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의 주둥아리는 도무지 쉴 줄을 모른다 - 장래희망이 인기 유튜버인 중년 디자이너의 일상 탐구기
이지원 지음 / 지콜론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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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스 있고 흥미로운 시선으로 일상과 디자인에 대한 생각을 그려낸 에세이. 저자는 카페에 가서 간판 글씨체에 대한 생각을 하고,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싸강'을 하며 자연의 위대함을 깨닫는다. 학생들의 '진로 탐색'을 도우며 '입시는 학원이 제일 잘 안다'고 답변하며, 신조어를 자유로이 구사한다. 유행의 흐름에 합류하는 '미필적 유행'을 따라 패션을 잘 모른다는 사실을 들키지 않고 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소셜미디어'와 관련된 부분이다. 우리는 모두 끊임 없이 이어져있으면서도, 각자 자리하는 소셜미디어에 지쳐있다. 저자는 관련 앱을 모두 지우는 등 빠르게 소환되고 강제로 연결되는 세상과 멀어지고자 했다. 물론 금단 증상에 시달렸지만 이런 시도를 해보고 싶어지기도 한다. 나의 삶이 아니라 휴대폰이 우선이 되는 세상은 나도 사양하고 싶으니까.


교수님이 썼다고 하면 어쩐지 진지하고 현학적일 것만 같지만, 해학적이다. 본인만의 진지한 생각, 풍자나 비판을 담으면서도 지겹지 않게 잘 풀어냈다. 예전에 봤던 '명치나 맞지 않으면 다행이지'의 저자더라. 난 이 책이 더 좋다.

한때 재밌었던 이 신조어는 이제 진부함의 끝자락에 얹혔다 - P33

교수는 초간단 질문에 길고 복잡하게 답변을 할 줄 아는 사람이다 - P112

말과 말 사이의 여백은 우리 대화를 얼마나 풍성하게 했던가 - P160

SNS는 침묵을 전달하지 않는다. 그러니 그저 정해진 문구를 작성하는 수밖에 - P174

말에 조바심이 날 때 강렬함을 더하는 부사어는 달콤한 유혹으로 다가온다 -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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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켄슈타인 - 200주년 기념 풀컬러 일러스트 에디션 아르볼 N클래식
메리 셸리 지음, 데이비드 플런커트 그림, 강수정 옮김 / 아르볼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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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과 삶을 둘러싼 인간의 호기심은 끝이 없다. 생명이 없는 것에 생기를 불어넣고, 더 나아가 인간을 창조하고자 한다. 과학자의 광기는 '버림 받은 존재'를 만들어내게 된다.


책은 배의 선장 윌튼이 '진실한 우정'을 나누고자 하는 빅터 프랑켄슈타인을 만나고, 그에게 이야기를 듣는 것으로 시작한다. 휴식과 건강을 포기하면서까지 생명 없는 육체에 숨을 불어넣으려 했으나, 공포와 혐오만이 남았다. ‘괴물’을 두고 떠났다가 돌아오니 그는 어느새 사라졌고, 어느 날 막냇동생이 살해당한다. 그리고 그는 프랑켄슈타인 주변을 맴돌며 그를 괴롭힌다.


프랑켄슈타인보다는 그 ‘괴물’이 더 안타깝다. 외모가 흉측하다는 이유로 부모에게 버림 받고, 모든 사람에게 마음도 그러할 것이라는 선입견에 시달린다. 몰래 애정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던 ‘오두막 집 사람들’도 그의 외모를 보는 순간 뛰쳐나가 버렸다. 주인에게 귀염받고자 강아지의 행동을 따라해 혼이 난 당나귀의 우화에 대한 그의 말처럼, 사랑받고자 했을 뿐인데.


물론 살인을 옹호할 수는 없다. 모두가 같은 환경에서 악한 행위를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애정을 받아보지 않고 거절만을 당해왔다면 괴로움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는 건 당연하다. 그래서 의외로 프랑켄슈타인은 징징대는 것으로만 느껴지고, ‘괴물’의 고통이 더 잘 느껴졌다. 그저 자신과 함께 살아갈 여인만 만들어주면 조용히 살겠다고 했는데 프랑켄슈타인이 홀로 피해자인 것처럼, 괴로워하며 날뛰어서 그를 더욱 지옥 속으로 몰아넣은 것은 아닐까.


삽화와 함께 보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지는 이야기다. 


“나 같은 사람은 보지 못했고, 들어본 적도 없었다. 그렇다면 나는 괴물, 인간들이라면 마땅히 도망치고 멀리해야 하는 지상의 오점인 걸까?”

하지만 지나친 슬픔을 드러내서 다른 사람을 더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 살아남은 자의 도리 아니겠니? 그건 너 자신에 대한 의무이기도 하다 - P115

아, 프랑켄슈타인, 다른 모든 사람에게는 공정하면서 왜 나만은, 그 누구보다 당신의 정의가, 심지어 당신의 자비와 애정이 절실한 나만은 짓밟으려는 건가 - P128

언어를 완전히 터득하면 흉측한 내 외모를 무시하게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나의 흉측함을 인식하게 된 건 끊임없이 눈으로 확인되는 대조적인 외모 때문이었다 - P149

모든 인간들이 내게 죄를 저질렀건만 왜 나만이 죄인 취급을 받아야 하는가?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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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크 포사이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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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역사를 담아낸다. 이 책은 다양한 역사 지식과 함께 영어 단어와 숙어까지 자연스레 익히게 해준다. 어원을 바탕으로 접두사나 접미사 등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읽다 보면 영어를 저절로 익히게 되는 기분이다.


상상치도 못했던 어원을 보면 화들짝 놀라며, 그 단어를 잊지 못하게 된다. 팬티(pants)가 기독교 순교자 이름에서, 아보카도는 아즈텍족의 고환에서, 나비는 '버터똥싸개(boterschijte=butter+shitter)'라는 네덜란드 말에서 왔다고 한다.


특히 네덜란드를 이용한 단어들이 안 좋은 뜻에서 비롯됐다는 데서 충격을 받았다. 'go dutch'가 네덜란드처럼 '쩨쩨하게' 각자 돈을 내는 거라는 의미에서 시작되고, 'double Dutch'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go dutch’는 네덜란드에서 '더치페이'를 해서 그렇게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뜻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soon, now, minutes, moment 등이 의미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는 점을 보면 ‘사람은 다 똑같구나’ 싶다. 헤로인이 원래 상표명이었다는 걸 보면 ‘대일밴드’나 ‘호치키스’도 생각나고.


신기하게도 A 설명이 B 설명으로, 그리고 그게 C 설명으로 이어진다. 쭉 이어지는 설명을 보면 정말 주변에서 귀찮아서 책을 쓰라고 할 법하다. 책으로는 재밌고 흥미롭지만 옆에서 저자가 끝도 없이 어원을 설명해주면 참 피곤하겠다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어를 많이 쓰니 익숙한 단어도 많아서 생각보다 어럽지 않고 재미있던 책.

그런데 인간은 ‘즉시‘ 행동하는 법이 없습니다. 말로만 그런다고 하지요. 그러니 instantly란 단어도 아직은 약발이 있지만 결국 다른 말들과 똑같은 신세가 될 게 뻔합니다 - P44

누가 저보고 설거지하라느니, 세금 신고하라느니 재촉하면 저는 항상 in five minutes, 5분 후에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개는 영원히 안 하겠다는 뜻입니다 - P43

지체 높은 분들이 자기 이름을 음식 이름으로 영원히 남기려고 부엌에서 요리 개발에 매진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다 보면 음식에 자기 이름이 붙지요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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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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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는 14년간 사귄 남자친구 준혁과 헤어졌다. 그리고 1살 차이인 학생 때 과외 선생님, 준혁과 동명이인인 김준혁을 만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지와 만난 그 날 준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소식을 듣자마자 명지는 함께 목숨을 끊자 했던 준혁을 베란다로 밀어버린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모든 걸 기억하는 형사 나영은 ‘난민 연쇄 살인 사건’을 홀로 뒤쫓다 피의자 김준혁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 소설에서 ‘혐오’의 대상은 바로 ‘난민’이다. ‘난민’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혼혈이나 귀화자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나라를 떠나”라는 쪽지에서 우리 사회에서의 혐오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혐오의 이유는 ‘일자리를 빼앗는다’ ‘치안을 안 좋게한다’ 등이다. 경찰이 준혁에게만 신분증을 요구하고, 회사에서 왕따를 당한 건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반대로 하얀 피부의 명지는 본인이 원치 않아도 ‘공주’로 불리며 ‘공주의 삶’을 강요 받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준혁이나 명지가 외국인, 아니, 혼혈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외양을 한 꺼풀 벗겨내면 우리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느 나라에든, 어디에서든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계급이나 종교, 성별 등으로 인해 일부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에서 살아오는 사람들은 바뀌기 어려울 테니까. 모두를 선입견 없이 대하기란 참 쉽지 않다.

오랜만에 추측하지 못한 범인을 만났다. 책을 놓을 수 없는 스릴도 오랜만이다. 명지가 범인일까 아닐까, 준혁이 미쳤을까 아닐까, 김준혁이 범인일까 아닐까 등 끊임없이 궁금증이 솟아난다. 떡밥을 모두 풀어내면서 나의 긴장도 함께 제자리를 찾는 듯하다.


"노력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던데, 알아?" - P95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인을 저지르고 싶은데 눈치를 보고 있던 누군가가, 마음 속 뿌리박힌 혐오와 증오를 살인으로 푼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방금 전 살인의 생생한 감촉을 새삼 느끼는 것이었다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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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껐더니 잘 풀리기 시작합니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이 되는 생각 정리 심리학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위정훈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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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컵에 물이 반 정도 차있을 때, "컵에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하는 사람과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그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의 기억은 경험한 사건에 대한 인지의 영역이다. 과거는 현재의 나의 생각을 담은 기억이다.


저자는 기억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면 긍정적인 사건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반대로 계속 불만이 가득한 상태로 살다보면, 기분일치 효과가 작용해 부정적 사건만 기억에 남는다. 같은 사건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나의 현재를 바꿀 수 있다. 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과거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발전해나가야 한다.


나는 습관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편이다. 다소 안 좋은 일이 벌어져도 '최악은 아니니까'하며 위안을 삼는다. 이러면 많은 사건이 '최악은 아니지만 크게 좋지는 않았던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긍정적인 과거로 남을 수 있게 생각패턴을 바꿔봐야겠다. 


우리의 인생 궤적은 모두 기억 속에 있다. 인생은 모두 기억과 더불어 나아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 P42

언제나 비슷한 불평만 해대는 사람이 있는데, 거기에는 자전적 기억에서 학습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숨어있는 것 아닐까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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