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날 아침 일찍부터 유적지를 위주로 그야말로 빡시게 잡아 돌렸다. 나서기전 썬크림 바르고 선그라스 쓰고 모자 쓰고 중무장을 하고 나서서 인지 햇볕에 많이 타지는 않았다. (남은 일정동안 계속 같은 무장상태를 유지했다)
난 너무나 현지 적응을 잘 해서 친구들은 '너 여기서 살아도 되겠다' 할 정도였다. 내가 생각해도 기특하게 적응을 잘 했다. 더위도 그렇게 심하게 타지 않았고 벌레에도 물리지 않았고(제일먼저 결혼한 친구는 벌레의 주 공격 대상이었고 난 샌들을 신어서인지 개미의 공격을 두세번 받았다) 모기도, 도마뱀도 아무 걱정거리가 없었다. (모기향을 얼마나 많이 가져갔었는데..;;;)
가는곳마다 쬐끄만 까무잡잡하고 비쩍마른 녀석들의 물건 판매행위와 구걸행위는 아직까지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입맛 씁쓸하다. 입에 벤 말이 '1달라~'다. 무얼 팔아도 1달러면 된다. 조잡스러운 팔찌도 3~4개 1달라고 기념 엽서도 1달라고 구걸을 해도 1달라다. 아.. 슬픈 1달라여.. ㅜ_ㅜ
살아가느라 필수적으로 외워졌겠지만 간단한 우리말도 조잘거린다. '사모님 이뻐요. 아가씨 멋져요' 너넨 2개국어를 하는구나 했더니 친구 왈, 중국어, 일본어, 영어 다 한단다 -_-;;;
먹는걸로 고생은 안했다. 한 친구가 그 나라 특유의 향에 조금 힘들어 하긴 했지만 아침으로 먹는 호텔 부페에선 빵으로 해결했고 나머지는 우리음식점들과 압살라 공연장의 부페에서도 잘 골라 먹어서 힘든것은 없었다.
더운나라 답게 우리나라에서 보지 못한 과일들이 풍성해서 실컷 먹었다. 가이드 아저씨가 길거리 노천에서 파는 과일을 종류별로 사주셔서 손가락에 때 껴가며 열심히 까 먹었다. 지금도 엄지손톱엔 그 자국이 남아있다.
도착한날 저녁의 동양화대전에서 내기에 진 친구 둘은 맥주를 샀다. 현지 맥주를 먹어봤다. 호텔 옆에 우리나라 사람이 운영하는 마트가 있고 그곳엔 하이트도 카스도 다 있지만 이왕이면 현지 맥주를 먹어보자! 해서 그나라 맥주를 샀는데 한 캔에 70센트다 @.@ 첫 맛은 조금 씁쓸하다. 뒷맛은 비슷하다.
다음날 시내(;;이 거리를 일컫는 말이 있던데 잊어버렸다. 이곳만 경찰이 바리케이트를 치고 보초를 선다. 밤에 외국인들이 주로 모이는 곳이다. 골목 이끝에서 저끝까지 100M나 되려나..)에 나가 그 유명한 레드 피아노(안젤리나 졸리가 툼레이더를 찍는동안 자주 가서 즐겼다는 카페다)앞의 ^^; 인터치에서 생맥주를 마셨는데 전날 마신 캔맥주보다 부드러웠다. 인터치에서 라이브로 노래를 부르는데 우리노래도 많이 불렀다. 그런데 요즘 노래는 없다. 모두 10년은 된 노래들..
찻길은 중앙선은 커녕 차선도 없다. 신호등도 한두곳 밖에 없고 횡단보도 개념도 없다. 오토바이가 주 교통수단이고 자전거도 많다. 번호판 없는 차들도 무척 많다. 우리나라에서 보기 힘든 티코가 참 많았다. 현지에서 티코가 작고 에어컨까지 있어 인기 짱이란다. 어느 차는 티코를 무척 닮아 처음엔 티코인줄 알았더니 문 두짝짜리 일본차란다. 승용차는 주로 일본차 아니면 벤츠, BMW 가 많았고 우리나라 차들은 트럭이나 버스등 큰 차가 많았다.
공항에서 호텔로 가는 6번도로에만 가로등이 있단다. 그것도 2006년(와서 인터넷 찾아보고 알았다) 경주 엑스포를 씨엠립에서 개최하면서 우리나라에서 공사를 한거란다. 그때 노무현 대통령이 씨엠립에 갔었단다. 앙코르와트에서 앙드레김 패션쇼도 했었고 김희선이랑 김래원도 갔었단다.
툭툭이를 타고 몇 곳을 돌아다녔다. 속도가 그렇게 빠르지 않아서 쌩으로 맞는 바람이 부담스럽진 않았다. 길을 가다보면 개도 늘어져 있고 소도 늘어져 있고 고양이도 사람을 피하지 않고 닭들도 요상하게 생겼고..
아..닭하니 생각났다. 호텔에서 매일 아침 닭 우는 소리가 들린다. 우리나라 닭은 '꼬끼오~~~~~' 하고 길게 빼는데 캄보디아 닭은 '꼬끼오 꼭' 하고 소심하게 마무리를 한다. 길게 울다 누구한테 혼난적이 있나보다.
우리보다 2시간 늦은 그곳의 3~4시의 햇볕은 정말 피부가 따가웠다. 그런 햇볕을 처음 받아봐서 정말 놀랐다. 귀찮아서 우산을 안들고 다니다 몇 분은 정말 못참겠어서 우산을 든 친구의 그늘로 숨어들었다.
톤레샵에 가서는 괜히 미안했다. 우리가 타고가는 배로 인해 파도가 생겨서 물 가장자리에 있는 수상가옥들이 흔들거리는 모습을 보니 민폐끼치는것 같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우리나라의 충주댐이나 소양댐을 가본적이 있는데 이곳 톤레샵엔 수평선이 보인다. 죽~ 둘러보면 산도 없고 중간에 인공가설물도 없이 수평선으로 360도를 돌수 있을것 같다.
위험하다고 호수 멀리까진 나가지 않고 넓은 호수 초입에서 배의 시동을 끄고 둘러보는데 그 규모에 놀랐다. 탁해보이는 물이 2급수란다. 황토가 녹아있어서 뿌여 보이는것이지 맑단다.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그 물을 받아서 가라앉혀 먹는단다. 급하면 그냥도 먹는단다. 그 물로 먹고 닦고 거기에 응가하고 수상가옥에서 개도 기르고 고양이도 기르고 돼지도 기른다.