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팅 하이 getting high - 영원을 노래하는 밴드, 오아시스
파올로 휴이트 지음, 백지선 옮김 / 컴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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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보면 "어, 아는 노래인데" 싶은 명곡이 가득한 그룹 오아시스. 사실 오아시스는 이름만 아는 수준이었는데, 워낙 유명하고 팬이 많아 어떤 매력이 궁금해서 책을 읽어보게 됐다. 책 읽으면서 들으려고 노래도 검색해봤는데 Don't look back in anger, Champagne Supernova, wonderwall은 익숙한 노래들이었다. 팬이 아니더라도 이름과 노래를 알 정도의 그룹이라니, 당시에는 정말 엄청난 인기를 끌었을 듯하다.


책은 오아시스 갤러거 형제의 어머니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소설 같으면서 다큐멘터리나 관찰예능의 한 꼭지를 그대로 보는 듯하다. 오아시스와 함께 삶을 살아가는 듯만 하다. 녹음 때 있던 일이나 형제 간 갈등, 음악과 본인들의 그룹에 대한 생각, 언론의 평가, 학창시절 이야기까지 아주 생생하게 느껴진다. 특히 공연 장면 묘사에서는 마치 공연장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에 어디까지가 허구이고 어디까지가 진실일지 궁금해졌다. 오아시스의 사적인 부분을 파고들어가(하지만 불쾌하지는 않게) 흥미를 끌어낸다.


갤러거 형제를 중심으로 주변 사람들의 인터뷰까지 모두 담아 오아시스의 모습을 생생하고 심도 있게 느낄 수 있는 그런 책이다. 노래를 들으며 읽으면 더 좋을 것.

오아시스는 관객의 전폭적인 지지에 늘 화답했다. 미소를 짓지는 않지만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 - P199

"처음에는 달리 할 일이 없어서 음악에 빠졌어요. 그때부터 무의미했던 삶에 의미가 생겼어요." - P255

오아시스는 우리의 음악은 당신들에게 과분하다는 식의 태도로 일관했다. ‘우리의 음악이 마음에 든다면 그건 당연한 거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당신들은 등신이다‘라고 오아시스는 생각했다 - P2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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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정 치마 마트료시카 오늘의 청소년 문학 27
김미승 지음 / 다른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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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에서 귀화한 아버지와 함께 살던 알렉산드라 세묘노비치 김, 줄여서 쑤라. 1등에게도 '카레이스키'라며 우등상을 주지 않아 우울한 날, 검정 치마를 입은 마트료시카를 아버지가 선물한다. 그리고 곧바로 아버지가 사라진다. 알고 보니 아버지는 독립운동을 돕다가 일본군에 발각돼 사할린에 끌려간 것. 쑤라는 아버지를 찾기 위해 사할린으로 떠난다. 그리고 그 곳에서 힘들게 버텨내고 있는 조선인들과 인간 같지 않은 일본인들을 만나게 된다.

처음 쑤라는 '아버지는 조선인으로 태어났어도 지금은 귀화해 러시아 통역관으로 잘 사는데 왜 빼앗긴 나라를 되찾으려 어렵게 살았을까'를 생각한다. 그러다가 나는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어디서 살아야할지를 고민한다. 조선인이라기엔 조선에서 살아본 적이 없고, 러시아인이라기에는 머리가 까맣단 이유로 차별을 받는다. 일본어나 중국어는 잘하지만 당연히 두 나라는 생각해본 적 없다. 심지어 일본은 점점 미워지고. 가슴 아픈 역사를 뺀다면 지금도 외국에서 귀화했거나 그들의 2세는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중요한 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어디서 살지’가 아니라 ‘어떻게 사는지’다. 나를 어떻게 만들지. 마트료시카처럼 수많은 내가 있고, 어떤 나를 꺼내어 보일지는 내가 선택할 수 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점이 참 와닿았다. 어느 나라 사람이든 평화를 사랑하고 공정함, 따뜻함을 지닌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이 있다. 나는 과연 어떤 사람으로 남을 수 있을까?

나는 지금처럼 슬프고 막막한 나만 있는 게 아니다. 내 안에는 또 다른 내가 있다. 또 다른 나를 꼭 찾아야겠다 - P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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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스러워도 괜찮아 - 다른 사람 시선 신경쓰지 말아요
오인환 지음 / 마음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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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세련된 척'은 끝났다. 저자는 '촌스러움'에서 시작해 '마음가짐'을 말한다. 열정적으로 뭐든 시도해보고, 때로는 순수하기도 하며, 솔직하고 자유롭다. 부정적인 모습에 물들지 않으려고 뉴스를 보지 않는다거나, sns 사용을 하지 않아 주도권 싸움에서 지지 않으려 한다.


가장 인상적인 모습은 남을 의식하지 않고 도전하는 모습이었다. 다짜고짜 해외 마트에 전화해 감귤을 해외에 수출하고, 외국 교수들에게 연락해 한글을 가르쳐준다며 친구를 만든다. 이런 행동력을 가진 사람이라면 뭐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각 챕터마다 하나의 주제를 두고 쭉 편하게 써내려간 듯한 글이다. ‘촌스러움'에 대한 내용보다는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에 대한 책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맞춤법이나 띄어쓰기가 틀린 부분이 많아 다소 아쉽다.


인생이라는 것이 출발점보다는 도착점이 중요한 것이니까. 어쩌면 도착점도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 P23

’삶‘이라고 하는 것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주어진 것이 아니다. 그저 살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삶‘이라고 부를 뿐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삶‘이라고 부르고 무언가를 달성해도 ‘삶‘이라고 부른다. 세상의 색깔이 여러 개이듯 ‘삶‘의 색도 여러 개일 뿐이다 - P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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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안 티처 - 제2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서수진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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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이, 미주, 가은, 한희 등은 명문 H대 한국어어학당에서 한국어 강사로 일하는 고학력 비정규직 여성이다. 학생들을 잘 가르쳐보려고 온 힘을 다하지만, 결과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학생들이 집단 결석을 하거나 오해로 학생에게 상처를 주기도 한다. ‘코리안 티처는 학기의 흐름에 따라 그들의 이야기를 차근차근 보여준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교육장사가 됐다. 학생들에게 인기 있는 강사가 최고다. 공부에 의지가 없는 학생도 무조건 받는다. 맡은 반 아이들이 성적으로 1등을 해도 강의평가 결과가 좋지 않으면 해고될 수 있다. 학생들도 그 사실을 알고 강의평가로 협박을 하기도 한다. ‘Koreanhotgirl’이라는 해시태그로 학생이 본인 사진을 올려도 해고가 두려워 경찰에 신고할 수도 없다. 갑자기 해고를 당해도, 갑자기 잠깐 인력이 필요하다고 불러도 순응할 수밖에 없다. 이곳에서 강사들은 하나의 인격체가 아닌 싼 값에 이용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 미래를 약속하지 않더라도 하나의 가능성을 위해 모든 열정과 노력, 감정을 소모할 수밖에 없다.

 

여성은 그 중에서도 최약체다. 여성 강사가 강의평가를 잘 받으면 예쁘고 친절하니까라며 강의를 위한 노력은 보지 않는다. 돈은 남편이 벌고 아내는 취미처럼 보여주기 위한 직업을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지적하면 예민하다고 하니 어느샌가 그런 평가에 무뎌진다. 엄마와 곧 성인이 될 딸이 있는데도 열두 살 동생이 상주 역할을 맡는다.

 

많은 여성이 그 속에서 어떻게든 살아가고, 버텨내고 있다. 나이 많은 여성을 위한 자리가 없으니 계속해서 자기 계발에 몰두하고, 유산의 위험 속에서도 일을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나의 자리가 금세 사라져버릴 것이기 때문일 것이다. 소설 속 대부분 이야기가 여성으로서 직간접적으로 겪어봤거나 겪어볼 수많은 문제다. 서로 다른 사람이지만, 모두가 비슷하다.

"후배를 조직 대상이 아니라 하나의 인격체로 보았으면 이런 일은 있지 않았겠죠." - P88

한희와 제이콥은 처음부터 끌까지 을이었는데, 이제 원장은 피해자의 자리마저 빼앗고 있었다 - P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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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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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샘은 하버드 로스쿨 입학 전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게 된 15살 연상의 이자벨에게 빠져든다. 이자벨은 15살 연상인 부르주아 남편 샤를과 함께 살며, 샘을 애인으로 둔다. 샘이 이자벨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5~7시뿐이다. 사랑을 나누지만, 사랑은 하지 않는다. 일종의 규칙이다.


샘은 로스쿨로 돌아가고, 변호사가 된 이후로도 종종 이자벨을 만났다. 이자벨은 샤를과 헤어질 생각이 없다. 샘은 레베카와 결혼해 이던이라는 아이를 낳기도 하고, 또 다른 애인들을 만나기도 한다. 계속해서 둘은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누군가를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다른 사람이 모두 알아챌 정도로 잊지 못 하는 사람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일 수도, 저주일 수도 있다. 그 사람과 멀어지지 않지만 충분히 가까워지지 못할 수도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미칠 것만 같은 일일 것이다. 샘은 모두를 받아들이지만 또 동시에 모두를 밀어내고 있던 게 아닐까.


요즘 꽂혀있는 노래 florina의 va va vis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어쩐지 프랑스 파리의 느낌을 살려 읽어보고 싶었다. 파리의 기억을 되살리며, 18세기의 파리를 20세기의 주인공들이 사랑했듯. 책을 통해 파리의 사랑에 빠져보고 싶었다. 비록 공감이 되는 정서는 아닐지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인데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책에 녹아있다.


"나는 은어가 속어가 언어의 진짜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 P29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게. 그 대신 ‘생활‘을 함께하길 바라지 않아야한다는 조건이 필요해. 이틀 뒤 작별 인사를 할 때 마음이 몹시 애잔하겠지만 난 당신이 떠나길 바라. 떠나야지 다시 돌아올 테니까." - P163

사랑했던 사람에게 가장 참담한 상처가 되는 말은 이제 친구로 지내자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시키는 온갖 이유를 들어 사랑을 죽이는 말을 할 때,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비열한 말을 할 때, 마치 자신이 대단한 권력의 소유자라도 된 듯 우월감을 느낀다 - P219

사랑은 희망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희망은 사랑이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다 - P333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걸 원해. 뭔가를 수중에 넣어도 금세 느끼지. 원하던 게 아니었다는 걸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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