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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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는 14년간 사귄 남자친구 준혁과 헤어졌다. 그리고 1살 차이인 학생 때 과외 선생님, 준혁과 동명이인인 김준혁을 만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지와 만난 그 날 준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소식을 듣자마자 명지는 함께 목숨을 끊자 했던 준혁을 베란다로 밀어버린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모든 걸 기억하는 형사 나영은 ‘난민 연쇄 살인 사건’을 홀로 뒤쫓다 피의자 김준혁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 소설에서 ‘혐오’의 대상은 바로 ‘난민’이다. ‘난민’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혼혈이나 귀화자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나라를 떠나”라는 쪽지에서 우리 사회에서의 혐오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혐오의 이유는 ‘일자리를 빼앗는다’ ‘치안을 안 좋게한다’ 등이다. 경찰이 준혁에게만 신분증을 요구하고, 회사에서 왕따를 당한 건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반대로 하얀 피부의 명지는 본인이 원치 않아도 ‘공주’로 불리며 ‘공주의 삶’을 강요 받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준혁이나 명지가 외국인, 아니, 혼혈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외양을 한 꺼풀 벗겨내면 우리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느 나라에든, 어디에서든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계급이나 종교, 성별 등으로 인해 일부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에서 살아오는 사람들은 바뀌기 어려울 테니까. 모두를 선입견 없이 대하기란 참 쉽지 않다.

오랜만에 추측하지 못한 범인을 만났다. 책을 놓을 수 없는 스릴도 오랜만이다. 명지가 범인일까 아닐까, 준혁이 미쳤을까 아닐까, 김준혁이 범인일까 아닐까 등 끊임없이 궁금증이 솟아난다. 떡밥을 모두 풀어내면서 나의 긴장도 함께 제자리를 찾는 듯하다.


"노력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던데, 알아?" - P95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인을 저지르고 싶은데 눈치를 보고 있던 누군가가, 마음 속 뿌리박힌 혐오와 증오를 살인으로 푼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방금 전 살인의 생생한 감촉을 새삼 느끼는 것이었다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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