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집
래티샤 콜롱바니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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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5년의 파리와 현대의 파리에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변호사 솔렌은 의뢰인이 자살하자 ‘번아웃’에 빠져버렸다. 의사는 봉사활동을 해보라고 했고, 솔렌은 여성 전용 쉼터 ‘여성의 궁전’에서 대필작가로서 일주일에 1회 활동을 시작했다. 쉼터는 과거 블랑슈가 차별 속에서도 구세군으로서 열정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다. 솔렌은 ‘가난한 여성’이라는 소외계층을 직접 겪으며 울고 웃고 괴로워하고 위안 받는다.


여성의 삶은 점차 나아지고 있지만, 여전히 ‘가난’한 여성은 소외계층이다. 여성이 바지도 못 입고 직업도 가질 수 없었던 1925년의 블랑슈는 직업을 가지는 것부터 차별과 싸워야 했다. 현재는 겉으로나마 성별에 따른 차별은 없지만, 여자들은 이름을 가질 수도 없고 본인 의사와 관계 없이 할례를 하는 나라가 여전히 있다. 매맞으며 경력으로도 쳐주지 않는 남편 회사에서 무상 노동을 하다가 이혼하기도 하고, 여성노숙인은 성폭력에 시달린다. 내 곁에 이런 일이 없었다고 없는 일이 아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괴로워하는 여성들이 분명히 있다.


솔렌은 불행을 직접 겪어보지 못했다. 나도 마찬가지다. 아마 많은 사람이 나와 같지 않을까? 신문이나 TV, 책에서만 만나는 불행을 만약 눈 앞에서 만난다면 나는 어떻게 반응하게 될지 떠올려봤다. 구걸을 하는 사람이 있어도 신경 쓰지 않는 지금, 내가 과연 가난, 아니, 소외계층에 다가갈 수 있을까. 예전에 잠시 봉사활동을 하려고 가봤다가 개인정보를 과하게 요구해서 가지 않은 적이 있다. 그 때 다른 곳에 가보기라도 했다면 더 잘 알았을까?


이 책은 소설이지만 사실을 기반으로 한다. 역사에서 잊혔지만 쉼터를 만드는 데 일조한 블랑슈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법은 어느 방향으로도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 법은 오로지 법만 바라보고 참고했다." - P28

필요한 곳에 자신의 시간을 내준다는 생각이야 좋았죠. 하지만 그건 어쨌거나 상대방이 받을 마음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잖아요 - P80

타인의 행복이란 잔인한 것이다. 그것은 맨얼굴 앞에 가차 없이 거울을 들이댄다 - P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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