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삽질여행 - 알아두면 쓸데 있는 지리 덕후의 여행 에세이
서지선 지음 / 푸른향기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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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 발언을 하는 투어가이드와 여행을 가고, 화장실이 없는 곳에서 갑자기 배가 아팠다가 의사가 고쳐주고, 샌드위치 먹다가 기차를 놓치고. 모두 한 사람이 겪는 일이다. 여행에서 겪은 황당한 일, 화나는 일, 웃긴 일을 모두 담았다. 저자는 교통수단, 날씨, 의사소통, 벌레, 차별 등을 주제로 진솔하게, 그리고 재밌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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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이켜보면 나도 ‘삽질 여행’을 해본 기억이 있다. 열차시간하고 위치를 확인하고 기차를 탔는데 다른 차여서 비행기에 늦을 뻔한 기억, 친구가 인터넷에서 투어 티켓 구매했는데 안 되어서 오프라인으로 갔더니 이중결제하고 환불을 안 해주겠다고 내내 우겼던 기억(잊지 않겠다), 예상보다 추워서 갑자기 옷을 산 기억, 예상경로의 대중교통이 파업해서 갑자기 다른 경로를 찾아야했던 기억, 중국에서 입구를 못 찾아서 한자로 써서 물었던 기억 등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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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에 대한 기억이 조금 더 많은 듯하다. 미국에서 주문 시 세트 번호 말했더니 못 읽냐고 말한 미친 놈(그 땐 별 생각 없었는데 다시 생각하니 싸울걸), 캣콜링 하는 놈들이나(순식간에 지나가서 대응할 수 없다). 내 젤네일 보고 너희 나라는 이거 싼데 독일은 100유로 이상 줄 거라 못한대서 나는 150유로 이상 주고 했다고 대답한 적도 있다(비싼 앰플 파는 가게였는데). 니하오는 의외로 별로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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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에는 내 이름 발음 못하는 외국인들과 대화나 안 맞는 친구랑 싸운 일처럼(난 안 싸우고 한국 와서 거리를 둔다) 공감되는 일도 있고, 변기 바닥이 뚫린 열차 화장실에서 볼일을 보거나 호스텔에서 베드버그에 물리는 등 내가 겪지 않은 일도 있다. 어떤 이유에서든 집중해서 읽게 되는 매력이 있는 책이다.

여행에 예산이 부족하면 매번 삽질할 수밖에 없었다 - P7

어떤 배려는 이야기해주지 않으면 모른다 - P106

너무 많이 알면 환상도 깨진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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즈우노메 인형 히가 자매 시리즈
사와무라 이치 지음, 이선희 옮김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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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말이 실체가 되어 퍼진다. 즈우노메 인형 이야기는 독자를 자연스레 공포감에 젖어들게 한다. 특히 ‘도시괴담’이기 때문에 있을 법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더욱 강렬하게 와닿는다.


호러 잡지 편집자인 후지마 요스케는 편집장 지시로 작가 집에 갔다가 안구가 없는 시신이 된 작가를 발견한다. 그 자리에는 일부가 탄 원고지가 있었고, 동행이 그 원고를 들고 왔다. 원고는 호러를 좋아하고 왕따를 당하는 중학생 기스기 리호가 도서관에서 유카리와 호러 영화나 책을 추천하며 필담을 나눈 이야기가 적혀있다. 그 원고에서 유카리가 알려준 ‘즈우노메 인형’ 이야기는 갑자기 실현된다. 작가 노자키와 그의 약혼녀이자 영능력자 마코토는 후지마를 도와 저주를 없애는 데 주력한다.


사람들의 고통과 공포가 함께 다가오는 소설이다. 그래서 더욱 집중하게 되기도 한다. 어릴 적 겪은 고통은 어른이 되어서도 트라우마로 남는다. 보이는 것에만 치중하는 어른들, 그 속에서 힘들어하고 외로워하는 아이. 심지어 친구들까지 본인을 괴롭힌다면 당시 기억을 모두 잊고 싶었을 수 있다. 가해자는 기억하지 못하고, 피해자는 잊고 싶어 한다. 모두를 원망하고, 모두에게 사랑 받고 싶어 한다. 언제 또 누가 누구에게 상처를 줄지 모르고, 누가 누구를 괴롭히고 싶어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도시괴담이 계속 퍼져나가는지도 모르겠다.

나는 인형이니까. 류헤이도, 마미도 역시 인형이다. 엄마와 아빠가 서로 빼앗으려는, 자식이라는 이름의 장난감이다 - P52

실제로 세상에서는 어머니한테서 요리를 배웠느냐 안 배웠느냐는 것보다 주부답게 보이느냐 안 보이냐는 것을 더 우선시한다. 주부답게 보이는 점이 중요한 것이다 - P345

집에 오면 아내와 아이가 기다린다. 바깥일은 남편이 하고 가정은 아내가 돌본다. 휴일에는 가족이 사이좋게 외출한다. 그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 진부하기는 하지만 잘못된 생각이라곤 할 수 없다. 하지만 아버지는 그걸 일방적으로 강요했다. 어머니가 진절머리 낼 정도로. 자식들이 끔찍하게 싫어할 정도로 - P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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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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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의 파리와 현대의 파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변호사 솔렌은 의뢰인이 자살하자 ‘번아웃’에 빠져버렸다. 의사는 봉사활동을 해보라고 했고, 솔렌은 여성 전용 쉼터 ‘여성의 궁전’에서 대필작가로서 일주일에 1회 활동을 시작했다. 쉼터는 과거 블랑슈가 차별 속에서도 구세군으로서 열정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솔렌은 ‘가난한 여성’이라는 소외계층을 직접 겪으며 울고 웃고 괴로워하고 위안 받는다.


여성의 삶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난’한 여성은 소외계층이다. 여성이 바지도 못 입고 직업도 가질 수 없었던 1925년의 블랑슈는 직업을 가지는 것부터 차별과 싸워야 했다. 현재는 겉으로나마 성별에 따른 차별은 없지만, 여자들은 이름을 가질 수도 없고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할례를 하는 나라가 여전히 있다. 매맞으며 경력으로도 쳐주지 않는 남편 회사에서 무상 노동을 하다가 이혼하기도 하고, 여성노숙인은 성폭력에 시달린다. 내 곁에 이런 일이 없었다고 없는 일이 아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괴로워하는 여성들이 분명히 있다.


솔렌은 불행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마 많은 사람이 나와 같지 않을까? 신문이나 TV, 책에서만 만나는 불행을 만약 눈 앞에서 만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 떠올려봤다. 구걸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 지금, 내가 과연 가난, 아니, 소외계층에 다가갈 수 있을까. 예전에 잠시 봉사활동을 하려고 가봤다가 개인정보를 과하게 요구해서 가지 않은 적이 있다. 그 때 다른 곳에 가보기라도 했다면 더 잘 알았을까?


이 책은 소설이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역사에서 잊혔지만 쉼터를 만드는 데 일조한 블랑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법은 어느 방향으로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법은 오로지 법만 바라보고 참고했다." - P28

필요한 곳에 자신의 시간을 내준다는 생각이야 좋았죠. 하지만 그건 어쨌거나 상대방이 받을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 P80

타인의 행복이란 잔인한 것이다. 그것은 맨얼굴 앞에 가차 없이 거울을 들이댄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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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건네는 위로 - 오늘이 소중해지는 애착 사물 이야기
AM327 지음 / 미래의창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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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드럽고 따뜻한 일러스트, 조곤조곤 털어놓는 위로가 잘 어우러지는 책이다. 나도 내 주변을 늘 지키고 있는 물건들을 돌아보게 된다. 그 물건이 가지는 의미와 이야기가 하나하나 떠오른다.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흔한 공산품이라고 해도 나에게 의미가 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저자의 ‘애착 사물’이 궁금해서 검색해보기도 했다. 민들레 문진이 어찌나 예쁘던지 나도 사고 싶어졌다가 가격을 보고 좀 더 고민하기로 했다. 나만의 향을 만들고, 필로우 미스트를 베개에 뿌려 향기를 맡으며 잠들고 싶어졌다. 가방도 좀 혹했는데 오늘 모임에서 실물을 보니 더 갖고 싶어졌지만 잘 참았다.


책을 읽으며 나의 애착 사물을 생각해보고, 정말 내가 좋아하는 물건만 남기고 싶어졌다. 꼭 필요에 의해서가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존재만으로도 나에게 위로가 되는 물건들을 남기고 싶다. 그 물건들 외에는 집착을 놓고 싶다.


북토크를 하며 사람들에게 위로를 주는, 특히 우울함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주는 다양한 활동과 사물을 알게 됐다. 좋아하는 활동 또는 사물이 겹치는 사람들끼리 이야기를 해봐도 재미있겠다 싶었다. 작가님 본인이 봐도 재밌다며 좋아하셨던 책인 만큼 많은 사람이 공감을 할 수 있을 듯한 책이다.


아슬아슬한 검열 끝에 얻은 확신도 좋지만 타인이 내게 보내는 응원 섞인 확언도 좋다 - P70

행복은 옆에 앉아서 자신을 봐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 P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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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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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왕성에 관심을 갖고 명왕성 탐사의 꿈을 키워온 과정 속 그 집념을 볼 수 있는 책이다. 알려진 것이 없고 예산도 많이 드는 탐사 계획을 실행하기란 많이 어려웠고, 실패에 실패를 거듭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왕성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했던 사람들이 있고, 그들이 우리를 새로운 지평으로 데려갔다.


수금지화목토천해명. 어릴 때 외운 건 잊지도 않는다. 지금은 태양계에서 명왕성을 퇴출되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명왕성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은 여전하다. 오히려 무인탐사선 뉴호라이즌스호가 명왕성을 다녀오면서 그 관심은 더 커졌다. 명왕성 탐사 결과가 조금씩 알려지고, 하트 모양을 연상케 하는 명왕성 사진(세 번째 사진)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열광케 했다.


명왕성 탐사라고 하면 기술적 문제가 가장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가장 어려운 건 역시 '돈'이었다. 일단 그 정도 자본을 구하기도 힘들 뿐더러, 기껏 따온 예산이 갑자기 사라진다거나, 예산에서 조금도 돈이 더 들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듣는 등 지속적으로 어려움을 겪는다. 만약에 성과가 눈에 보이지 않았다면 더 괴로움을 겪지 않았을까? 거기다 태양계 퇴출 문제까지 더해지고, 뉴호라이즌스와 갑작스럽게 연락이 닿지 않기도 하는 등 사건을 겪으며 오히려 명왕성 탐사에 대한 집념이 더 커진 듯하다.


정말 명왕성 탐사를 마음 먹은 그 순간부터 끝까지의 여정을 모두 담은 것만 같다. 관심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매우 흥미로울 듯하다.

명왕성에는 파헤칠 수수께끼가 아주 많았으므로, 과학자들 사이에 단호한 의지로 명왕성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무리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 P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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