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비한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오늘은 이만 쉽니다
홍환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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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글이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좋은 사람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제목처럼, 지쳐있는 사람이 부담 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


요즘 정신력이 고갈된 듯하다. 저자가 말한 멍 때리는 과정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은 기분을 알 듯하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데, 아무 것도 안 하기에는 아쉽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지금은 다 멀어지고 싶어지기도 한다. 최근 재택근무를 잠시 하다가 바로 휴가를 다녀왔더니 그나마 소진된 마음이 다시 채워진 듯하다. 때로는 모든 것과 멀어질 필요가 있는 듯하다. 마음도 소진되면 쉴 필요가 있다.


책에는 저자의 다양한 모습이 나오지만, 나는 ‘직장인’으로서 저자가 가장 와닿았다. “어중간한 재능도 없으면 굶어 죽겠지”하는 마음, 실수에 관대하게 구는 건 내 실수도 봐달라는 의도, 간식을 팀원에게 모두 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직원에게만 주는 냉혹함(?)에 큰 공감이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의 ‘꽃’이 아니더라도, 꽃만 가득한 숲은 숲이 아니라는 말에는 위로를 받았고. 왜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람들이 에세이를 읽는지 알겠다.


항상 물건을 사면 끝까지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던 내게, 구매한 것만으로도 그 쓰임이 다할 수 있다는 알려준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가급적 나누려고 하지만 나누지 못해도 버릴 때까지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됐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구잡이로 뭔가를 사들이지는 않지만, 버릴 수도 있어야겠다.

제철 과일처럼 문화도 그 당시에 즐겨야 최고로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철이 존재한다 - P44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 내가 애쓴다고 내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모든 것에서부터 마음을 놓고 집단 소속감에 대한 불안으로부터도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 - P137

이렇게 체념하고 무뎌지는 것이 강해지는 것이라면 어른의 강함이라는 것은 분명 유용하지만 그렇게까지 멋지고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 P138

‘좋아하는 일이란 다다익선이니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고 그 중에서 잘할 수 있었던 것들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두세요 - P151

기쁨에 말을 얹는 것은 참 쉬운데

슬픔에 말을 얹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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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쟁이 작가 루이자 - <작은 아씨들>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 이야기
코닐리아 메그스 지음, 김소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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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의 인물들과 ‘작은 아씨들’의 인물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조는 루이자 그 자체이며, 그 외 인물들도 ‘이 사람을 염두에 두고 썼나보다’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루이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스물 여덟 살까지 스물 아홉 번 이사하는 등 힘든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도 딱히 돈을 벌어오지 못했고 루이자는 어린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가족은 사랑으로 가득했고 서로를 이해했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루이자가 돈을 벌어 가족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줘야한다고 마음 먹게 만든 듯하다. 누군가를 돌보거나 교사를 하고, 재봉일이나 간호병 일을 하는 등 그 시대 여성이 할 수 있던 다양한 일을 했다. 연애보다는 글쓰기, 그리고 비혼을 선택하며 가족을 돕는 데 힘썼다.

루이자가 쓴 다른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히 엿볼 수 있다. 실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강한 편인지 그런 작품이 더 인기를 끈 듯하다. 병원 스케치라는 작품이 제일 궁금하다.

철저한 고증을 하고, 루이자의 문체와 유사한 이 책은 자서전으로 부를 만 하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작은 아씨들에서 조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책.

엘리자베스의 죽음으로 오래도록 상상해온, 완벽할 만큼 아름다운 미래도 함께 잃었기 때문이다 - P116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실패하더라도 절망하지 않는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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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미터 개인의 간격 - 내가 행복해지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
홍대선 지음 / 추수밭(청림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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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피노자의 이야기와 저자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내 반경 ‘1m’를 기준으로 한 행복해지는 방법을 서술한 책이다.

우리에게는 모두 고유한 1m가 있다. 말 그대로 정말 1m라기보다는 날 둘러싼 환경이나 상황, 나에게 영향을 미치는 무언가라고 보면 된다. 그 안에는 행복과 고통이 모두 존재한다.

스피노자는 ‘쉬운 길’이 아니라 본인의 행복을 택했다. 유대인으로 살아와 유대교를 거부하고 렌즈 세공을 하며 살아갔다. 본인의 커뮤니티에서 축출 당하고 온갖 비난에 시달렸다. 미움 받을 고통을 감내하면서까지 스피노자는 행복할 자유를 마음껏 누렸다. 자신이 살아온 커뮤니티를 버렸지만, 다행히 스피노자와 교류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스피노자는 행복을 위해 때로는 회피하기도 하면서 자신의 1m를 행복으로 채웠다.

이 책에서는 행복하지 않은 관계는 끝내고, 불행은 버리라고 말한다. 1m 바깥의 말들에 현혹될 필요가 없다. 타인의 시선은 내 생활에 영향을 끼치지 못하니까. 남의 1m에 억지로 끼어들지 않고, 내 1m 반경에 들어오는 부분은 선별해서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 내가 행복해지면서도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이기주의가 아닌 개인주의를 위해서는 배워야 한다.

알면서도 막상 인정할 수 없었던 점들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책이다.

당신도 남의 기분을 위해 존재할 필요가 없다
- P38

좋은 직장에 취직한 사람들은 수험 생활을 불행하다고 느꼈기 때문에, 힘든 학업의 보상이어야 할 직장이 더 불행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어려워 한다. 하지만 학교는 돈을 내고 다니고, 직장은 돈을 받고 다닌다. 이 차이를 생각해보면 직장생활이 훨씬 어렵다는 사실을 1초면 알게 된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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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여기, 무탈한가요? - 괜찮아 보이지만 괜찮지 않은 사회 이야기
오찬호 지음 / 북트리거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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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회의 나쁜 면도 알아야 한다."


내가 몰랐던 사회의 모습, 괜찮아 보이지만 사실 괜찮지 않은 우리 사회의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환경과 지역 격차, 교육, 가족, 난민, 장애인, 부동산, 소득불평등 등 우리가 안다고 믿었거나 무관심하던 부분에서의 문제점을 제대로 짚어낸다.


흔히 '자연'은 공공재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사회 '계층'에 따라 누리는 '자연'이 다르다. 미세먼지를 '더' 만들어내는 사람 따로, '덜' 마시는 사람 따로다. 그 계층은 쉽게 변화하지 않는다. 누구나 원하는 만큼 교육을 받고 꿈을 꾸기는 힘들다. 소득은 점점 격차가 커진다. 부동산으로 인한 격차도 한 몫 더한다. 여성이란 이유로 차별 받아도 전개 방식이 옳지 않으니 사상까지 옳지 않다며 폄훼한다. 범죄가 무서워 창문을 닫아놓은 취약계층은 명을 달리한다. 이런 모든 상황을 사회 시스템이 아닌 개인의 탓으로 돌린다.


책에서는 이 모든 상황을 알기 쉽게, 찬반의 논리를 모두 보여주며 설명한다. 사회적 약자가 왜 사회적 약자인지, 왜 많은 사람이 이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지 생각하게 한다. 불평등에 무감각해진 사람들에게 일침을 놓는 그런 책이다.

취약 계층에게 벌어지는 일은 안타까운 이슈에 불과하지, 원인을 짚고 구조를 고쳐 재발을 방지하는 장기적인 안목으로 논의되지 않는다 - P25

평범한 노동자로 살아서는 상식적인 대접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 P131

‘따질 수 있는 용기‘는 단순히 개인의 강한 심장에서 나오는 게 아니다. 나처럼 생각해도 괜찮다는 확신이 드는 열린 사회라면, 그리고 주위의 지향점과 나의 생각이 같다면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다 - P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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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이게 뭐라고
장강명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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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글쓰기에 대한 단상, 그리고 독서 팟캐스트 '책, 이게 뭐라고?!'를 진행하면서 겪은 일들과 현재 출판계에 대한 솔직한 의견이 담겼다. 적당히 진지하고, 적당히 재미있으면서 적당히 세속적이다.


'읽고 쓰는 사람'과 '말하고 듣는 사람'은 다르게 느껴진다. 저자의 말처럼, 글의 매력과 말의 매력은 정말 별개다. 장강명 작가는 쓰는 게 매력적이라는 사실은 틀림 없다. 정말 잘 읽힌다. 군더더기가 없는 문장으로 만들어진 글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에세이뿐 아니라 소설도 흥미롭다는 게 놀라울 따름이다. '글쓰기'라고 해서 다양한 장르를 잘 쓰기란 힘드니까 말이다. '말하는 장강명'은 아직 한 번도 본 적 없어서 노코멘트.


독서 인구는 점차 줄어들고 있다. 정말 나중에는 고전으로 라이트노벨이나 웹소설이 꼽힐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무슨 상을 타고 해도 책이 일단 읽혀야 평가도 받을 수 있을 것인데 이런 상황에서 출판업계가 각종 사은품 등으로 시선을 끄는 게 놀랍지만은 않다. 그 옛날 잡지가 걸었던 길을 그대로 걷는 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처음부터 셀럽을 데려와 책을 내는 것도 시선을 끌기 위한 방법 중 하나고.


이런 상황에서 나오는 책이 모두 괜찮은 건 아니다. 저자의 말처럼 '시시한' 책도 꽤 있다. 어떻게 이런 책이 출판사에서 나오나 싶고, 끝까지 읽기에는 시간이 아까워지기도 한다. 물론 작가는 어느 정도 노력했을 것이기에 리뷰는 나쁘게 적지 않는다. 나에게는 별로였지만 남에게는 좋을 수도 있다. 그래서 좋은 부분을 찾으려 한다. 하지만 거짓말은 할 수 없기에 작가가 하는 것처럼 약간의 답을 회피하는 수준의 리뷰에 그치게 된다. 서평을 요청 받은 경우 어쩔 수 없이 리뷰를 써왔기에, 책을 다 읽어보고 리뷰했다는 '책, 이게 뭐라고!?'에서 본인이 시시하다고 생각한 책에 대한 평을 할 때 저자의 심정이 조금이나마 이해가 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블랙 달리아'와 '사랑의 역사'를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소크라테스와 대담을 그려낸 부분을 읽으니 좀 찔린다.


예의와 윤리는 다르다. 예의는 맥락에 좌우된다. 윤리는 보편성과 일관성을 지향한다 - P54

책은 우리가 진지한 화제로 말하고 들을 수 있게 하는 매개체가 되어준다 - P98

아시다시피, 읽고 싶은 책들은 읽은 책보다 언제나 훨씬 더 빠르게 늘어난다 -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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