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 다니는 어원 사전 - 모든 영어 단어에는 이야기가 있다
마크 포사이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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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는 역사를 담아낸다. 이 책은 다양한 역사 지식과 함께 영어 단어와 숙어까지 자연스레 익히게 해준다. 어원을 바탕으로 접두사나 접미사 등이 어떤 의미로 쓰였는지 읽다 보면 영어를 저절로 익히게 되는 기분이다.


상상치도 못했던 어원을 보면 화들짝 놀라며, 그 단어를 잊지 못하게 된다. 팬티(pants)가 기독교 순교자 이름에서, 아보카도는 아즈텍족의 고환에서, 나비는 '버터똥싸개(boterschijte=butter+shitter)'라는 네덜란드 말에서 왔다고 한다.


특히 네덜란드를 이용한 단어들이 안 좋은 뜻에서 비롯됐다는 데서 충격을 받았다. 'go dutch'가 네덜란드처럼 '쩨쩨하게' 각자 돈을 내는 거라는 의미에서 시작되고, 'double Dutch'가 '도통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go dutch’는 네덜란드에서 '더치페이'를 해서 그렇게 쓰는 말인 줄 알았는데...


뜻이 조금씩 바뀌기도 한다. soon, now, minutes, moment 등이 의미하는 시간이 점점 늦어진다는 점을 보면 ‘사람은 다 똑같구나’ 싶다. 헤로인이 원래 상표명이었다는 걸 보면 ‘대일밴드’나 ‘호치키스’도 생각나고.


신기하게도 A 설명이 B 설명으로, 그리고 그게 C 설명으로 이어진다. 쭉 이어지는 설명을 보면 정말 주변에서 귀찮아서 책을 쓰라고 할 법하다. 책으로는 재밌고 흥미롭지만 옆에서 저자가 끝도 없이 어원을 설명해주면 참 피곤하겠다 싶다. 우리나라에서도 영어를 많이 쓰니 익숙한 단어도 많아서 생각보다 어럽지 않고 재미있던 책.

그런데 인간은 ‘즉시‘ 행동하는 법이 없습니다. 말로만 그런다고 하지요. 그러니 instantly란 단어도 아직은 약발이 있지만 결국 다른 말들과 똑같은 신세가 될 게 뻔합니다 - P44

누가 저보고 설거지하라느니, 세금 신고하라느니 재촉하면 저는 항상 in five minutes, 5분 후에 하겠다고 합니다.

그러면 대개는 영원히 안 하겠다는 뜻입니다 - P43

지체 높은 분들이 자기 이름을 음식 이름으로 영원히 남기려고 부엌에서 요리 개발에 매진하거나 하는 일은 없습니다. 그냥 가만히 있다 보면 음식에 자기 이름이 붙지요 - P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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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자살
조영주 지음 / CABINET(캐비넷)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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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지는 14년간 사귄 남자친구 준혁과 헤어졌다. 그리고 1살 차이인 학생 때 과외 선생님, 준혁과 동명이인인 김준혁을 만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명지와 만난 그 날 준혁이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는다. 소식을 듣자마자 명지는 함께 목숨을 끊자 했던 준혁을 베란다로 밀어버린 기억이 떠오른다. 그리고 모든 걸 기억하는 형사 나영은 ‘난민 연쇄 살인 사건’을 홀로 뒤쫓다 피의자 김준혁에게 호감을 갖게 된다.


이 소설에서 ‘혐오’의 대상은 바로 ‘난민’이다. ‘난민’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혼혈이나 귀화자 등을 모두 포함한다. “이 나라를 떠나”라는 쪽지에서 우리 사회에서의 혐오 감정이 그대로 드러난다. 혐오의 이유는 ‘일자리를 빼앗는다’ ‘치안을 안 좋게한다’ 등이다. 경찰이 준혁에게만 신분증을 요구하고, 회사에서 왕따를 당한 건 어쩌면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반대로 하얀 피부의 명지는 본인이 원치 않아도 ‘공주’로 불리며 ‘공주의 삶’을 강요 받는다.

소설을 읽으면서 준혁이나 명지가 외국인, 아니, 혼혈이라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외양을 한 꺼풀 벗겨내면 우리 모두가 같은 인간이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듯하다. 어느 나라에든, 어디에서든 사회 분위기를 해치는 사람은 존재하게 마련이다. 그런 사실을 알면서도 여전히 부정적인 이미지를 갖게 되는 경우도 있다. 계급이나 종교, 성별 등으로 인해 일부 사람을 무시하는 사회에서 살아오는 사람들은 바뀌기 어려울 테니까. 모두를 선입견 없이 대하기란 참 쉽지 않다.

오랜만에 추측하지 못한 범인을 만났다. 책을 놓을 수 없는 스릴도 오랜만이다. 명지가 범인일까 아닐까, 준혁이 미쳤을까 아닐까, 김준혁이 범인일까 아닐까 등 끊임없이 궁금증이 솟아난다. 떡밥을 모두 풀어내면서 나의 긴장도 함께 제자리를 찾는 듯하다.


"노력은 부정적인 의미를 내포한다던데, 알아?" - P95

자신과 마찬가지로 살인을 저지르고 싶은데 눈치를 보고 있던 누군가가, 마음 속 뿌리박힌 혐오와 증오를 살인으로 푼 것일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며 방금 전 살인의 생생한 감촉을 새삼 느끼는 것이었다 - P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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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을 껐더니 잘 풀리기 시작합니다 - 꼬리에 꼬리를 무는 독이 되는 생각 정리 심리학
에노모토 히로아키 지음, 위정훈 옮김 / 생각의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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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컵에 물이 반 정도 차있을 때, "컵에 물이 반이나 있네"라고 하는 사람과 "컵에 물이 반 밖에 없네"라고 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같은 사건을 보더라도 그에 대한 생각은 사람마다 다르다. 우리의 기억은 경험한 사건에 대한 인지의 영역이다. 과거는 현재의 나의 생각을 담은 기억이다.


저자는 기억을 다스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긍정적인 생각을 하고 있으면 긍정적인 사건이 더 많이 기억에 남는다고 한다. 반대로 계속 불만이 가득한 상태로 살다보면, 기분일치 효과가 작용해 부정적 사건만 기억에 남는다. 같은 사건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나의 현재를 바꿀 수 있다. 보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방향으로 과거를 바라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리고 발전해나가야 한다.


나는 습관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예상하는 편이다. 다소 안 좋은 일이 벌어져도 '최악은 아니니까'하며 위안을 삼는다. 이러면 많은 사건이 '최악은 아니지만 크게 좋지는 않았던 기억'으로 남을지도 모르겠다. 지금 벌어지는 일들이 긍정적인 과거로 남을 수 있게 생각패턴을 바꿔봐야겠다. 


우리의 인생 궤적은 모두 기억 속에 있다. 인생은 모두 기억과 더불어 나아가고 있다고도 말할 수 있다 - P42

언제나 비슷한 불평만 해대는 사람이 있는데, 거기에는 자전적 기억에서 학습하지 않았다는 문제가 숨어있는 것 아닐까 - P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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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한 마음이 모두 소진되어 오늘은 이만 쉽니다
홍환 지음 / 김영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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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마음이 편안해지는 글이다. 강렬하지는 않지만 좋은 사람과 소소한 대화를 나누는 기분이 든다. 제목처럼, 지쳐있는 사람이 부담 없이 읽을 만한 책이다.


요즘 정신력이 고갈된 듯하다. 저자가 말한 멍 때리는 과정이 마냥 편안하지만은 않은 기분을 알 듯하다. 아무 것도 하기 싫은데, 아무 것도 안 하기에는 아쉽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지만, 지금은 다 멀어지고 싶어지기도 한다. 최근 재택근무를 잠시 하다가 바로 휴가를 다녀왔더니 그나마 소진된 마음이 다시 채워진 듯하다. 때로는 모든 것과 멀어질 필요가 있는 듯하다. 마음도 소진되면 쉴 필요가 있다.


책에는 저자의 다양한 모습이 나오지만, 나는 ‘직장인’으로서 저자가 가장 와닿았다. “어중간한 재능도 없으면 굶어 죽겠지”하는 마음, 실수에 관대하게 구는 건 내 실수도 봐달라는 의도, 간식을 팀원에게 모두 주는 게 아니라 좋아하는 직원에게만 주는 냉혹함(?)에 큰 공감이 되었다. 내가 하는 일이 회사의 ‘꽃’이 아니더라도, 꽃만 가득한 숲은 숲이 아니라는 말에는 위로를 받았고. 왜 위로가 필요할 때 사람들이 에세이를 읽는지 알겠다.


항상 물건을 사면 끝까지 써야 한다는 강박이 있던 내게, 구매한 것만으로도 그 쓰임이 다할 수 있다는 알려준 부분이 참 인상 깊었다. 아까워서 버리지 못하고, 가급적 나누려고 하지만 나누지 못해도 버릴 때까지 최소 1년 이상이 소요됐지만 이제 그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 든다. 마구잡이로 뭔가를 사들이지는 않지만, 버릴 수도 있어야겠다.

제철 과일처럼 문화도 그 당시에 즐겨야 최고로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제철이 존재한다 - P44

사회적 관계라는 것이 내가 애쓴다고 내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기에 모든 것에서부터 마음을 놓고 집단 소속감에 대한 불안으로부터도 거리를 둘 수 있게 되었다 - P137

이렇게 체념하고 무뎌지는 것이 강해지는 것이라면 어른의 강함이라는 것은 분명 유용하지만 그렇게까지 멋지고 대단한 일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 P138

‘좋아하는 일이란 다다익선이니 최대한 많이 경험해보고 그 중에서 잘할 수 있었던 것들을 잊지 말고 꼭 기억해두세요 - P151

기쁨에 말을 얹는 것은 참 쉬운데

슬픔에 말을 얹는 것은

너무나도 어려운 일이다 - P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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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집쟁이 작가 루이자 - <작은 아씨들>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 이야기
코닐리아 메그스 지음, 김소연 옮김 / 윌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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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아씨들’의 작가 루이자 메이 올컷의 진짜 이야기를 담아낸 책이다. 이 책의 인물들과 ‘작은 아씨들’의 인물들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조는 루이자 그 자체이며, 그 외 인물들도 ‘이 사람을 염두에 두고 썼나보다’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다.

루이자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다. 스물 여덟 살까지 스물 아홉 번 이사하는 등 힘든 시절을 보냈다. 아버지도 딱히 돈을 벌어오지 못했고 루이자는 어린 나이부터 돈을 벌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와중에도 가족은 사랑으로 가득했고 서로를 이해했나. 어린 시절의 경험이 루이자가 돈을 벌어 가족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해줘야한다고 마음 먹게 만든 듯하다. 누군가를 돌보거나 교사를 하고, 재봉일이나 간호병 일을 하는 등 그 시대 여성이 할 수 있던 다양한 일을 했다. 연애보다는 글쓰기, 그리고 비혼을 선택하며 가족을 돕는 데 힘썼다.

루이자가 쓴 다른 소설들에 대한 이야기도 간간히 엿볼 수 있다. 실화, 실제 인물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에 강한 편인지 그런 작품이 더 인기를 끈 듯하다. 병원 스케치라는 작품이 제일 궁금하다.

철저한 고증을 하고, 루이자의 문체와 유사한 이 책은 자서전으로 부를 만 하다는 찬사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작은 아씨들에서 조의 매력에 빠진 사람이라면 읽어보면 좋을 책.

엘리자베스의 죽음으로 오래도록 상상해온, 완벽할 만큼 아름다운 미래도 함께 잃었기 때문이다 - P116

희망을 품고 사는 사람들은 한 번이 아니라 여러 번 실패하더라도 절망하지 않는다 - P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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