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봄은 밤에 피었습니다
김승연 지음 / 꿈공장 플러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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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는 게 어여쁜 사람은 마음도 예쁠까? 저자의 시는 봄 같다. 아주 추운 겨울 뒤에 오는 봄. 따뜻하고 부드럽다. 자연을 사랑하고 사람을 사랑한다. 특히 별과 달, 그리고 밤을 사랑하는 듯하다.

네가 없이는 봄도 오지 않는다고 한다. 사랑을 담은 시도 좋지만 자연을 말하는 시도 좋다. 나도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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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환자
재스퍼 드윗 지음, 서은원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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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병원에는 '그 환자'가 있다고 한다. 정신과 의사 파커는 본인이 일하게 된 주립 정신병원에서 '그 환자'를 만난다. 일명 '조'라고 불리는 그 환자는 만나는 사람마다 미치거나 자살하게 만드는데 그 이유는 아무도 모른다. 파커는 그를 치료해보겠다며 나선다. 파커는 악몽에 시달리고, 조를 탈출시키려 하기에 이른다. 점점 상황은 통제불능 상태로 치닫는다.


파커는 조와 대면하면서부터, 아니, 그 전부터 조에게 홀려있다. 파커의 시야에서 쓰인 이 책은 독자 또한 조에게 홀리게 만든다. 재산을 차지하기 위한 이유 등으로 정신병원에 멀쩡한 사람을 가두는 경우도 꽤 많았다고 하고, 정신병원은 미지의 영역 같아서 충분히 벌어질 법한 일이라 ‘정상적인’ 조의 모습에 병원을 의심하게 된다.


실화인지 소설인지 알 수 없는 경계에서 공포가 더욱 강렬하게 와닿는다. 작가의 본명과 신원은 알려진 적이 없다. 공포가 더해지는 부분이다.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건 사람을 괴롭게 한다. 통제불능의 상황을 야기하는 조가 바로 근처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리뷰를 쓰며 찾아보니 래딧 공포 게시판에 처음 소개됐다고 한다. 지루하면 보고 싶어하는 사람이 없는 사이트인 만큼 그 흡입력은 엄청나다. 인터넷에서는 호흡이 긴 글은 먹히지 않으니 그만큼 사건이 빠르게 진행된다. 생각했던 흐름대로 이야기가 진행되지는 않았다. 반전이 좀 충격스러우면서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게시판 특성을 생각하니 바로 이해가 되더라.


현재 라이언 레이놀즈가 투자와 제작을 맡아 영화화가 진행 중이라고 한다. 과연 어떻게 나오려나? 나는 영화는 볼 수 없을 듯하다. 볼 수 없는 장르라서...

이런 환자들을 겪으며 망상에 빠진 사람에게 굳이 현실을 일깨워 줄 필요가 없다는 걸 몇 개월 만에 어렵게 깨달았다. 치료에 별 도움도 안 되고, 말해봤자 환자들의 화만 돋우니 말이다 - P28

이전까지 의학과 과학에 병을 치료하는 궁극적인 힘이 있다고 봤던 믿음은 예상치 못한 발견으로 산산이 깨지고 말았다 - P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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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헬레네 플루드 지음, 강선재 옮김 / 푸른숲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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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피스트 사라는 아침 남편 시구르가 친구들과 가기로 한 산장에 도착했다는 음성메시지를 듣는다. 환자들과 상담을 하고 난 오후에 그 친구들로부터 시구르가 도착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기다려봤지만 결국 남편은 시신으로 돌아왔다. 경찰들이 들쑤시고 가고 난 후, 잠을 자다가 새벽에 누군가 침입하는 소리를 듣고 깼다. 그 이후로도 몇 번. 냉장고 자석을 옮겨놓는 등 변화만 있고 귀중품은 그대로다. 경찰은 사라를 믿지 않는다. 심지어 사라는 과거 바람을 한 차례 피운 적 있고, 시구르는 그 사실을 용서했다. 경찰은 그 사실을 안다. 뭐가 거짓말인지, 진실인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사라는 용의자로 몰리는 느낌을 받는다.


사라는 남편의 죽음에 일반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사실이라고 믿고 싶지 않아서였을까? 정신이 없어 본인에게 일어난 일이 진실인지, 기억을 믿을 수 있는지조차 모르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사라를 믿지 않는 경찰의 모습은 이해가 되면서도 짜증이 나기도 한다. 당연히 환자 정보는 비밀인데 그걸 비꼬면서 요구하다니. 사라는 여기저기 확인을 하고 다니며 점차 진실에 다가선다.


심리학자가 쓴 심리스릴러인 만큼, 심리를 열정적으로 표현했다. 등장인물의 심리상태에 해당하는 용어까지 알려주고. 심리의 흐름에 집중하며 읽는 재미가 있다. 위험한 상황에 몸을 내던지는 사라가 완벽히 이해가 가는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믿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점점 더 미궁 속으로 빠져드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만 해도 괴롭다. 그 상황 속에 던져진 사라의 마음이 고스란히 느껴졌던 소설.

진실은 있는 그대로입니다. 그 밖의 것은 전부 본인이 이끌어낸 결론입니다 - P102

그러나 두려움에게 주도권을 쥐여주는 건 무가치하다. 침착함을 유지하는 것이, 이해하려 애쓰는 것이 중요하다 - P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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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의 역설
최성락 지음 / 페이퍼로드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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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가져오는 건 아니다. 참 안타깝지만 현실이다. 이 책은 의도가 좋은 정책이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오거나 실패해버린 이야기들을 담았다. 일명 '규제의 역설' 현상. 이를 이해하면 사회를 개선하는 방향을 찾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정말 다양한 사례가 나왔고, 하나하나 생각해볼 만한 거리를 던져줬다. 켄싱턴 거리 신호등과 표지판을 없애니 오히려 사고가 줄었다. 무질서 속에서도 나름의 질서를 찾아내는 걸까? 늑대 개체수를 줄였더니 사슴만 늘어난 게 아니라 옐로스톤 생태계 자체가 파괴됐다. 중국에서 산을 밭으로 만든 다자이 모델도 숲을 파괴하고 결국 농산물 수확량도 감소시켰다.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는 건 위험한 거겠지. 건강에 계속 신경을 쓴 사람들이 오히려 건강을 잃을 가능성이 높다. 뭐든 집착하면 병이 되는 걸까. 코브라 잡아오면 돈 준댔더니 코브라를 키워서 갖다주기도 한다. 재물에 대한 욕심이란 사람에게 별 걸 다 하게 만든다.

공통적으로 누구든 손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은 결과가 좋지 않았다. 우유를 싸게 사게 만들려고 가격을 정했더니 아무도 우유를 안 팔고, 베네수엘라에서 기업이 마진을 30%까지만 가져갈 수 있도록 하니 오히려 기업들이 사라졌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정책은 주택 정책. 살고 있는 사람이 집을 비우면 다른 사람이 들어와서 자기 집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리비아의 정책과 루마니아의 1인 1주택 정책. 리비아에서는 누군가 집에 남아있어야만 하니 일을 하지 못하고, 또 빼앗기면 남의 것이니 점점 집이 낙후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한다. 루마니아에서는 모두가 주택을 가지고 있으니 다른 지역에서 집을 구할 수 없고, 건축업자들이 활동하지 않아 새로운 집을 지을 수도 없다.

책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사례가 다양한데 각각의 사례가 짧고 군더더기 없이 정리돼 있다. 알아두면 좋을 내용이 많아서 좋았다. 과거를 통해 잘못을 배울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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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처음 북클럽 - 우리 아이 책과 평생 친구가 되는 법
패멀라 폴.마리아 루소 지음, 김선희 옮김 / 윌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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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평생 책과 친구가 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이에게 독서를 가르치는 방법에 대해 아주 쉽고 자세히 서술한 책이 바로 '난생처음 북클럽'이다.


읽기 전에는 애는 커녕 결혼도 안 한 내가 이 책이 와닿을까 싶었다. 책을 읽으며 앞으로 있을지도 모르는 아이가 있는 미래를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과거의 경험이 많이 떠올랐다. 아버지께서 매일 동화를 읽어주셨던 추억과 전집을 사서 하나하나 읽고 난 후 또 새로운 전집을 사다주셨던 기억, 서점에 갈 때마다 신나게 책을 고르면 사주셨던 기억. 책과 함께한 과거가 많았다. 이런 과거가 현재 내가 책을 좋아하는 데 밑거름이 되지 않았을까?

아이들에게 책이 부정적 이미지로 남지 않도록 뭐든 강요하지 않고, '몇 세를 위한 책'이라는 타이틀에 너무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 '어렸을 때 읽은 책'을 다시 보고 싶을 수도 있고, 책을 읽어주는 것만으로도 좋을 수 있다. 예전 책은 아무래도 성차별주의적인 내용이나 가학적인 내용이 포함돼있으니 주의해야 한다는데, 책 선물을 줄 때 특히 유의해야겠다 싶었다.

나중에 해보고 싶은 건 매일 하루 30분씩 함께 책 읽는 시간을 보내고, 그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인데 유대감을 쌓으면서도 책과 자연스레 가까워질 듯하다. 유튜브, 넷플릭스 등 볼거리가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독서습관을 길러주기란 더욱 힘든 일일테니, 나부터 책을 붙들고 있어야 아이에게도 독서가 자연스러운 일이 될 것이다.

책 선물을 하기 좋게 책 제목과 관련 내용을 서술해놓은 부분이 곳곳에 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주변에 아이를 낳는 친구나 동료, 친척이 있다면 한 권씩 선물해주고 싶어진다. 책 선물은 꺼려하는 사람이 보통 없으니까. 심지어 우리나라 작가의 책까지 따로 정리해서 더 유용하다.


여러분 목소리는 첫날부터 중요해요. 단어 그 자체, 문장의 리듬, 품에 안고 있거나 가까이 앉아 있을 때 느끼는 안락함과 유대감, 관심을 받고 있다는 기쁨, 여러분이 기뻐하고 있다는 것을 아이는 느낄 수 있어요 - P23

활동적이고 적극적인 소녀, 섬세하고 남을 보살피는 소년이 나오는 책을 찾아보세요. 성 역할과 성 정체성이 고정되어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심어주고, ‘남성적‘이든 ‘여성적‘이든 모두 다 ‘인간‘이라는 걸 알려주기 위해 동물, 로봇처럼 성별이 명확하지 않은 주인공이 등장하는 책도 아주 좋습니다 - P42

문명 퇴치 전문가들은 아이가 ‘거울과 창문‘ 모두를 갖춘 책을 보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다시 말해, 어떤 책은 거울이 되어 그 안에 비친 자신을 볼 수 있어야 하고, 어떤 책은 창문이 되어 자신과는 다른 이들의 경험을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죠 -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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