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미워서 글을 쓰기 시작했다 - 조금 더 행복해지기 위한 어느 부부의 특별한 실험
박햇님 지음 / 앤의서재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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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혀 다른 성격을 가진 누군가와 같이 살게 되면 어떨까? 처음엔 계속 다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해할 수가 없으니까. 저자는 남편이 미워서, 마음 속 불만과 슬픔을 정리해보려고 글을 쓰기 시작했다. 조용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던 저자가 다양한 일에 열정이 있는 남편을 만났다. 막상 남편이 계획을 말하면, 저자가 더 깊이 생각하고 실천에 옮긴다. 옮기기 전에 남편의 열정이 수그러들기도 해서 그냥 맞장구만 쳐주기도 하고. 여행 가서는 저자가 계획대로 다니고, 남편은 누군가 추천해준 대로, 그리고 발 가는 대로 다닌다. 정말 둘이 참 다른데도 사랑에 빠져서 결혼하고, 함께 살아가는 걸 보면 신기하다.


대부분 기억은 본인에게 유리한 쪽으로 남는다. 상대방이 잘한 부분도 있을텐데 기억에서 쉬이 잊힌다. 글을 쓰면서 저자는 오히려 그런 부분을 새삼 깨닫지 않았을까? 객관적으로 다시 한 번 상대를 바라보게 되는 계기가 될 듯하다. 오히려 상대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큰지 알게 되는 순기능이 있다. 그래서 글이 싸움으로 가득차 우울한 게 아니라, 이런 갈등이 있었지만 같은 방법으로 잘 풀어나갔다는 걸 보여줘서 좋았다.


저자의 경력은 아쉽다. 특히 일본에서 대학원을 마치지 못한 채 한국으로 돌아온 점이 그렇다. 다니다가 도중에 오는 건 이도 저도 아니라 경력 단절로 볼 텐데 가족과 함께 그대로 돌아온 게 참 아쉽다. 저자의 오빠가 안타까워할 만하다. 함께 살아가면서 서로 맞춰나가고 때로는 희생해나간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인 듯하다.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일본에서 돌아온 후 저자가 직장을 가고, 남편이 육아와 집안일을 하게 되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부분이다. 특히 저자가, 아니, 저자만 더 이해도가 깊어진 것 같기도 하지만. 서로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봐야 더 많은 걸 깨달을 수 있는 듯하다. 제목에서는 ‘미워서’라지만, 마음을 가다듬어보는 데 참 좋은 역할을 한 듯하다. 때로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을 때 나도 글을 한 번 써봐야겠다.

셋 다 행복할 길을 찾고 싶은 거지, 셋 다 불안해질 방법을 택하고 싶지는 않았다 - P59

지금 생각해보면 누군가가 틀려서가 아니라 달라서 싸우는 것뿐이라는 사실 하나를 알기 위해 신혼 1년 동안 그렇게나 많이 싸웠던 게 아닌가 싶다 - P169

페미니즘은 결국 대상을 향한 ‘사랑’을 기반으로 하는 게 아니겠나 생각하며 그날 밤 오랜만에 숙면을 취했다 - P1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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