. 모네는 늘 인기 있는 듯하다. 책을 읽으며 나도 어린 날을 추억해본다. 지금도 휴대폰 한켠에 저장된 (이름을 자꾸 까먹지만 참 핫한 화가인) 카렌 오닐의 작품도 한 번 들여다보고. 책을 보면서 다들 좋아했던 작품을 떠올려보면 좋겠다.



모든 자극이 다 시가 되지는 않는다는 것, 어떤 그림은 그 자체로 크고 넓어 언어가 되기를 거부한다는 것 - P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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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아이
로미 하우스만 지음, 송경은 옮김 / 밝은세상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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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교통사고가 나서 실려온 금발 여성이 실종된 지 14년이 지난 여대생 레나와 인상착의가 비슷하다. 레나의 부모는 한달음에 달려왔으나 그녀는 레나가 아니었다. 그런데 같이 온 13살 여자 아이 한나가 레나의 어릴 적 모습과 똑같다.


교통사고가 난 그녀는 야스민. 감금 4개월 후 도망쳤다. 야스민은 두 아이의 '엄마'로서 삶을 강요 받으면서 오두막에 감금당한 과거를 언론 등을 통해 알리고 싶지 않아하는 범죄 피해자이면서도 유일한 목격자다. 레나의 아버지는 야스민에게 진실을 듣고 싶어하지만 만날 수 없다. 한나는 레나의 아이지만 야스민에게 엄마라고 부른다. 그 속의 진실은 무엇일까.


아이들의 세상은 부모가 전부였다가 점차 넓어진다. 더 많은 경험과 생각들이 많은 걸 깨닫게 한다. 그런데 열쇠구멍으로만 세상 밖을 본 아이들은? 감금하는 '아빠'가 나쁘다거나 도망치고 싶어하는 '엄마'가 안타깝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나는 야스민이 정해진 규칙을 어기면 '멍청해서' 그렇다고 생각하고, 구타는 당연한 처벌이라고 생각한다. 아이가 접하는 모든 세상이 한 사람으로부터 비롯됐다는 게 이렇게 무섭다. 한나의 생각이 문득문득 섬뜩하면서도 안타깝다.


야스민과 한나, 그리고 레나의 아버지 등의 시점으로 그려진 소설은 결말을 계속해서 궁금하게 만든다. 하지만 결말보다도 마지막 에필로그가 더 인상적이었다. 누가 누구를 가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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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리바의 집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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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에 섬뜩한 집이 하나 있다. 그 집에 다녀오고 나면 사람이 변해버린다. 제대로 대화가 되지 않거나 미쳐버리고, 죽어버린다.


이 이야기는 두 명의 시점으로 그려진다. 어릴 때 그 집에 다녀온 후 모래 소리가 계속 들려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는 이가라시 데쓰야, 그리고 바쁜 남편 때문에 집에 혼자 있기 싫어 이상함을 느끼면서도 그 집에 놀러가는 사사쿠라 가호. 뭔가 많이 이상해졌을 때, 데쓰야의 영능력자 동창 히가 고토코가 찾아온다.


외로움에 지쳐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집에 찾아가는 모습이 현대인의 외로움을 떠올리게 한다. 어떻게든 비어있는 뭔가를 채우고자 하는 모습이 이해가 가고, 안타깝다. 그렇다고 배우자가 나쁜 사람은 아니다. 끝까지 노력한다. 가호를 놓지 않는다. 나쁜 사람이 없는데도 외로움은 있고, 그 외로움이 안타까운 일들을 불러왔다.


작가의 이전작과도 비슷한 느낌이 난다. 현실에서 벌어지는 비현실적인 일을 그려냈다. 특히 끝까지 끝이 나지 않는 듯한 이야기가 더 현실적이다. 비현실적인데도 묘하게 현실적이어서 더 눈이 가는지도 모르겠다.



그 집은 이상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다. 하지만 그 집에는 할머니가 있다. 어린 시절 나를 따뜻하게 대해주었던 할머니가 있다.
그리고 이 집에는 아무도 없다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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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레마
B. A. 패리스 지음, 김은경 옮김 / arte(아르테)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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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리비아와 남편 애덤은 각각 딸 마니에 대한 비밀을 하나씩 숨기고 리비아의 생일 파티를 시작한다. 학생 때 아이가 생겨 결혼한 둘에게는 결혼식을 대신할 그런 중요한 파티다. 그래서 둘은 알려야 하는 중요한 사실이지만 행복한, 중요한 시간을 상대방이 잠시라도 즐길 수 있도록 숨긴다. 파티가 끝날 때까지.


하얀 거짓말은 어디까지 허용될까. 상대방을 위해서라면 어디까지 진실을 숨겨도 될까. 이 책은 상대를 위해 진실을 숨기면서 점점 괴로움에 빠져 피폐해지는 심리를 담아냈다. 괴로움에 공감이 되다가도 그냥 말해야하지 않나 싶고, 또 행복한 시간을 늘려주기 위한 마음도 이해가 간다. 진실은 한 번 알아버리면 되돌릴 수 없고, 혼자 모든 걸 감내하는 고통도 이해가 되니까.


사람마다 쉬이 믿기 힘든, 믿고 싶지 않은 진실들이 있을 것이다. 최대한 알고 싶지 않지만 확실할 거라 생각하는 진실. 물론 거짓일 수도 있지만. 무엇을 믿어야할지 마음을 정할 수도 없는 그 마음이 너무나도 이해가 간다. 심리를 따라가며 읽어야 할 소설.



그 행복은 예전의 행복은 아니다. 그럴 순 없지 않은가? 하지만 그건 우리 둘만 아는 행복이고 그걸로 충분하다 - P3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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