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 어딘가 블랙홀 - 감춰져 있던 존재의 ‘빛남’에 대하여
이지유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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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과도 와닿는 이과 감성. 과학과 감성을 이을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저자는 세상을 바라볼 때 과학적 감성과 인문학적 감성을 모두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과학적 사실들과 함께 삶의 지혜, 일상 속 생각을 엿볼 수 있다.


우선, 알지 못했던 정보가 많았다. 공기가 적어 천문학자들의 핫플레이스로 자리 잡은 마우나케아산, 검은꼬리누가 있어야 돌아가는 세렝게티, 에어컨 없이 설계만으로 열대지방인데도 25도를 유지하는 건축물이 있다는 짐바브웨. 과학에 문외한이 나로서도 흥미진진하게, 그리고 쉽게 써 내려간 내용이 마음에 든다. 굳이 인문학적 감성을 끼워 넣지 않더라도 소소한 과학 상식을 배워둘 수 있어서 좋다. 읽다 보면 과학자들은 정말 호기심이 많다는 생각이 든다.


가장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식물에 대한 부분이다. 내가 식물을 좋아해서일까. 식물 원산국이 아닌 식물이 가져간 나라들이 로열티를 엄청나게 벌어들여 일어나는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식물이 자신을 지켜내기 위한 방어수단인 풋내, 기술력이 없으면 유지할 수 없어서 나라의 부를 상징할 수 있는 식물원 등 재밌는 얘기가 많았다. 특히 자원이 한정적이라 효율적으로 자원을 활용하는 열대우림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식충식물이 왜 곤충을 잡아먹나 했는데, 질소를 얻기 위해서라는 사실도 이번에야 알게 됐다. 다들 어떻게든 살아가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 에세이는 처음이다. 그냥 과학 서적보다는 확실히 쉽고, 좀 더 와닿는다. 저자가 배웠다는 판화로 만든 표지와 속지 일부도 느낌이 좋다. 과학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한 번 읽어보면 좋겠다.

생명이란 어떤 상황에서도 살아남으려는 강한 의지가 있고, 이와 같은 의지는 자원이 부족하든 넘치든 상관없이 모든 생명이 지니는 속성이다 - P63

자연은 내버려두면 자신의 길을 찾아가게 마련이다. 인간도 그렇지 않은가. 인간 또한 자연의 일부이므로 - P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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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오늘도 나를 믿는다 - 정샘물의 셀프 인생 메이크업
정샘물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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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크업 아티스트 정샘물이 '존경스러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기 전에 '정샘물'하면 메이크업 스크랩북을 준비해 배우 이승연 씨에게 가서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발을 디뎠다는 사실만 알고 있었다. 책을 읽어보니, 이런 사람이 성공하는구나 싶었다.


사실 읽기 전에는 큰 기대를 안 했다. 워낙 정샘물 씨가 유명하고 회사 제품도 좋다는 얘기가 많아서 막연히 어떤 사람일까 싶어서 읽어보기 시작했다. 읽으면 읽을수록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싶어지고, 만나서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어진다.


정샘물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자존감이 높고, 자신이 원하는 바를 명확히 아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17세에는 연세대에서 알바를 하다가 연세대에서 강연을 하기까지 정말 부지런히도 살아왔다. 스타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이름을 날리는 상황에서 순수미술을 공부하기 위해 유학을 하기도 하고, 유튜브 등을 통해 본인의 노하우를 널리 알리기도 했다. 늘 메이크업 예약 시간보다 먼저 가서 준비를 하고, 인재 양성을 위해서도 힘쓴다. 아이 둘을 입양해 키우기도 한다. 결정에 망설임은 거의 없다. 그리고 포기나 ‘적당히’는 없다.


개인 고유의 매력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획일적으로 모두 같은 아름다움이 필요한 게 아니라 나를 나답게 만드는, 나를 더 나아지게 만드는 방법을 찾고 싶어진다. 평소엔 귀찮아서 하지 않는데 내 눈 색깔을 들여다보고 색을 골라 해보고 싶어졌다.


이렇게 진취적인 사람을 보면 부러워진다. 나는 이렇게 내 미래에 대한 명확한 그림을 그려낼 수 있을까? 이야기의 중간중간 장단점을 그려보고 앞으로의 미래를 써보는 등 챕터가 있어서 정샘물 메이크업 아티스트처럼 자존감 높으면서 열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돕는다. 이 책을 따라가다 보면,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선명하게 그리고, 또 이룰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원하는 것에 대한 선명하고 뚜렷한 이미지를 가진 사람은 그 이미지와 같거나 비슷한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 P35

내 눈동자 색을 이루는 이런 미묘한 색감에 집중하고 자신만의 고유성을 발견하는 순간, 비로소 자신의 아름다움을 믿고 사랑하게 된다. 나는 내가 믿는 만큼 아름다워진다 - P59

젊을 때는 늘 다음 기회가 있으리라 착각하기 쉽다. 그런 근거 없는 낙관이 젊음의 특권이자 함정이다 - P124

그런데 고객의 마음을 읽고 교감한다는 것은 고객이 하자는대로 다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꼭두각시처럼 고객이 하자는대로 칠하고 바를 사람을 원한다면 굳이 전문가인 내가 존재할 이유가 없다 - P172

개개인의 시각과 취향을 존중하는 사회만이 건강하게 발전할 수 있다 - P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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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라르손, 오늘도 행복을 그리는 이유
이소영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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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보기만 해도 행복한 가족과의 전원 생활을 그린 그림과 함께 칼 라르손의 이야기를 담았다. 칼 라르손에 대한 저자의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었다.


칼 라르손의 집 ‘릴라 히트나스’에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북유럽 감성이 가득 담겼다. 부부의 손길이 느껴지는 집은 칼 라르손의 그림에서 아주 잘 드러난다. 독특하지만 아름답게 꾸며놓은 식물이 가득한 공간에서부터 부부가 직접 만든 가구와 태피 등 장식, 그리고 곳곳에 그려놓은 그림까지 모두 잘 어우러진다. 따뜻하면서도 편안하다. 칼은 한 폭의 그림 같은 공간에서 아이들과 아내, 그리고 본인의 모습을 주로 그려냈다.


그림만 보면 행복하게 자랐을 것 같지만, 막상 본인의 어린 시절은 불우해 보인다. 아버지는 “네가 태어난 날이 가장 싫었다”라고 말할 정도였고, 집이 너무 가난해서 배움도 어려웠다. 칼은 그 속에서 자신의 어려움을 곱씹는 것이 아니라, 그런 가난과 아픔을 아이들에게 물려주고 싶지 않은 마음을 갖고 노력했다. 작업실 문에 아내 카린을 그려놓을 정도로 애정이 넘쳤고, 아이도 8명이나 낳았다. 그 중 하나는 불행히도 태어난지 두 달만에 세상을 떴지만, 다른 아이들이 자라나는 모습을 그린 그림에서 애정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그림을 그릴 때 무릎 위에 아이를 앉혀놓은 장면을 그린 그림이 가장 인상 깊었다.


라르손 가족은 책이 늘 함께하는 가족이기도 하다. 늘 독서의 중요성을 알려주고, 부부가 나서서 먼저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줬다. 책을 읽고 대화를 함께 나누면서 가족 간에 더욱 돈독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유화와 수채화 등 다양한 작품이 책에 수록돼 있는데, 특히 집 안에 있는 아이의 모습을 그린 작품들이 대부분 좋았다. 집에서부터 느껴지는 따스함이 아이들의 모습에서 완성이 되는 듯하다. 그 중에서도 특히 마음에 드는 아이들 그림은 수잔과 폰투스, 그리고 브리타를 그린 그림. 언젠가는 나도 손수 꾸민 집을 갖고 싶다. 그 곳에서 가족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길.

무언가를 용서하는 것은 그저 인정하는 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 P58

지극히 평범한 가족의 일상만으로도 세계에서 독보적인 위치에 오른 이 화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삶에서 새로운 것을 찾는 일보다 있었던 일들을 제대로 둘러보는 것이 더 중요한 것임을 느낀다 - P143

삶에 있어 가치를 찾아가는 일은 행운이 아니라 습관이 아닐까 - P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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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한 어느 부부의 특별한 실험
박햇님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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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 어떨까? 처음엔 계속 다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저자는 남편이 미워서, 마음 속 불만과 슬픔을 정리해보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조용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던 저자가 다양한 일에 열정이 있는 남편을 만났다. 막상 남편이 계획을 말하면, 저자가 더 깊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다. 옮기기 전에 남편의 열정이 수그러들기도 해서 그냥 맞장구만 쳐주기도 하고. 여행 가서는 저자가 계획대로 다니고, 남편은 누군가 추천해준 대로, 그리고 발 가는 대로 다닌다. 정말 둘이 참 다른데도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고, 함께 살아가는 걸 보면 신기하다.


대부분 기억은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남는다. 상대방이 잘한 부분도 있을텐데 기억에서 쉬이 잊힌다. 글을 쓰면서 저자는 오히려 그런 부분을 새삼 깨닫지 않았을까? 객관적으로 다시 한 번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될 듯하다. 오히려 상대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 그래서 글이 싸움으로 가득차 우울한 게 아니라, 이런 갈등이 있었지만 같은 방법으로 잘 풀어나갔다는 걸 보여줘서 좋았다.


저자의 경력은 아쉽다. 특히 일본에서 대학원을 마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온 점이 그렇다. 다니다가 도중에 오는 건 이도 저도 아니라 경력 단절로 볼 텐데 가족과 함께 그대로 돌아온 게 참 아쉽다. 저자의 오빠가 안타까워할 만하다.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맞춰나가고 때로는 희생해나간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듯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본에서 돌아온 후 저자가 직장을 가고, 남편이 육아와 집안일을 하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부분이다. 특히 저자가, 아니, 저자만 더 이해도가 깊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서로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봐야 더 많은 걸 깨달을 수 있는 듯하다. 제목에서는 ‘미워서’라지만, 마음을 가다듬어보는 데 참 좋은 역할을 한 듯하다. 때로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을 때 나도 글을 한 번 써봐야겠다.

셋 다 행복할 길을 찾고 싶은 거지, 셋 다 불안해질 방법을 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 P59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틀려서가 아니라 달라서 싸우는 것뿐이라는 사실 하나를 알기 위해 신혼 1년 동안 그렇게나 많이 싸웠던 게 아닌가 싶다 - P169

페미니즘은 결국 대상을 향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게 아니겠나 생각하며 그날 밤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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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 이진선 산문집
이진선 지음 / 학고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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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폭풍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느낌의 책. 저자는 굉장히 감성적이다. 우울하고 슬픈데 어쩐지 아련하다. 그럼에도 글은 왠지 담담한 느낌이다. 이미 그 슬픔을 이겨냈거나 이겨내고 있기 때문일까.


특히 와닿았던 건 ‘만’에 대한 이야기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로부터만 사라진 누군가. 나도 계속 물어서 무슨 일인지 알아냈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순 없겠더라. 하지만 그 기분을 알게 해주고 싶어 이 책의 그 부분을 알려주고 싶어졌다. 내 감정이 그 때 어땠는지. 나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도 풀어낸 듯하다.


많은 이야기를 읽었다. 감정의 홍수 속에서 사람 간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몇 번이나 돌다리를 두드려봤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활짝 열어버렸더니, 그는 너무 똑같은 방식으로 사라졌다 - P131

아무도 되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나 되어도 괜찮다고 - P186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충 사는 것조차 버거워지자 내가 엄마의 자랑이라는 것까지 힘들어졌다 - P229

끝나는 시간의 대기를 관찰하는 일은 퍽 재미있는 일이었다. 시간이 가장 성실하게 흐르는 시기인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무언가 잊어보기에 괜찮은 계절 같기도 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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