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애틋해질 어느 날을 살고 있다 - 이진선 산문집
이진선 지음 / 학고재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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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의 폭풍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 느낌의 책. 저자는 굉장히 감성적이다. 우울하고 슬픈데 어쩐지 아련하다. 그럼에도 글은 왠지 담담한 느낌이다. 이미 그 슬픔을 이겨냈거나 이겨내고 있기 때문일까.


특히 와닿았던 건 ‘만’에 대한 이야기다. 나도 비슷한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나로부터만 사라진 누군가. 나도 계속 물어서 무슨 일인지 알아냈지만, 다시 원래대로 돌아갈 순 없겠더라. 하지만 그 기분을 알게 해주고 싶어 이 책의 그 부분을 알려주고 싶어졌다. 내 감정이 그 때 어땠는지. 나는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도 풀어낸 듯하다.


많은 이야기를 읽었다. 감정의 홍수 속에서 사람 간 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나도 다시 행복해질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몇 번이나 돌다리를 두드려봤다고 생각해서 마음을 활짝 열어버렸더니, 그는 너무 똑같은 방식으로 사라졌다 - P131

아무도 되지 않아도 괜찮고 아무나 되어도 괜찮다고 - P186

하지만 아무리 열심히 해도 해결되지 않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대충 사는 것조차 버거워지자 내가 엄마의 자랑이라는 것까지 힘들어졌다 - P229

끝나는 시간의 대기를 관찰하는 일은 퍽 재미있는 일이었다. 시간이 가장 성실하게 흐르는 시기인 것 같기도 했고, 그래서 무언가 잊어보기에 괜찮은 계절 같기도 했다 - P2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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