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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일런트 브레스 - 당신은 어떤 죽음을 준비하고 있습니까?
미나미 교코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0년 7월
평점 :
절판
지난 1월, 벌써 5개월이 지났네. 엄마가 돌아가셨다. 당뇨병으로 인한 여러 합병증에 시달리셨고 그로 인한 만성신부전으로 투석을 해오신지도 여러 해. 담낭에 염증이 있다며 입원하신 엄마는 갑자기 급격히 간수치가 높아지는 등 상태가 악화되다가 3주 정도후에 돌아가셨다. 돌아가실 때까지 수도 없이 금식하고 각종 처치와 시술에 시달리며 모진 고생을 하시다 돌아가셨는데, 그 동안 엄마와 제대로 얘기도 못해봤고 그렇게 돌아가실 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우리가 아는 엄마는 누구보다 삶에 대한 욕심이랄까 그런게 강했기에 할 수 있는건 다 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허무하게 돌아가시고 나자 남는건 후회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 고생 안하고 집에서 드시고 싶은거 드시게 하고 하고 싶은거 하다가 돌아가시게 하는건데... 처음 입원하고 내내 금식해야한다고 해서 금식을 하는 동안 엄마가 계속 배고프다고, 밥좀 달라고 하시던게 왠지 제일 많이 마음이 아팠고.. 엄마도 마지막을 그런 식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을거라고 끊임없이 생각하게 된다.
대학병원 종합진료과의 내과의사 미토 린코는 어느 날 방문클리닉의 재택진료 담당의사로 발령받아 종말을 앞두고 집에서 재택진료를 받는 환자들을 진료하게 된다. 한 명의 환자의 목숨이라도 더 구하는 것이 의사의 사명이라 믿고 생명을 구하기 위한 치료에 최선을 다해온 린코는 집에서 죽음을 맞는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그 생각에 변화를 겪게 된다. 생명을 구하는 것이 목표이기에 환자의 죽음은 의사의 패배라 여겼지만, 과연 죽음은 패배인지, 죽음 자체가 목표가 될 수는 없는지 그런 변화였다. 더 이상 치료가 그저 연명 이상의 의미가 없을 때 죽음을 받아들이고 남은 시간을 소중한 사람들과 소중하게 보내며 자연스럽게 찾아오는 죽음을 맞는것... 주위 사람들이나 가족의 욕심이라면 욕심으로 남은 시간을 늘리기 위해 고통스러운 치료를 계속하는 것이 옳은지, 본인이 가장 원하는 형태로 죽음을 준비하고 맞이하는 것이 옳은지는 사람마다 생각하는 바가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내가 죽음을 앞둔 입장이라면 남은 시간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보내고 죽음을 맞기를 원한다.
어느 것이 옳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겟지만 이 책은 그런 생각을 깊이 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