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의 이자벨
더글라스 케네디 지음, 조동섭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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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사는 샘은 하버드 로스쿨 입학 전 파리로 떠난다. 그리고 그곳에서 알게 된 15살 연상의 이자벨에게 빠져든다. 이자벨은 15살 연상인 부르주아 남편 샤를과 함께 살며, 샘을 애인으로 둔다. 샘이 이자벨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은 '오후' 5~7시뿐이다. 사랑을 나누지만, 사랑은 하지 않는다. 일종의 규칙이다.


샘은 로스쿨로 돌아가고, 변호사가 된 이후로도 종종 이자벨을 만났다. 이자벨은 샤를과 헤어질 생각이 없다. 샘은 레베카와 결혼해 이던이라는 아이를 낳기도 하고, 또 다른 애인들을 만나기도 한다. 계속해서 둘은 타이밍이 맞지 않는다.


누군가를 언제나 마음에 담고 있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다른 사람이 모두 알아챌 정도로 잊지 못 하는 사람 사람이 있다는 건 축복일 수도, 저주일 수도 있다. 그 사람과 멀어지지 않지만 충분히 가까워지지 못할 수도 있다면 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사랑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미칠 것만 같은 일일 것이다. 샘은 모두를 받아들이지만 또 동시에 모두를 밀어내고 있던 게 아닐까.


요즘 꽂혀있는 노래 florina의 va va vis를 들으며 책을 읽었다. 어쩐지 프랑스 파리의 느낌을 살려 읽어보고 싶었다. 파리의 기억을 되살리며, 18세기의 파리를 20세기의 주인공들이 사랑했듯. 책을 통해 파리의 사랑에 빠져보고 싶었다. 비록 공감이 되는 정서는 아닐지라도. 이해가 가지 않는 상황인데도 빠져들게 하는 매력이 책에 녹아있다.


"나는 은어가 속어가 언어의 진짜 색깔이라고 생각해요." - P29

"언제나 당신과 함께할게. 그 대신 ‘생활‘을 함께하길 바라지 않아야한다는 조건이 필요해. 이틀 뒤 작별 인사를 할 때 마음이 몹시 애잔하겠지만 난 당신이 떠나길 바라. 떠나야지 다시 돌아올 테니까." - P163

사랑했던 사람에게 가장 참담한 상처가 되는 말은 이제 친구로 지내자는 말일 것이다. 우리는 자신의 결정을 정당화시키는 온갖 이유를 들어 사랑을 죽이는 말을 할 때, 다시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을 스스로 지워버리는 비열한 말을 할 때, 마치 자신이 대단한 권력의 소유자라도 된 듯 우월감을 느낀다 - P219

사랑은 희망 없이 작동하지 않는다. 희망은 사랑이 돌아가게 하는 톱니바퀴다 - P333

우리는 누구나 자신이 가질 수 없는 걸 원해. 뭔가를 수중에 넣어도 금세 느끼지. 원하던 게 아니었다는 걸 - P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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